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불협화음 속 김민석-정청래 맞대결 예상…불리해진 여론조사·송영길 출마 등 정 대표엔 악재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대표 간 맞대결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민석 총리는 총리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내 다음 임무는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며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정청래 대표는 아직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지만 연임에 도전할 것이 유력하다.
민주당에 복당해 이번에 국회에 재입성한 송영길 의원도 출마할 경우 3파전이 형성될 수 있다. 그 외에 국회의장직을 내려놓은 우원식 의원, 김용민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당권 경쟁 초반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신경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명심’이 김 총리를 향해 있는 것 아니냐는 신호가 계속 나오자 정 대표 측이 이에 견제구를 날리면서다.
이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총리에 대해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이 큰 잡음 하나 없이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며 “이제는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치하했다.
다음날 이 대통령 유럽순방 출국길엔 이례적으로 김 총리가 나와 환송했다. 순방 마중이 아닌 환송장에 김 총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순방 환송행사에 계속 참석해왔던 정 대표는 불참했다. 청와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에서 정 대표를 이번 환송행사에 부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 환송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성적을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문제가 다르다”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표현은 정 대표가 과거부터 자주 사용해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국면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우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했다.
‘친청계’로 분류된 이지은 대변인도 이 대통령을 윤 전 대통령에 빗댄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대변인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우리가 윤석열이 누구를 찍어 당대표 시키고 하는 것을 엄청 욕했는데, 대통령이 지금 그걸 하시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변인은 직에서 물러났다.
청와대에선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내부에선 정 대표 발언에 대해 불쾌감이 흘러 나온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집권당 대표가 맞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지방선거 관련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논란’ ‘지방선거 대통령 사진 금지령 논란’ ‘대통령 해외순방마다 당의 이슈 잠식’ 등 청와대와 정청래 대표 사이에 엇박자가 임기 초반부터 계속 이어졌다. 당정이 불협화음을 낼 수 없어 지켜봐왔다. 그런데 대통령의 고공행진 지지율로 무난할 거라 생각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평택을, 부산 북갑 등 승부처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한 것이다. 이에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박지원 의원은 6월 10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당권 갈등 조짐에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서 제 길로 가야 하는데 싸움길로 가면 망하는 것”이라며 “정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책임지고 불출마 선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론조사 추이도 정 대표의 고민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4월 6~7일 무선 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청래 대표가 28.7%, 김민석 총리 20.2%, 송영길 의원 17.7%를 기록, 오차범위 밖에서 정 대표가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해 보면 정 대표가 35.1%, 김 총리 24.6%, 송 의원 22.0%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만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정 대표와 김 총리가 각각 33.0%와 29.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로 한정해도 정 대표 39.9%, 김 총리 36.3%로 오차범위 내 격차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김 총리가 정 대표에 크게 앞서가는 결과가 나왔다. 에스티아이(STI)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6월 9~10일 무선 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차기 당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로 한정해 보면 김민석 총리 31.3%, 정청래 대표 18.0%로 오차범위 밖 격차가 났다. 우원식 의원 13.6%, 송영길 의원 11.3%로 뒤를 이었다.
가상 양자대결의 경우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김 총리가 53.2%로, 23.4%의 정 대표에 2배 이상 크게 앞섰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한 관계자는 “여러모로 정 대표에 불리한 상황이라 무리하게 출마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당대표 불출마를 하면 다음을 노려볼 수 있다”며 “그런데 연임에 도전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결국 패하면 정치적으로 재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정 대표가 신중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도 사퇴와 연임 출마에 대해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월 12일 “정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당내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며 “숙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히 입장을 정리하고 표명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