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검풍 맞을라’ 납작 엎드리기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현장. 리조트 운영업체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코오롱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연합뉴스
코오롱의 사과문 게재는 지난 17일 사고 발생 직후 이웅열 회장이 사과문과 함께 피해자 보상에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이은 발 빠른 조치다. 대기업이 이렇게 빨리 사죄의 뜻을 전하고 사고 수습과 피해자 보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나선 경우는 지금까지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최근 있었던 사상 최악의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나 GS칼텍스의 여수 기름 유출 사건 등에서도 이 정도로 빠른 반성과 대책 마련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만 20세가 채 되지 않는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터라 앞의 사건들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과 이웅열 회장의 조치는 전례를 찾기 힘든 모습이다. 코오롱 측은 리조트 붕괴 사고 희생 유족들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 문제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보상 금액과 규모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보상과 관련해 대부분 원만히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붕괴 사고 당사자로서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코오롱과 이 회장의 발 빠른 대처에는 다른 이유도 숨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리조트 운영사가 이웅열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리조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자칫 이 회장이 현 정부의 사정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마우나오션개발은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주)코오롱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0%는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26%)과 이웅열 회장(24%)이 나눠 갖고 있다. 또 이 회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주)코오롱 지분 44.06%를 보유하고 있다. (주)코오롱의 2대주주는 이동찬 명예회장(8.40%)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도 좋지 않고 비리나 사건·사고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계속 되고 있다”며 “이웅열 회장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열 회장이 사고 다음날인 18일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실 코오롱은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 대상 기업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 이명박(MB) 정부와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MB 정부에서 ‘만사형통’으로 통하던 이상득 전 의원이 코오롱 사장 출신이며 2007년 7월~2011년 12월 코오롱이 이 전 의원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50만~300만 원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동찬 명예회장과 이 전 의원은 고향(경북 포항) 선후배 사이다. 또 코오롱 출신 인사들이 MB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오롱은 현 정부와도 끈끈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웅열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절친’이라는 것.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코오롱 법률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번 붕괴 사고로 이 회장이 정부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코오롱이 ‘친박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는만큼 이번 일로 그룹 수뇌부까지 사정 칼날이 들이닥칠 것 같지는 않다”며 “이 회장이 신속하게 움직인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사실 법적으로 업무상 과실을 입증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며 “사고가 난 지 나흘이나 지난 21일에야 압수수색에 들어간 걸 보면 강력한 처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희생자 유족 보상은 2명을 제외하고 합의를 봤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