기자 출신 작가의 강원도 텃밭 생활 고군분투기…자연과 가족에 대한 새로운 발견
김효원 작가의 신작 ‘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는 마치 큰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문장처럼 다가온다. 이 책에는 흙과 자연 그리고 가족을 발견하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결코 작은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섣부른 호기심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도시 여자’에게 처음 해보는 농사가 쉬울 리가 없다. 모종을 심는 시기를 몰라 싹을 얼려 죽이고, 밭의 주인이 작물이 아닌 잡초가 되기도 한다. 애써 키운 작물은 비에 쓰러지고, 벌레와 짐승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몸을 쓰다 보니 사유와 성찰이 따라붙었다. 그가 하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와 기다림을 견디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끝에 맺히는 열매는 단순한 수확이 아니라, 시간과 마음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법과 나름의 질서와 균형이 있다는 것도 체득하게 된다.
아버지의 발견은 저자가 텃밭에서 일군 가장 큰 수확이다. 흙을 만지며 그는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가 남긴 낡은 일기를 넘기며, 무뚝뚝하게만 느꼈던 아버지를 가족이라는 틀을 넘어 '한 명의 인간'으로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흙을 만지고 계절을 견디는 시간은 바쁘게 질주하던 우리를 가만히 멈춰 세운다. 우리의 삶은 단번에 ‘완성’해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에 맞춰 ‘길러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