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시험엔 AI 별도 과목 없어…“시험보다 실무교육이 현실적” 현장 목소리
현직 변리사들은 변리사 시험의 선택 과목만으로 AI 분야 전문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 특성상 시험 과목을 추가하기보다 자격 취득 이후 실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AI 특허 전문성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를 두고 시험과 실무 사이의 간극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AI 관련 특허 담당 심사관은 2021년 35명, 2023년 36명, 2025년 40명이었고 올해 8월 기준으로는 39명이다. 올해는 정원 43명보다 현원이 4명 부족하다. AI 담당 심사관 1인당 연간 심사청구 건수는 2021년 149건에서 2025년 162건으로 늘었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AI 분야의 경우 심사 난도가 높아 전체 특허심사관보다 적은 물량을 처리하도록 업무량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처는 관련 인력 확충에 나섰다. 2024년 실시된 AI 전문심사관 채용에서 9명을 모집했지만 실제 임용자는 3명에 그쳤고, 이후 미충원된 6명에 대한 추가 채용을 진행했다. 올해에도 전문임기제와 일반직 심사관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2024년 5월부터 컴퓨팅·인공지능 분야 사건을 맡는 ‘인공지능 전담심판부’를 운영하고 있다. AI 분야 박사와 심사·심판 고경력자를 배치하고 외부 전문가 세미나와 전문 교육 등을 통해 기술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식재산처 관계자에 따르면 AI 특허 침해소송은 별도 분류 체계가 없어 AI 분야만 떼어 연도별 증감 추이를 산출하고 있지는 않다.

지식재산처는 데이터구조론이 AI·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초가 되는 과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구조론 응시자는 2017년 48명에서 지난해 5명으로 약 90% 감소했고, 2025년에는 합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같은 기간 회로이론 응시자도 430명에서 43명으로 줄어드는 등 일부 공학계열 선택 과목 응시 감소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시험 제도 개편이 선택 과목 응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부터 변리사 2차 선택 과목은 과목 간 난이도 편차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점수제에서 ‘패스·페일(Pass/Fail)’ 방식으로 변경됐다. 선택 과목은 점수가 50점 이상이면 패스를 받아 통과하게 될 뿐 총점과 평균 산정에서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보호법 응시자는 2017년 182명에서 지난해 601명, 저작권법은 같은 기간 9명에서 341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식재산처는 변리사 시험 제도 자체도 고정된 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시험 제도를 하나 만들어 10년, 20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담당 부서에서 매년 개선 사항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택 과목 제도는 2018년 패스·페일 방식으로 개편됐고, 2019년에는 특허법·상표법에 실무형 문제가 도입됐다가 수험생과 변리사회 등의 반대로 이듬해 폐지됐다.
현직에서는 특정 선택 과목 응시자 수를 AI 전문 변리사의 규모나 전문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AI를 비롯한 전자·소프트웨어 분야 특허 실무를 담당하는 변리사 A 씨 역시 시험 당시에는 데이터구조론 대신 디자인보호법을 선택했다. A 씨는 “전문 분야는 시험에서 어떤 선택 과목을 골랐느냐보다 학부에서 어떤 기술을 공부했고 실무에서 어떤 사건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A 씨는 공학 계열 선택 과목 응시가 줄어든 데는 수험 전략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택 과목 점수가 합격 총점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고 필수 법 과목 공부와 연계되는 저작권법이나 디자인보호법 등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특허법인도 채용할 때 2차 시험 선택 과목을 크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 별도의 시험 과목을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A 씨는 “AI 관련 과목을 신설하더라도 패스·페일 제도를 유지한다면 수험생들이 부담이 적은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격 취득 후 교육에서 최신 기술과 실제 심사·분쟁 사례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대신 변리사 자격 취득 이후 별도의 교육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변리사법에 따라 등록변리사는 2년에 24시간 이상의 연수 교육을 받아야 하며, 대한변리사회는 AI 심사실무와 AI 반도체, 생성형 AI를 활용한 특허실무, AI 분야 심사사례 등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대한변리사회가 운영하는 의무연수를 통해 AI 심사실무와 첨단기술, AI를 활용한 특허실무 등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 같은 후속 교육 체계를 고려하면 변리사 2차 시험 선택 과목만으로 AI 분야 전문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변리사 시험은 기초 소양을 검증하고, 분야별 심화 전문성은 신규 변리사의 집합교육과 현업 변리사의 의무연수로 보완하고 있다”며 “변리사 자격은 1·2차 시험에 더해 실무 수습까지 이수해야 취득되므로 2차 시험 선택 과목만으로 AI 등 신기술 전문성을 평가·양성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AI·머신러닝 등 별도 시험 과목을 당장 신설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시험 과목 개편은 수험생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기계·전기·화학 등 큰 카테고리에서 기초 필수 과목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최신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보완하는 구체적인 방향은 산업계·수험생 등 현장 실태를 파악한 뒤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