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유포 ‘흑퀸시’ 사건 풀스토리

여고생 술 먹인 뒤 4대의 카메라로…

[일요신문] 한국인 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유포한 뒤 해외도 도주했던 미국인 A 씨(30)가 4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처벌을 받게 됐다. 일명 ‘흑퀸시’로 악명을 떨쳤던 A 씨는 지난 2009년 5월 입국해 대전 동구 국제화센터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였다. 성관계 동영상이 문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A 씨는 동료강사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A 씨의 사생활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인터넷에 유포한 뒤 해외로 도주했던 미국인 영어강사가 4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러던 2010년 10월, A 씨가 근무하던 국제화센터 측에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A 씨가 ‘흑퀸시’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한국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편집해 인터넷에 유포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국제화센터 측은 오랜 추궁 끝에 A 씨가 2010년 8월 말경 한국인 여성 2명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편집해 인터넷에 올렸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A 씨는 직장에서 해고됐고, 자신의 범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2010년 10월 중국을 통해 아르메니아로 도주했다.

‘흑퀸시’ A 씨가 해외로 도주한 이후 문제는 더욱 커졌다. A 씨가 유포한 동영상이 단순 유출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르노 영상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그는 숙소에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 3대와 손에 드는 카메라 1대 등 총 4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동영상을 촬영했다. 촬영된 영상은 26분 분량으로 편집돼 ‘The Korean lesson’과 ‘My Korean friend’라는 제목으로 해외 사이트에 유포됐다.

더 큰 문제는 동영상에 찍힌 여성 2명 중 1명이 고등학생(당시 15세)이라는 점이었다. A 씨는 ‘흑퀸시’라는 닉네임으로 국내 이성찾기 사이트에서 여고생을 만나 자신의 숙소로 유인해 술을 마신 뒤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평소에도 이성찾기 사이트에 자신의 출신지역과 대학 및 전공, 나이 등을 올려 많은 여성들의 환심을 유도했다.

또 다른 동영상에 등장하는 20대 여성은 동영상이 유포된 직후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A 씨가 해외 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은 삭제됐으나 P2P를 통해 동영상과 캡처화면이 퍼져나갔다. 게다가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국제화센터 측에서 마련해준 숙소인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지난해 10월 인터폴에 수배됐던 A 씨가 아르메니아 현지경찰에게 검거되면서 4년간의 도피행각은 막을 내렸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 유럽협약’에 따라 지난 1월 22일 A 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해 아동을 이용한 음란물 유포사범의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며 “송환절차를 밟기 시작한 지 100일 만에 범죄인을 송환하게 됐다. 아르메니아와 범죄인 인도 공조는 처음이었지만 통상 1~2년 걸리는 범죄인 송환절차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고 말했다.

‘흑퀸시’ A 씨의 국내 송환절차가 빨랐던 이유는 그간 국제사회의 주요현안이었던 ‘아동포르노 근절’을 위한 국제공조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2011년 가입한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유럽 47개국, 이스라엘, 남아공)도 A 씨의 국내송환을 앞당겼다. 한국과 아르메니아 간 직항이 없어 제3국인 아랍에미리트(UAE) 국경을 경유해야 하는 ‘통과호송’ 절차를 밟기도 했다. 앞서의 법무부 관계자는 “A 씨 송환당시 별다른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A 씨 사건이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에 가입한 이래 회원국에서 범죄인을 인도받는 최초의 사례로 앞으로 유럽 지역으로 도피한 범죄인의 송환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로 송환된 ‘흑퀸시’ A 씨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A 씨가 적용받고 있는 혐의인 아청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형을 확정 받으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이 전면 제한된다.

배해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