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백 그룹 핵심 에너지 분야, 이은선 새 먹거리 생활문화 분야 사업 확장…“이씨·유씨 계열분리부터 풀어야”
#자본금 220억 원 규모 ‘에스브이그리드’ 신규 설립
지난 9월 4일 삼천리가 자본금 220억 원 규모 ‘에스브이그리드’를 신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천리가 지분 95%, 재생에너지 IT(정보기술) 기업 브이피피랩이 지분 5%를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하훈철 삼천리 신에너지담당 상무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현길 삼천리 에너지사업담당 이사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에스브이그리드는 전북 김제와 정읍 일대 7개 배전선로에 28메가와트(MW)·140메가와트시(MWh) 규모의 ESS를 구축한다. 브이피피랩은 AI 기반 통합발전소(VPP) 운영 기술을 활용해 ESS의 발전량 예측, 충·방전 스케줄링, 모니터링, 계통 연계 운영을 맡고 삼천리는 향후 20년간 전반적인 설비 운영을 맡을 계획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발전량의 변동성과 출력제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ESS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계통 설비가 되고 있다”며 “특히 호남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집중된 반면 송전망은 부족해 ESS 수요가 가장 먼저 확대될 수 있는 지역이다. 정부도 최근 ESS 중앙계약시장을 도입하면서 과거 보조금 중심에서 장기계약과 계통서비스 중심으로 시장구조를 바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삼천리의 최근 에너지 포트폴리오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삼천리는 2024년 사업영역을 에너지·환경, 생활문화, 금융 등 3대 분야로 재정립했다. 도시가스 공급을 주력으로 하는 삼천리는 집단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확충해왔고, 최근에는 연료전지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에너지·환경 부문에는 삼천리와 삼천리ES, 삼천리ENG, 에스파워, 휴세스 등이 포진해 있다.

삼천리는 ESS 사업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삼천리 관계자는 “삼천리의 에너지·환경 사업 경험과 브이피피랩의 ESS·VPP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에너지인 생활문화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삼천리의 100% 자회사 삼천리ENG는 외식사업부문 SL&C를 통해 9월 신규 한식 브랜드 ‘어온가’를 론칭했다. 어온가는 생선구이 전문 브랜드로 9월 중 스타필드고양점을 오픈했으며 타워팰리스도곡점도 오픈을 준비 중이다.
SL&C는 중식 Chai797·호우섬, 한식 바른고기 정육점·서리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식 브랜드 이타마에 스시를 선보였다. 여기에 한식 브랜드를 추가한 것이다. 앞서의 삼천리 관계자는 “한식 분야에서 쌓아온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메뉴를 다양화하고 라인업 확충의 일환으로 신규 브랜드로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과 맞물려 오너 3세들의 승계 준비에도 속도가 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은백 사장은 삼천리에서 전략총괄을, 이은선 부사장은 미래사업총괄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고 이장균 창업주의 장손이자 이만득 명예회장 조카인 이 사장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삼천리 지분 10.26%를 보유해 후계 구도에서 앞서고 있다. 이 부사장은 이 명예회장의 3녀로 삼천리 지분 0.75%를 갖고 있다.
이은백 사장은 미주본부장과 미주총괄 대표, 해외사업총괄 대표 등을 거치며 주로 그룹의 핵심인 에너지 사업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이은선 부사장은 미래사업총괄 신규사업본부장과 미래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외식 사업 확장에 기여했다. 지난해 12월엔 약 1200억 원 규모의 성경식품 인수를 주도하는 등 생활문화 사업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승계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각자 기반을 다져온 사업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눌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 집안의 지분 관계는 여전히 얽혀 있다. 두 집안은 올해 상반기 기준 삼천리 지분을 21.84%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T인터내셔널 지분도 이만득 명예회장과 이은백 사장이 총 46.86%를, 유 명예회장의 장남인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이 43.14%를 갖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천리는 아직 옛 삼탄과 지분이 서로 얽혀 있어 3세로 완전히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려면 우선 계열분리 수순이 먼저일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볼 때 장손인 이은백 사장이 주력 사업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분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3세들이 신사업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일단 경영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앞서의 삼천리 관계자는 “이은백 사장은 에너지·환경, 생활문화, 금융을 아우르는 그룹 전체 사업 추진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기획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은선 부사장은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신규 사업 진출 기회를 탐색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