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진료 위축 우려” vs 경찰 “지장 없도록 집행”…인력난 속 정부 수사 지침 마련 추진

의료계가 문제 삼는 것은 사망 경위를 밝히는 수사 자체보다 그 방식이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성명에서 “갑작스러운 수사 인력의 방문과 현장 집행이 의료진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진료 흐름을 저해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당직표와 진료기록 등 필요한 자료를 병원에 요청해 제출받을 수 있는데 의료진의 처방 업무에 지장을 주면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응급실의 특성을 고려해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4시간여를 기다리는 등 진료 상황을 살폈으며, 최소한의 시간 동안 내부 구조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반박했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이미 취약해진 소아응급 진료 여건과 맞닿아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사 부담까지 더해지면 중증 소아환자를 진료할 의료진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025년 7월 기준 6438명으로, 2024년 6467명보다 29명 줄었다. 2023년 6389명에서 이듬해까지 늘던 전문의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의의 뒤를 이을 전공의도 부족하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9월 29일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 재직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13명에 그쳤다. 이 가운데 89명(78.8%)이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전공의 모두 부족하다 보니 소아 응급진료를 상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제한적이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월 6일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31곳 가운데 시간·연령·증상 등의 제한 없이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58곳(13.5%)에 불과했다. 203곳(47.1%)은 일부 제한을 두고 진료했고, 170곳(39.4%)은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불가능했다. 응급실 전담 의사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는 기관은 99곳(23%)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는 의료사고 수사와 재판의 부담이 소아 중증·응급진료를 맡으려는 의사들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압수수색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응에는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수사·재판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신생아 4명이 숨졌다. 이후 의료진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2심에 이어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부터 무죄 확정까지 약 5년이 걸렸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은 최종적인 유무죄 판단뿐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다. 아주대병원에서 수련하고 소아응급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송재우 씨(바로그의원 유성점 원장)는 최근 유튜브 채널 ‘닥터썰전’에서 지난 7월 아주대병원에서 숨진 환아의 진료를 맡았던 후배 의료진과 직접 연락했다며 해당 의료진이 “정말 그만둬야 될까 봐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재우 씨 역시 응급진료 현장을 떠난 배경으로 의료소송 부담을 꼽았다. 그는 “응급실 근무 당시 전문의 11명 중 5명이 소송에 걸려 있었다”며 “의료행위를 잘하고 있는 건지 계속해서 의심받는 환경을 버겁다고 했고, 나도 결국에는 그런 버거움 때문에 다른 길을 찾다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조동찬 한양대 융합의과학 특임전문교수(전 SBS 의학전문기자)는 해당 영상에서 “과실을 따지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조사는 해야 한다”면서도 “조사 방법에서 의료계가 이해하기 어려운 압수수색과 영장 집행이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을 앞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취지와 이번 압수수색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7년 5월 27일 시행되는 개정법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통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사고인지,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심의 기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사기관에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자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사고 수사 절차를 보완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제(6일) 경찰청과 실무회의를 했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합의해 진행 중”이라며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해 수사나 압수수색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신속하게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