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회생계획안 제출기한 7차례 연장…CJ ENM·키노라이츠 이탈 뒤 새 주인 찾기 난항

2021년 왓챠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투자사 인라이트벤처스는 2025년 7월 8일 서울회생법원에 왓챠의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8월 4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회생 신청 후 1년이 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했고 회생계획안 제출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법원이 처음 정한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은 올해 1월 7일이었다. 왓챠는 매각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계획안 제출을 미뤄왔다. 법원은 최근 제출기한을 8월 14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연장이다.
왓챠는 올해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고 CJ ENM과 콘텐츠 탐색 플랫폼 키노라이츠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지난 4월 본입찰에는 인수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CJ ENM은 사업적·재무적 측면을 검토한 끝에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왓챠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인수 후보를 찾고 있다.
왓챠가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인가 가능한 회생계획안도 마련하지 못하면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대표변호사는 “남은 기간 안에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이든 자체 회생계획이든 기업을 청산할 때보다 채권자에게 유리한 회생계획안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각과 자체 회생, 신규 자금 유치 등이 모두 무산돼 절차가 폐지되면 통상 파산절차로 이어진다.
왓챠의 재무 상태가 인수자 확보와 자체 회생을 모두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2024년 연결 매출은 341억 원으로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억 원으로 줄었지만 같은 해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875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유동자산은 64억 원에 그친 반면 유동부채는 972억 원에 달했다. 감사인은 만기가 지난 490억 원 규모 전환사채가 상환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감사의견을 거절한 바 있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비용을 줄이면서 적자 폭도 축소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법원에서 영업을 계속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제출기한이 연장된 것으로 들었다”며 “다만 자체적으로 채무를 정리하고 회생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용희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왓챠가 영업손실을 줄였더라도 매각 시기를 너무 오래 동안 놓쳤다”며 “보유 콘텐츠가 유니크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사업자가 구해오기 어려울 정도로 독점적인 것도 아니고 추천 기술도 이전만큼 희소하지 않다. 인수 비용을 투입한 뒤 이를 회수할 만큼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지 따져보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왓챠가 회생절차에 묶인 지난 1년 동안 국내 콘텐츠·미디어업계의 경영 환경은 한층 악화됐다. 지난 6월 JTBC와 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방송사들은 제작비 부담에 드라마 편성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해외 소비가 늘어도 유통과 수익이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의 이익이나 재투자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까지 경영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수가 정체 추세인 넷플릭스는 기존 이용자의 접속 빈도를 높이는 쪽으로 힘을 싣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5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 예능 신작을 매달 공개했고 스포츠와 시상식 등 실시간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올해 7월에는 영화와 드라마의 짧은 장면을 세로형 영상으로 보여주고 바로 본편 시청으로 연결할 수 있는 ‘클립스’도 국내에 도입했다.
티빙은 KBO 중계를 유지하면서 세로형 숏폼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난해 11월 일본 디즈니플러스 안에 ‘티빙 컬렉션’을 열었다. 웨이브와는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6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고 올해 4월에는 티빙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이양기 CJ ENM OTT경쟁력강화TF장이 콘텐츠웨이브 대표에 선임됐다.
경쟁자들이 부지런히 이용자 기반을 넓히는 사이 왓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왓챠는 스포츠 중계권이나 방송사의 신규 콘텐츠 공급망이 없고 통신사·네이버 등의 멤버십에 서비스를 결합한 타사와 달리 외부 이용자 기반을 끌어올 통로도 확보하지 못했다. 미디어업계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사업자가 이미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다”며 “게다가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의식주 이외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쟁사나 신규 사업자가 굳이 왓챠를 인수하려고 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왓챠가 내세웠던 개인화 추천 기술도 더는 독자적인 경쟁력으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왓챠피디아는 이용자가 남긴 별점과 감상 기록을 토대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 이들이 높게 평가한 작품을 추천하는 협업 필터링을 활용해 성장했다. 다만 이 방식은 이용자가 별점을 충분히 남겨야 정확도가 높아지고 과거와 비슷한 취향의 작품만 반복해서 제시하는 경향성이 있다.
앞서의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OTT업계에서 활용 중인 최신 추천 시스템은 별점뿐 아니라 마케팅 담당자의 큐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찾는 통로도 늘었다. 키노라이츠는 여러 OTT의 작품을 한꺼번에 검색하고 공개처와 순위, 평점, 리뷰를 제공한다. 네이버도 2025년 3월 ‘AI 브리핑’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대화형 검색 서비스인 AI탭을 도입했다. 이들 서비스가 왓챠피디아에 축적된 평가 데이터를 그대로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기반해 관람할 작품을 추천받는 기능은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이 수익성 있는 일부 사업부문이나 자산을 떼어 매각한 후 그 대금을 변제에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왓챠피디아의 분리 매각 가능성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문행 교수는 “오랜 기간 쌓인 평점과 리뷰는 여전히 왓챠가 가진 자산”이라며 “전체 사업을 인수할 사업자가 없다면 영화·콘텐츠 기업이나 전문 매체 등에 별도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희 교수는 “왓챠피디아의 데이터에는 가치가 있지만 빅데이터와 생성형 인공지능, 다른 콘텐츠 탐색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그 기능을 대체하기 쉬워졌다”며 “분리 매각을 더 일찍 추진했다면 인수자를 찾을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더라도 회사를 정상화할 정도의 가격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왓챠에 입장을 물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