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부터 106세까지 세계 각국 선수 출전…외국인 4600여 명 대구 찾아 관광에도 활기

이번 대회는 기록 경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신기록이 나온 경기장에서는 고령 선수와 가족이 함께 도전했고, 경기장을 벗어난 선수들은 동성로와 서문시장 등 대구 곳곳을 누볐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는 의료진과 경기 운영요원, 자원봉사자들이 대회에 손을 보탰다.
#'나이의 한계' 넘다
이번 대회의 가장 상징적인 선수는 최고령 참가자인 태국의 사왕 잔프람이었다. 1920년생인 사왕은 106세의 나이로 남자 105세 이상(M105) 원반던지기에서 7m59, 창던지기에서 10m 04를 기록했다. 두 종목 모두 세계신기록이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김철균(M55)이 장대높이뛰기, 박재명(M40)이 창던지기, 함연식(M45)이 50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했다. 변은주(W35)는 하프마라톤 정상에 올랐고 이광률(M65)은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 20분 14초의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신행철(71)의 도전은 한 종목에 머물지 않았다. 10㎞ 달리기와 800m, 1500m, 5000m, 하프마라톤에서 잇따라 우승해 5관왕에 오른 뒤 마지막 크로스컨트리에서는 24분 54초로 은메달을 추가했다. 1위인 벨기에 루시앙 헤이데와 불과 2초 차였다.

메달보다 더 눈길을 끈 장면도 있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호주의 몰랜드 스미스(89)는 딸과 함께 6㎞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했다. 딸은 아버지 옆에서 가이드 러너로 뛰며 잔디 위 코스와 주변 상황을 알려줬다. 스미스는 1시간 12분 51초 만에 6㎞를 완주해 M85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800m와 1500m, 2000m 장애물, 크로스컨트리까지 4개 종목을 뛰었다.
#폭염·폭우에도 중증 환자 '0'
선수들의 도전만큼 대회 운영에는 날씨가 변수였다. 대회 기간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조직위원회는 경기·의료·안전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폭염과 반대되는 상황도 찾아왔다. 지난달 30일 하프마라톤을 앞두고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코스 18㎞ 지점에는 폭우로 나무가 쓰러졌다. 소방당국이 선수들이 해당 지점에 도착하기 전에 나무를 제거하면서 경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마깃 정만(Margit Jungmann) WMA 회장은 "대회는 흔히 메달과 기록, 경기 결과로 평가되지만 대구를 떠나며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은 대구의 따뜻한 환대와 새롭게 맺은 우정, 경쟁을 넘어 함께한 기쁨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환송사에서 "13일간 대구를 빛내주신 세계 마스터즈 육상 가족과 대회의 성공을 위해 함께해 주신 WMA 임원, 심판,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대구에서 함께한 도전과 우정이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며 언제든 다시 대구를 찾아주시면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