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마음‘’ 꿰뚫자 막힌 길도 뚫리더라
베이비시터 파견업체 ‘부모마음’ (www.bumomaum.co.kr)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순 사장(62)은 이러한 고충을 사업으로 연결, 맞벌이 부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5명의 베이비시터로 시작해 창업 10년 만에 1만여 명의 부모회원과 8000여 명의 시터회원을 확보, 은퇴 후가 더욱 빛나는 그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박영순 사장은 열 살짜리 손녀를 둔 평범한 할머니다. 그는 베이비시터 파견업의 아이디어를 딸과 손녀에게서 얻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10년 전 출산을 앞둔 딸이 양육 문제를 의논해왔어요. 직장에 나가야 해서 아이 양육을 맡아주었으면 하더군요. 당시 15년간 몸담았던 출판사를 퇴직하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던 시기였는데 남은 인생을 아이를 키우며 보내기는 싫더라고요. 그래서 안 된다고 단호히 거절했죠.”
난감해하는 딸의 모습을 보다가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이 번뜩 떠올랐단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베이비시터들이 아이를 돌본다면 일하는 엄마들이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결심이 서자 곧바로 창업 준비에 나섰다. 주 고객층이 젊은 엄마들임을 감안, 컴퓨터 교육은 물론 베이비시터 교육기관에서 3개월간 240시간의 교육 과정도 수료했다. 그리고 퇴직금 중 3000만 원을 투자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었다. 상호는 부모의 마음과 똑같이 아이를 돌본다는 뜻으로 ‘부모마음’이라고 지었다.
베이비시터 5명을 채용하고 우선 일산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존의 베이비시터 교육이 단순 이론에 불과하고 젊은 엄마들을 만족시킬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에 착안, 수많은 아동서적과 전문가들을 찾아가며 실생활에 적용이 가능한 베이비시터 교육과정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홍보의 어려움으로 부모회원은 물론 시터를 모집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 고민 끝에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고양시 여성개발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프로그램을 살펴본 담당자의 반응 역시 시큰둥했다. 아이를 돌보는 데 무슨 전문 교육까지 필요하냐는 것. 그는 현대 직장 여성들의 생활 패턴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설득, 시범 강의를 개설할 수 있었다.
“육아는 바로 부모 대신입니다. 부모들은 자신보다 아이를 더 잘 키워줄 사람을 찾아요.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은 필수죠.”
시범 강의가 좋은 반응을 보이자 맞춤 보육 프로그램은 고정 강의로 등록됐다. 기본적인 아기 돌보기는 물론 동화구연, 독서지도교육, 각종 놀이 등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15~80시간의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시터로 활동하자 사용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입소문이 나면서 부모회원 수가 부쩍 늘었고, 지점을 내고 싶다는 사람도 찾아왔다.
2002년, 경기도 안양에 첫 지점을 개설했다. 그런데 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지점 사용자들의 경우 가까운 곳에서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요구하는데 타 지역에 거주하는 시터들이 일산까지 교육을 받으러 오기가 쉽지 않았던 것. 이번에는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노력 끝에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센터에 자신의 교육프로그램을 고정 강좌로 등록시킬 수 있었다.
2005년 9월에는 베이비시터 수요가 많은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지점 역시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14개로 늘어났다. 사업이 안정화에 접어들자 2007년에는 노후자금을 보태 102㎡(31평) 규모의 사무실을 구입했다. 부모마음의 수익은 부모가 내는 사용료의 7~11% 수준. 지난해 본사가 기록한 연매출은 7억~8억 원 사이라고 한다.
부모마음의 주 고객층은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둔 부모가 대부분이다. 36개월 이상의 아이들은 놀이방이나 어린이집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보다 어린 경우는 집에서 돌봐줄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채용에서 투입까지 까다로운 시터 관리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시터의 신원은 물론 건강상태까지 꼼꼼히 점검하고 반드시 사투리가 아닌 표준말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 교육을 완료한 시터는 연령별로 다르게 투입한다. 신생아에서 만 36개월까지의 아이는 경험이 많은 40대의 노련한 시터를, 만 3세 이상의 아이는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20대 중반에서 30대의 젊은 베이비시터를 투입하는 것이다. 물론 엄마들의 요구사항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한다. 박 사장은 베이비시터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터를 사용하려는 워킹맘과 시터로 활동하려는 40~50대 중장년 여성층 모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터 수보다 시터 사용 희망자가 훨씬 많은 상황이고요.”
그는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40~50대 고학력 중산층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시터 일을 권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육아 경험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전의 육아 경험만으로는 젊은 엄마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교육과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박 사장은 “‘구구팔팔 이삼사’(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아프고 죽는 게 목표)라는 말이 이제는 ‘구구팔팔 이삼일’(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아프고 다시 일어나는 게 목표)이라는 말로 바뀌었다”면서 “일을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강조하며 중장년 여성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오랜 공백 기간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면 충분히 두려움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 보람은 물론, 수입이 있으니 인생을 즐길 수도 있고요. 단, 너무 쉽고 편한 일을 찾는 것은 금물입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