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 오간 돈 대통령이 어떻게 기억하나”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다스 소송비 대납, 공천 헌금, 인사청탁 뇌물 등 총 100억 원에 달하는 뇌물 혐의와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 18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평창올림픽 초청장을 전달받은 뒤 이야기 나누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부풀려지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인정해야 할 만큼 확실한 증거가 있는 혐의가 무엇이 있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의 경우 대납을 받았다는 법무법인은 2009년부터 재판에 참여했는데 삼성은 이미 2007년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해당 법무법인에 돈을 보내고 있었다. 그 자문료가 어떻게 다스 소송비 대납금이 될 수 있나. 2007년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전이었다”면서 “이렇게 이미 해명을 했는데 MBC가 단독 타이틀까지 달고 마치 새로운 사실인 것처럼 삼성이 2007년부터 소송비를 대납했다면서 당선되기 전에 미리 보험을 들었다고 보도하더라.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삼성은 2007년부터 해당 법인과 자문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어차피 지급하는 자문료에 비해 하는 일이 없으니 남는 시간에 다스를 좀 도와줘라 이 정도였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2007년부터 삼성이 낸 자문료 전체를 소송비 대납이라고 검찰이 짜맞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스 소송비 대납건은 신경도 안 쓰고 있다. 다스 소송비 거스름돈을 받으려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듣고 웃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우리가 언론보도를 하나하나 해명을 하고 싶어도 알아야 해명을 하는데 이 전 대통령이 선거 때 오간 돈을 어떻게 다 기억하나.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돈 줬다는 사람은 없지 않나. 밑에 사람들이 선거자금을 어떻게 받고 어떻게 썼는지 이 전 대통령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대비는 하고 있지만 김관진(전 국방부장관)도 계속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지 않았나.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어도 판사가 법리로 판단할 거고, 마음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검찰 측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 측의 모르쇠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혐의까지 막무가내로 부인할 경우 가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편이 영리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