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 강연…가치 창출 ‘곱하기’와 공유 ‘나누기’ 병행 강조

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선 제132회 동반성장포럼이 개최됐다. 이날은 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이 강연에 나섰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윤 회장은 최근 저서 'X경영' 등을 통해 AI 시대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더하기 경영 시대가 끝나고 곱하기 경영 시대가 도래했다"며 "곱하기 경영은 초성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초리스크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상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의 이름을 'X'로 바꾸고, AI 기업 'xAI'를 설립하는 등 유독 X라는 문자를 즐겨 사용하는 점에 주목하면서다.
X가 지닌 다양한 의미를 탐구하다 도달한 개념이 바로 'X경영'이다. 여기서 X는 대전환과 협업, 융합을 상징하는 동시에 '곱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기술과 산업, 인재가 연결될 때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과가 나타난다는 논리다.
윤 회장은 "10을 세 번 더하면 30밖에 안 되지만 세 번 곱하면 1000이 된다"며 "더하기는 매년 몇 퍼센트씩 성장하고 이익을 쌓아가는 방식인 반면, 곱하기는 초격차와 초성과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부의 축적 속도에서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막대한 부를 일구는 데 여러 세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오늘날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창업자들은 한 세대 안에 거대한 부를 일궜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배경에는 첨단기술과 협업, 사업 영역의 확장, 담대한 비전 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산업 간 협업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는 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특히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비즈니스 영토'가 강조됐다. 윤 회장은 "국내 특정 지역에서 사업하는 사람과 전국적으로 사업하는 사람, 글로벌 무대에서 사업하는 사람은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사업의 물리적 거점보다 시장과 활동 영역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하는 현상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기술과 자본, 글로벌 시장의 결합으로 짧은 기간에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이미 조성됐다.
이 같은 새로운 경영 방식에는 사고의 전환도 요구된다. 기존 성과를 10%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배의 성과를 목표로 혁신하는 '10X Thinking'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문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난제부터 해결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곱하기 경영에는 치명적인 위험도 존재한다. 성과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실패의 파급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를 '초리스크'라고 규정했다. 그는 "곱하기 0으로 하면 한 방에 0이 되는 것"이라며 "곱하기 마이너스가 되면 자기만 망하는 게 아니라 거래처와 가맹점까지 모두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 사례가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몰락이다. 한때 세계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젊은 기업가였지만, FTX가 파산하고 사기 범죄가 드러나면서 결국 수감됐다.
기술 혁신과 사업 확장만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윤리적·법률적 위험은 물론 정보보호와 금융 리스크 등도 기업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 이제는 결국 초성과를 추구하는 것만큼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이처럼 성장의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시대에는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윤 회장이 제시한 해답은 '폴리매스(Polymath)'다.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은 지식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그가 재정의한 폴리매스는 크게 두 유형이다. 각각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저마다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협업을 통해 거대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깊이 쌓는 게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요즘은 개별 분야의 전문성 못지않게 서로 다른 영역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전문가의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그러나 기술과 협업이 만들어내는 폭발적 성장이 반드시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AI 혁명으로 생산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과정에서 부의 집중과 경제적 격차가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회장은 "지금 X경영 때문에, AI 혁명 때문에 양극화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초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21세기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X경영은 동반성장이라는 또 다른 과제와 맞닿는다. 핵심은 '곱하기와 나누기'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곱하기라면,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은 나누기에 해당한다. 어느 한 쪽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윤 회장은 "나누기만 보는 게 아니다. 곱하기와 나누기를 함께 보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의 유명 제과점 성심당은 ‘나누기 경영’의 모범 기업이다. 윤 회장은 "성심당은 곱하기도 잘하지만 나누기도 잘한다. 나누니까 저절로 또 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통해 창출한 가치를 나누는 행위가 다시 기업의 성장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한 것이다.
결국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방적 지원을 넘어 서로에 도움이 되는 상생의 구조를 마련하는 게 최우선이다.
윤 회장은 강연 말미에 자신의 인생철학도 한 가지 소개했다. 어린 시절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배웠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원칙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 그는 "누가 보든 말든 남을 계속 도우면 반드시 나중에 선순환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