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보톡스’하고 피부과서 ‘임플란트’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환자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넘겨진 치과의사 정 아무개 씨(48)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의료법이 허용하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는 의료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이 의사의 보톡스 시술보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 공중보건상의 위험이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치과의사의 치아, 구강, 턱과 관련되지 않은 안면부에 대한 의료행위가 모두 치과 의료행위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고 안면부 보톡스 시술이 의사만의 업무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의료법에는 치과 의사의 임무에 대해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하는 등 행위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한편, 이같은 판결에 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의료법상 치과의사의 진료 영역은 구강과 입 주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치과의사협회는 치과대학 교육과정에 보톡스 시술 내용이 포함되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씨는 2011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 병원에서 환자 2명에게 눈가와 미간 주름치료를 위해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정 씨의 시술이 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치외과적 시술에 해당하지 않고 눈과 미간의 주름이 질병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