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즌 332홈런 활약 친정 요미우리 사령탑 등극…미 진출 선언 오다 지명 강행 요미우리 승부수도 주목

지난 10월 23일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던 날을 떠올렸다. 미국 무대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친정팀을 떠났다는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당시 스스로를 ‘배신자’라고 표현했을 만큼 마음의 짐이 컸다.
마쓰이는 오래전부터 요미우리의 차기 감독 후보로 꼽혀 왔다. 구단도 그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감독 취임은 좀처럼 현실이 되지 않았다. ‘산케이스포츠’는 “그 배경에 후배인 다카하시 요시노부와 아베 신노스케를 향한 배려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요미우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두 후배보다 먼저 감독을 맡을 자격은 없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다카하시가 2016~2018년, 아베가 2024년부터 올 시즌 도중까지 차례로 팀을 이끌면서 마쓰이의 마음속 걸림돌도 사라진 셈이다.
요미우리와 맺은 계약은 3년. 구단은 오랫동안 팀 출신 스타 선수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이른바 ‘순혈주의’를 고수해 왔다. 마쓰이 역시 그 계보를 잇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대가 쏠린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은퇴 후 뉴욕 양키스의 특별고문으로 활동하며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 때문이다. 요미우리의 오랜 전통에 미국 야구의 새로운 시각을 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험은 지도자로서도 값진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일본 야구가 전통적으로 감독과 코치의 지시를 중시해 왔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와 지도자 사이의 ‘소통’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야구 칼럼니스트 고지키는 “마쓰이가 요미우리에 가져올 변화는 거창한 전술보다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서 시작될지 모른다”고 짚었다.
최근 일본 야구계에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지도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의 이구치 다다히토 감독을 비롯해 한신의 후지카와 규지, 닛폰햄의 신조 쓰요시, 라쿠텐의 요시이 마사토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일본 무대에 접목하려는 흐름 속에서, 마쓰이가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팀을 바꿔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이 명감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마쓰이는 “지도자 경험은 거의 없다. 12개 구단 감독 가운데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 팀을 이끌며 시즌 전체를 책임진 적이 없는 만큼, 요미우리의 선택에는 기대와 위험이 공존한다.

요미우리의 승부수는 ‘고질라의 귀환’만이 아니다. 마쓰이 감독 취임 발표 하루 전인 10월 22일,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메이저리그 직행을 선언한 요코하마고교의 강속구 투수 오다 쇼키(18)를 1순위로 지명한 것이다. 최고 시속 157km를 던지는 오다는 일본 야구계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다. 하지만 이미 미국 진출을 선언한 선수를 지명하는 것은 자칫 귀중한 1순위 지명권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는 모험이다.
어딘가 낯익은 장면이다. 201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오타니 쇼헤이를 닛폰햄 파이터스가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했다. 구단의 끈질긴 설득 끝에 오타니는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투타를 넘나드는 활약으로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한 것은 물론이다. 요미우리도 14년 전 닛폰햄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 눈길을 끄는 인물이 마쓰이다. 요미우리의 간판타자에서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MVP로 우뚝 선 그는 일본과 미국 무대를 모두 경험한 살아 있는 성공 사례다. 오다의 지명 소식에 마쓰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월 2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세계 최고의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와 계약할 수도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오랜만에 전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직접 설득에 나설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오다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24년 만에 돌아온 전설의 타자와 미래의 에이스를 향한 과감한 베팅. 요미우리는 새로운 황금기를 꿈꾸며 잇달아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과감한 선택이 명문 구단의 부활을 이끌 묘수가 될지, 그 결과에 일본 야구계의 시선이 쏠린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