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4명 간판 래커칠·식재료에 농약 추정 물질 살포 뒤 출국…경찰, 범행 배후·사주 세력 여부 수사

식당은 지역에서 손님이 제법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홀에도 손님이 가득 차고 배달 주문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평범했던 식당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상호 변경을 요구하는 전화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부터 가게로 항의가 빗발쳤다”며 “가게 이름을 바꾸라는 내용으로 40~50명이 전화했다. 전화 건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고 주장했다.
항의는 전화에 그치지 않았다. A 씨에 따르면 상호 변경을 요구하며 협박하거나 회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 물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인근 상인은 “지난 7월쯤에도 간판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칠해져 있었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상인은 “동네에서도 ‘장사는 잘되지만 가게 이름이 좀 그렇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식당 내부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9월 24일 오전 2시 40분쯤 중국 국적 남성 4명이 해당 식당에 침입해 간판 등에 래커를 뿌리고 식당 내부 식재료에 농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살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직후 국내에 머물지 않고 당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범행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행동이 단순한 우발적 범행인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벌인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범행을 영상으로 남긴 점과 범행 직후 출국한 점 등을 토대로 배후 또는 사주 세력의 존재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식당을 이용했다는 주민은 “사건 발생 나흘 전 방문했는데 무섭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체육시설이 인접해 있어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데 테러가 발생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업주 A 씨는 결국 2018년부터 8년 동안 사용해 온 상호를 포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 ‘시진핑’은 상호명을 ‘○향’으로 바꾸고 영업을 재개했다.
경찰은 업주가 과거 상호 변경 요구와 스프레이 테러 등을 신고한 사실이 있는지와 당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출국한 중국인들의 신원과 국내 체류 과정, 범행 전후 행적 등을 토대로 배후 여부를 추적 중이다.
10월 1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9월 30일 특수재물손괴·특수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남성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적색수배와 중국 당국의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 보상 문제도 남아 있다. 임주혜 유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9월 30일 연합뉴스TV ‘사건현장’에 출연해 가해자들이 검거될 경우 업주가 훼손된 시설·식기류와 폐기한 식재료 등 범행으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식당은 식기류 등을 새로 구입하고 100만 원 상당의 식재료를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8년 동안 사용한 상호를 변경하면서 발생한 손해 역시 범행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상호 변경에 들어간 직접적인 비용뿐 아니라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 등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경우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다만 가해자들이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인 만큼 신병 확보와 책임 재산(채무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 채권자가 강제집행할 수 있는 재산) 확인 등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피해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