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설·반대파 숙청설 ‘뒤숭숭’
국세청이 이달 중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일요신문 DB
조용기 원로목사는 지난해 10월 특별선교비와 퇴직금 등 교비 ‘800억여 원’을 횡령한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을 한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도모임은 조 목사가 2004년부터 5년간 교회 예산에서 600억 원을 개인적 용도로 꺼내 썼으며, 퇴직금 200억 원을 교회의 의결 없이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검찰은 5개월여 만에 조 목사의 측근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5일부터 조 목사를 가까이서 보좌해온 전현직 교회 관계자 수 명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측근들은 검찰 조사에서 교비 600억 원의 용도, 퇴직금의 절차 및 적법성 등을 조사 받았지만 대부분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교회 관계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 목사를 소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런 와중에 국세청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전언이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내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교회 측에 조사를 통보했다. 여러 자료를 요구했으며 조만간 조사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세청에서 조사를 위해 여의도 CCMM 빌딩에 사무실을 협조해 줄 것을 교회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는 3월 중순에 진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식의 조사가 될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말 ‘종교인 과세법’이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종교인 소득에 대한 세무조사가 가능해졌지만 시행 시기는 2018년부터다. 아직까지 세무조사와 관련해서 교회와 종교인은 하나의 성역인 것이다.
결국 국세청이 조사를 나오더라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정장부나 헌금 기록에 대해선 들여다볼 수 없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한 재단이나 법인, 영리 사업 등 주변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고 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교회 영리 사업이 있다고 한다면 세금 납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현 상황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는 것도 국세청 조사 배경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이미 교회는 조 목사에게 600억 원의 특별선교비를 지급하면서 영수증 처리도 석연치 않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선교비의 출처가 만약 교회와 관련한 영리 사업이고 조 목사가 이를 취했다면 국세청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자금에 대한 출처 부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기도모임에서는 조 목사에 대한 새로운 횡령 의혹을 포착해 고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의혹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한 기관에서 조 목사가 수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금 포탈 의혹도 제기될 여지가 생긴다. 앞서 조 목사는 기도모임 측의 고발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여 원의 손해를 끼치고 세금 35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2014년 법원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한 교회 한 관계자는 “여러 의혹들이 흉흉하게 도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이를 한번 들여다보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세청 측은 “조사 관련된 사안은 확인을 해줄 수 없다”라며 입을 굳게 닫았다.
이처럼 뒤숭숭한 분위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포착된다. 대표적으로 조 목사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기도모임을 쳐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교회 내부에서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도모임만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앞서 지난 1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장 측은 기도모임 측에 문서를 보내 “당회를 열어 해당 문제(조 목사와 관련한 비리 의혹 등)를 논의할 특별기구를 구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문제는 특별기구에서 논의하고 해결되기를 원하며 특별기구가 설치되면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기도모임을 해체하길 바란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때문에 교회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에서 기도모임에 대한 징계안이 회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2월 14일 당회를 열고자 했으나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무산된 바 있다. 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회는 3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회에서 어떤 논의나 안건이 오를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기도모임 한 관계자는 “징계안이 회부된다는 얘기는 아직 명확히 듣진 못했지만 그런 기류가 포착되는 것으로 보인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조 목사의 타락을 막고 퇴진을 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당회에 대한 계획은 특별히 없고 국세청 조사와 관련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