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도 이들 눈에 나면 ‘낙마’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벤 베이커 가족은 모두 총을 한 자루씩 소지하고 있다(위). 마이애미주에 거주하는 로이그란드 데 안젤리스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늘 총을 소지하고 다닌다. 사진출처=슈테른
NRA는 미은퇴자협회(AARP),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함께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강한 세 가지 로비단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총기 소유를 옹호하고 있으며, 때문에 의회에서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총기 규제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아니,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단 이들의 눈 밖에 나면 낙마를 당하기도, 심한 경우 의원직도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했던 콜로라도주 상원의원 두 명에 대한 소환투표를 추진해서 의원직 박탈을 이끌어낸 바 있으며, 지난 2000년 대선에서는 총기 규제 법안의 필요성을 주창했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낙마 운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결국 고어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에게 패했으며,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당시 고어의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로 NRA를 꼽기도 했다.
NRA에 소속된 유명인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하면 단연 찰턴 헤스턴을 들 수 있다. “총기 소지는 이 나라를 건설한 백인 조상들이 물려준 우리의 권리다”라고 주장했던 헤스턴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역대 회장 가운데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NRA 집회에서 총을 번쩍 치켜들고는 “딱 다섯 마디만 하겠습니다. 내 총은 절대 못 가져간다!”라고 외쳤던 그의 모습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인상 깊게 남아있다. 그가 회장으로 재직했던 기간 동안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려고 할 때마다 거의 온몸으로 막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고어 후보의 낙선에 그의 공(?)이 컸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밖에도 NRA를 지지하는 유명인들로는 우피 골드버그(배우), 척 노리스(배우), 칼 말론(농구 선수), 미란다 램버트(가수), 세라 페일린(전 알래스카 주지사), 존 밀러스(시나리오 작가)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NR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갤럽이 199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NRA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2012년 12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의 54%가 NRA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여기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수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년 4월 로이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82%가,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55%가 NRA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NRA의 회원인 것은 아니다. 총기 소지자 가운데 95%는 NRA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