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선수한텐 아낌없이 쏜다
넥센은 올부터 2군에 ‘화성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넥센이 올해 성사시킨 변화들만 봐도 ‘혁신’과 ‘자립’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 시발점이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업무 제휴다. 1901년 창단한 보스턴이 파트너십을 맺은 아시아 프로구단은 넥센이 최초. 단순한 ‘자매결연’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 관계다. 넥센은 시즌 초부터 보스턴 구단에 전담 직원을 파견해 보스턴의 팜 구축과 운영 시스템, 세이버 매트릭스(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 선수 분석과 평가 및 트레이닝 방식 등을 전수받고 있다. 이 기법들을 한국 실정에 접목해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2군도 프랜차이즈화 했다. 올해 넥센 2군은 3년간 머물던 전남 강진을 떠나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파크로 둥지를 옮겼다. 동시에 올 시즌부터 2군에 ‘화성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로야구 역사상 팀 이름에 특정 지역명을 사용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1·2군의 이름을 분리하는 일도 처음이다. 2군이 단순히 1군을 위한 훈련의 장을 넘어, 독립적인 ‘리그’의 역할을 해내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 때문이다.
선수단과 구단 간의 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연봉 협상에서도 다른 구단 프런트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쓴다. 넥센은 창단 첫 4강에 진출한 지난해 겨울, 선수들에게 두둑한 보상을 했다. 주전 유격수 강정호(연봉 3억 원→4억 2000만 원)가 포문을 열고, 주전 3루수 김민성(8500만 원→1억 8000만 원)과 구원왕 손승락(2억 6000만 원→4억 3000만 원)으로 기대감을 고조시킨 뒤, 2년 연속 정규시즌 MVP 박병호(2억 2000만 원→5억 원)가 화룡점정을 찍는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들은 사인을 끝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단이 더 많이 제시해서 오히려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특급 대우에 대한 프런트의 의도는 명확하다. “야구를 잘하기만 하면, 누구나 이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목표 의식을 심어주겠다는 것. 외부에서 거물급 선수들을 데려 오느라 정작 ‘제 식구’들을 소홀히 한다는 내부 박탈감부터 없앴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앞으로는 내부 자원 단속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자립형 구단 히어로즈가 찾은 효과적인 생존법이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