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돼도 바지사장 내세우고 간판 바꿔 재영업…지자체 내 관리 권한 분산으로 제재 난항

이 일대 유흥업소들의 영업 허가 시기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유흥업소와 같은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낮에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학생들이 이따금씩 이 골목을 지나가고, 밤에는 취객이 대부분”이라며 “여기 업소들은 오래된 곳도 있고 중간중간 새로 들어온 곳도 있는데, 골목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등 청소년 유해시설의 설치·운영이 제한된다. 다만 교육환경에 악영향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일부 시설은 교육지원청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지자체는 일대 유흥업소 역시 이러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영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허가 내용과 실제 영업 형태가 다른 사례가 적지 않아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골목의 한 업소의 간판과 영업 형태는 유흥주점이었지만 건축물대장상 용도는 '영업용, 창고'로 기재돼 있었다. 일부 업소는 미등록 업체나 별도의 영업 허가·신고가 필요 없는 자유업 형태로 운영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속의 실효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성매매 업소의 경우 실제 운영자를 그대로 둔 채 바지사장을 내세우거나 상호만 바꿔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단속에 적발된 뒤에도 업주와 상호만 변경한 채 재영업하면서 제재를 피해 가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40여 년 동안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해당 업소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적발된 점 등을 감안해 수십 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관리 공백 속 학교 주변 유해시설 적발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업소 대상 단속 현황’에 따르면 학교 경계 200m 이내에서 영업하다 적발된 유해업소는 2022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총 1545건에 달했다.
지자체는 법 개정 이전 허가된 업소는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며, 성매매 업소 역시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일부 업소는 법 개정 이전 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곳으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강제 폐쇄나 이전을 명령할 수 없다”며 “성매매 등 불법행위는 자치구에 수사권이 없어 경찰과의 합동 단속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종 룸카페 등 변종 유해업소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엑셀방송 스튜디오다. 엑셀방송은 인터넷방송 진행자(BJ)들이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공개해 후원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의 콘텐츠다. 선정적인 춤과 자극적인 행동이 후원 경쟁과 결합되면서 이른바 ‘사이버 룸살롱’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약 100m 떨어진 건물 지하에 엑셀방송 전문 스튜디오가 입주해 논란이 됐다. 짧은 옷차림의 여성 BJ들이 건물 주변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거나 흡연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학부모들은 ‘학교 및 유치원 앞 유해업소 퇴출’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해당 업체가 ‘스튜디오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어 즉각적인 제재에는 한계가 있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해당 업소는 일반 유흥주점처럼 한 부서에서 관리하는 업종이 아니라 여러 부서가 관계 법령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형태여서 곧바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관련 유권해석은 나왔지만 세부적인 적용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상위 기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은 해당 업체에 청소년 유해업소 표지 부착을 안내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다르게 시설을 운영한 사실을 확인해 건축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을 내렸다. 업체 측에는 현재 한 달 동안의 의견 제출 기간이 부여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편법 영업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신·변종 유해업소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업주가 바뀌거나 간판만 교체해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편법을 막기 위해 현장 실사를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불법 영업이 이뤄진 건물에 대해서는 건물주에게도 일정 부분 관리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튜디오형 성인방송이나 신종 룸카페 등 기존 업종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변종 유해업소가 늘고 있다”며 “업종 명칭이 아니라 밀폐형 구조와 실제 영업 형태 등 실질적인 운영 방식을 반영해 유해업소 규제 대상을 재검토하고 관리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