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양민혁 등 발언에 비판 쇄도…정치권 비판 속 병역 특례 축소·폐지 논의로 확산

대회 전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 대한 의구심은 적지 않았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반복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베트남 등을 상대로 한 패배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어두운 전망만이 이어졌다.
하지만 3명의 와일드카드, 유럽파 스타플레이어 등이 합류한 정예 멤버들은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뚜껑을 연 대회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5경기에서 내준 골은 단 2골이었다.
이전 대표팀에 아픔을 안긴 이들에게도 모두 설욕에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사우디를 상대로는 1년 전 원정 친선전에서 2연패를 안은 바 있었다. 8강 상대인 베트남, 결승 상대 일본과는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대회에서 만나 패했다. 4강 상대 중국에게도 패배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지난 패배를 극복했다.
때로는 답답한 경기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베트남과의 4강전은 4-0 대승이었음에도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베트남에게 적지 않은 기회를 줬다는 지적이었다. 4강 중국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기도 했다. 결승전 역시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민성호는 결과를 가져왔다. 재임 기간 내내 비판을 받아 왔으나 최종 목표였던 아시안게임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
대한민국의 대회 4연패였다. 1986 서울 대회 이후 20년이 훌쩍 넘도록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대표팀은 2014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되찾았다. 이후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4연패라는 기록을 달성했음에도 대표팀의 마무리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경기 직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실언성 발언’으로 곧장 질타가 이어진 것이다. 선수들은 다른 것보다 병역 특례 혜택에 초점을 맞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대표팀에서 와일드카드로 뽑혀 최연장자이자 주장까지 맡았던 이기혁(강원)은 ‘메달이 무겁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 이제 군대 안 간다”는 동문서답을 남겼다. 결승전에서 극적인 도움으로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탠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냐, 트로피냐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군 면제 보상만 보고 경기를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외에도 측면 공격수 박승수는 말이 아닌 행동이 지적을 받았다. 금메달 획득 확정 이후 예비군 마크가 달린 전투모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모두 곧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다만 선수들의 발언이 문제로만 불거졌던 것은 아니다. 팀의 부주장을 맡아 대회 4골 4도움으로 맹활약한 엄지성(스완지 시티)은 “병역 문제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모두가 금메달이라는 목표로 하나로 모였다. 그 결과를 얻어 기쁘다”라며 ‘모범 답안’을 남겼다. 또한 대회 도중 합류해 8강에서 맹활약한 이영준(그라스호퍼)은 ‘군대(상무)를 다녀왔는데도 열심히 뛰느냐’는 질문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데 군대를 다녀왔다고 대충 뛰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긍정 평가를 받았다.
동료들의 실언에 이어 최우진(전북)은 금메달 획득 세리머니가 오해를 받았다. 소셜미디어에 절뚝거리다 신발 안에 감춰놓은 금메달을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는 영상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최근 벌어진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을 비하한 것이라 지적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곧 잦아들었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 영상은 러닝 대회 이후 메달을 가지고 펼치는 세리머니의 일종이었다.
#제도 개편까지 튄 불똥
후폭풍은 거셌다. 이전의 대회에서도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예술체육요원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의 반응은 특히 뜨거웠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이튿날인 10월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수들 발언이 가관이다.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호구인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라며 분개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부정적 견해를 쏟아냈다. 이외에도 연예계, 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의 불똥은 제도 개선으로도 튀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안게임에 대한 병역 특례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정부도 곧장 반응했다. 국방부는 6일 브리핑에서 “스포츠계 언행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예술·체육요원 감면 계획이 있음을 전했다.
공교롭게도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국정감사 일정이 이어졌다. 7일 국회에 출석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병역 특례를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같은 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당연히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가능성만 언급되던 예술·체육요원 폐지 또는 축소는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i’에 “방탄소년단도 전원이 현역으로 복무했다. 형평성 문제와 현행 예술·체육요원의 문제점을 고려해 제도를 축소·폐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타만이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선수들을 일부 보듬었다. 그는 전국체전 강원선수단 결단식 및 아시안게임 선수단 환영행사에서 연고지 구단 소속 이기혁을 언급하며 “실수는 했지만 금메달 따느라 뛰었던 그 싸움을 격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를 폄하하는 어른들은 못된 어른들”이라는 의견도 남겼다.
아시안게임 4연패는 분명 값진 성과였다. 23명의 선수 중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김준홍(수원 삼성), 이승원(강원), 이영준(그라스호퍼) 등 3명을 제외하면 20명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논란은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제도 개편까지 번지는 중이다. 이민성호의 성과는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남기게 됐다.
김상래 기자 [email protected]
김철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