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하나 통합 멤버십 경쟁…할당량 채우려 읍소에 대가 제공도
A 씨는 우리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한 친구로부터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고 앱을 깔았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오늘까지 단 한 번도 접속한 적이 없다.
# “앱 하나만 깔아주시면 안 될까요?”
통장재발급을 위해 신한은행 지점을 찾은 B 씨는 은행원으로부터 ‘실적 때문’이라는 부탁을 받고 앱을 설치했다. 그러나 9일이 지난 오늘, 앱을 삭제했다. B 씨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건네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스마트폰을 조작한 게 아닌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상당히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 “과일주스 음료를 공짜로 드려요.”
C 씨는 최근 한 달 넘게, 사무실 근처 생과일주스 가게 앞에서 KEB하나은행 은행원들에게 앱을 깔아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무더운 날씨에 점심도 못 먹으며 영업을 하는 그들이 처량해보였지만, 한편으론 불법 영업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통합멤버십서비스. 출처=각 사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고객 유치전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고객 유치전으로 은행원이 ‘앱팔이’, ‘앵벌이’ 등에 비유되는 등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는 인근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자제 권고를 받기도 했다. 같은 시중은행의 다른 지점에서는 앱 설치 고객 한 명당 2000원 상당의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지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은행원들의 불만도 거세다. 한 은행원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가족, 친척, 친구, 두세 다리 건너 지인들에게까지 부탁을 해야 한다”면서 “나 스스로 은행원인지 영업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ISA)가 시행된 이후 기존 고객 유지 및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은행원과 고객의 양해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효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각종 멤버십 포인트가 상당한데, 이 모든 포인트를 돈으로 바꿔 계좌로 이체·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가 통합 멤버십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그룹도 하반기 통합 멤버십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멤버십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