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화계에 출판계까지 연쇄 쇼크…“변호사와 검토 진행 중” 밝힌 뒤 침묵 이어가

보도에서 함께 언급된 2014년 사건은 자신이 맡은 문화센터 강의 수강생을 상대로 벌어졌다는 준유사강간 및 신체촬영 사건이다. 이 시기는 그가 영화 ‘웜바디스’(2013) 번역을 맡은 뒤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가던 시점과 맞물려 있어 대중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앞선 2005년과 이 사건은 모두 집행유예형이 선고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대중의 시선은 황석희의 ‘입’에 집중됐다. 스타 번역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력과 맞물려 사안의 파장이 큰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 정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2017년 한 매체 칼럼을 통해 “(20대 때) 범죄의 영역을 제외하면 공부 빼고 안 해 본 게 없다”고 자신하기까지 했던 그였기에 대중 사이에서는 충격을 넘어 그의 과거 이력 전반에 대한 사실 확인 요구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황석희는 보도 당일인 3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재 관련 사항에 대해 변호사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 또는 법적 판단 범위를 벗어난 표현이 포함될 경우 정정 및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내놨다. 이후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SNS)에 남아있던 사진 등 자신과 가족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삭제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황석희의 씨네타이핑’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돼 왔던 유튜브 채널 역시 현재는 ‘운영 중단’으로 채널명을 바꾸고 모든 콘텐츠를 삭제했다.

영화계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블록버스터 대작부터 예술영화와 소규모 장르물에 이르기까지 다작을 번역해 온 황석희는 3월 18일 개봉해 4월 2일 기준 130만 관객을 동원한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번역을 맡았고, GV(관객과의 만남) 행사에도 참여했다.
더욱이 오는 7월 개봉 예정으로 국내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MCU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시리즈의 신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도 그가 번역가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아직 이 영화의 배급사인 소니픽처스 코리아 측은 명확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다수 외화 배급사들에게 있어 이번 사안은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 같은 혼란은 업계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 번역 분야는 오랜 기간 제한된 인력 중심으로 돌아가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작업물과 대중적 평가가 검증된 번역가에게 프로젝트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흥행과 직결되는 블록버스터의 경우 이미 안정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번역가를 기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해당 축이 흔들리면서 영화계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장 교체가 어려운 프로젝트도 있는 데다 새로운 번역가를 기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수준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이미 작업이 완료됐거나 계획이 구체화된 단계에 있는 작품의 경우 당장 번역가를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확실한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향후 홍보나 협업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상황을 살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제기된 황석희의 과거 전력 의혹과 맞물려 각종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 이뤄졌던 초청 강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석희가 초청 강연에 나섰던 대학교는 제주대, 서울대, 강원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이다. 더욱이 2024년에는 한 고등학교에서도 특강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외부 인사 검증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황석희의 강연이 진행된 곳 포함, 각 학교들이 외부 강사에 대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성범죄 경력 조회 절차를 이행했는지 점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