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그랜드호텔 부지 개발에 4500억 단독 대출, ‘석탄 채권’ 주관도 지속…IB 성장 속 사회·환경 책임 논란
엄주성 대표이사 체제에서 기업금융(IB)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키움증권은 탈석탄 기조 속에서도 석탄화력발전사인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 주관을 지속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역사적 논란이 있는 개발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면서 회사 수익 확대 과정의 평판 리스크 관리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업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어온 이 사업은 키움증권이 부지 매입 잔금과 초기 사업비로 필요한 4500억 원 규모 브리지론을 단독 제공하기로 하면서 추진에 불이 붙었다. 해당 사업장의 전체 토지 매입대금과 초기 사업비는 5000억~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해당 호텔 부지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이해승의 후손인 이우영 회장 일가가 장기간 보유해 왔다. 정부는 2021년 2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호텔 부지 일대 임야(2만 7905㎡)를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며 환수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정부의 기대와 달랐다. 해당 토지 소유권은 1966년 경매를 통해 제일은행으로 넘어갔다가 다음해(1967년) 이우영 회장이 재매입한 바 있다. 법원은 제일은행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정부의 환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정부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이러한 법적 판단과 별개로, 부지의 역사적 배경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사가 이러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할 경우 평판 리스크와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법원 판결로 법적 하자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은 별개 문제”라며 “단순히 담보 가치와 수익성만 볼 것이 아니라 친일파 일가 재산 논란에 따른 사회적 평판 리스크와 이해관계자의 우려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 금융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 특히 탈석탄 기조가 확산하면서 석탄화력발전 관련 신규 금융이나 채권 인수 업무를 축소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2018년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에 참여(총액인수 확약)한 6개 증권사(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가운데 키움증권을 제외한 5곳이 지난해 주관 업무에서 빠졌다. 각 금융사의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이 반영된 결과였다.
키움증권은 주관 업무를 이어갔다. 지난해 4월 발행에서 핵심 주관사 역할을 맡았고, 이후 DB증권·흥국증권·부국증권 등이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당시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202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과거와 달리 미매각을 피했고, 발행금리는 연 5.625%로 결정됐다. 같은 해 8월 6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은 흥국증권과 공동 대표주관을 맡았으며, 올해 2월 진행된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도 두 회사가 다시 공동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과거 수차례 기관 수요 부족으로 미매각을 겪은 뒤 증권사 리테일 채널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돼 왔으며,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판매 방식과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금융지원 지속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4월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보도자료에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이미 국내 대표적인 ‘반 ESG 채권’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고, 기후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돼 왔다”며 “사업성과 재무적 위험까지 모두 위태로운 상황에서 채권 발행을 강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랜드호텔 부지 사업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진작부터 다 알고 있다"며 "그 호텔과 부지가 역사적 논란이 있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쉽게 들어가기는 힘들었고 지금까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연간 IB 수수료 수익은 2023년 939억 원에서 2024년 2093억 원, 2025년 2770억 원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수익 가운데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3년 15.9%에서 2024년 27.8%, 2025년 27.1%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가 수익 기대 사업에 나설 때 법률·신용 리스크는 물론 사회적 평판 훼손 가능성까지 따지는 것은 필수라며 단기 실적 확대가 책임 경영 원칙에 앞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교수는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은 ‘법적으로 가능한가’를 넘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며 장기적으로 회사와 투자자에게 어떤 리스크를 초래하는가’까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ESG는 기업 신용도와 직결되는 만큼 단기적인 IB 수익보다 장기적인 평판 리스크와 ESG 전략의 일관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스위스그랜드호텔 부지는 대법원 판결로 법적 문제가 해소돼 사업성과 담보 가치를 검토해 정상 취급한 건”이라며 “삼척블루파워 역시 에너지 안보와 필수 인프라 기능을 고려해 주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