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찬밥 때론 지갑 계열사가 ‘봉’인가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중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다. 올해 1분기 약 3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30억 원가량에서 90억 원 줄어든 금액.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다. 지난해 말까지 약 3조 원이었는데 4조 6000억 원가량으로 대폭 증가한 것. 1분기 동안에만 무려 1조 6000억 원가량이 늘어났다.
실적부진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올해 초 9000원에 육박하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2일 현재 5000원대로 추락한 상태다. 라이벌 대한항공도 고유가로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아시아나항공보다 주가는 열 배 이상 높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처럼 노선을 감축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주가는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2일 노동조합에 “‘희망 휴직제도’(무급 휴직)를 실시한다”고 알렸다. 아시아나항공은 9·11사태와 사스(SARS) 발생 때에도 직원들에게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노조는 사측의 통보에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 상황에서 무급 휴직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윤현 노조 사무국장은 “무급이라도 쉬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인력이 부족해 휴일조차 잘 쉬지 못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신청서를 낼지 의문이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텐데 (무급휴직을) 강행한 것은 뭔가 수상하다. 직원들이 빠진 틈을 타 꼼수를 부리려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급 휴직제도가 그동안 사측이 주장했던 근무방식·근무조건 변경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무급휴직을 신청한 직원들은 10여 명 남짓이라고 한다. 지난 두 번의 무급휴직 신청자가 120명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은 인원이다. 이에 대해 노조에서는 “지금은 희망자에 한해 신청서를 받고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강제적으로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무급휴직에 대해 “비용절감으로 경쟁력도 확보하고 직원들에게 역량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윤현 사무국장은 “회사가 언제부터 그렇게 직원들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비용절감 한다면서 올해 1분기 경영진 임금은 27%나 올렸다. 또한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한 약정휴일조차 지키지 않아 노동부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강제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으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호아시아나 물류계열사들도 유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올해 인수한 대한통운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1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0억 원가량에서 대폭 감소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업계 특성상 요금을 바로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많은 물량을 새로 계약하는 업체들에는 유가 인상분을 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와중에 물류계열사 간 마찰음도 들리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에는 대한통운 한국복합물류 아시아나공항개발 대한통운국제물류 이렇게 총 네 곳의 물류계열사가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5월 초 “시너지 효과를 위해 물류계열사들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9일엔 대한통운이 대한통운국제물류를 합병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한 물류계열사들 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어찌 보면 국내 택배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물류계열사들의 속내는 그리 달갑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그동안 그룹 물류계열사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한국복합물류는 더욱 그렇다. 올해 초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복합물류는 그룹 내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계열사 중 하나였다. 박삼구 회장이 여러 차례 “물류 부문을 집중 육성하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통운의 등장으로 한국복합물류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아직 합병에 관해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중복된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은 계속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A 씨는 “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한 물류계열사 합병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합병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저항이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몇몇 노조에서는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에 인수한 대우건설에서도 ‘잡음’이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주로 박 회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다. 특히 대우건설 1분기 실적이 공개된 후 이 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520억 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00억 원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반면 부채는 지난해 말보다 약 1조 6000억 원 늘어났다.
이러한 실적부진을 두고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M&A에 동원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호아시아나의 기존 건설계열사인 금호건설에 밀린 결과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일부 직원들이 “데리고 온 자식이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인수하기 전과 후가 너무 다르다”며 박 회장을 원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각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금호아시아나는 올해 하반기 금호생명 상장을 준비 중이다. 현재 ‘생보사 1호 상장’을 놓고 동양생명과 경쟁하고 있는데 금융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생명 상장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를 그룹의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에서 찾고 있다. 보험사를 상장했을 때 조달할 수 있는 자금으로 “그룹의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장을 가장 반길 법한 금호생명 내부에서는 상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계자 A 씨는 “금호생명 일부 직원들은 회사 수익금이 그룹 M&A 등에 소요되는 자금으로 이용될 경우 대우건설처럼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