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포지션별 ‘베스트10’ 선정…미국은 수비·타격 나눠 시상
이 시상식 릴레이의 대미는 언제나 ‘골든글러브 어워드’가 장식한다.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KBO 공식 시상식이다. KBO 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꼭 받아보고 싶어 하는 상. 오랜 시간 선수로 뛰다 은퇴한 뒤 “골든글러브 한 번 못 받은 게 한으로 남는다”고 털어 놓는 야구인도 많다.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 투표보다 투표인단 범위도 훨씬 넓다. 한 시즌 동안 KBO 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는 물론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을 비롯한 미디어 관계자들이 모두 투표권을 갖는다. 그만큼 권위가 높고 인정도 받는다.
2016 골든글러브 시상식 모습. 연합뉴스
# 골든글러브 후보는 왜 40명이나 늘었나
올해 골든글러브 후보는 총 85명이다. 지난해 45명이었던 후보가 무려 40명이나 훌쩍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부문 평균 4~5명씩만 후보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 올해는 각 구단 주전 선수 대부분이 후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보 선정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골든글러브’의 의미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상 이름에는 ‘글러브’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를 뽑았다. 사실상의 ‘베스트 10’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수비 부문을 따로 시상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골든글러브 후보도 경기 수와 타격 성적을 기준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준 타율은 그해 양상이 투고타저냐, 타고투저냐에 따라 매해 달라지곤 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투수와 지명타자를 제외한 야수 전 포지션에서 규정 타석을 채우고 해당 포지션에서 96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를 기본 조건으로 삼았다. 1루수로 단 1이닝만 소화했더라도 경기 수에 포함이 되는 식이다. 타율은 포지션 특징별로 달랐다. 상대적으로 타격보다 수비가 강조되는 포수와 유격수는 각각 0.290과 0.280 이상을 기록해야 후보에 오를 수 있는 기준을 충족했다. 1루수, 2루수, 3루수, 외야수는 모두 타율 0.310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또 지명타자 포지션은 지명타자 출전 경기를 포함해 96경기 이상을 출전하면서 타율은 3할 이상이 나온 선수여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특히 포수 부문이 그랬다. 당시 롯데 소속이던 강민호는 부상 여파로 포수 출장 경기수가 95경기에 불과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포수 출장 이닝으로만 치면 총 763⅓이닝으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양의지(740이닝)보다 많았다.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NC 박석민과 역시 100타점을 넘긴 NC 나성범이 기준 타율 0.310을 통과하지 못해 후보에서 탈락한 것도 눈에 띄었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했다.
결국 KBO는 올해부터 골든글러브 후보가 ‘해당 포지션에서 수비를 얼마나 소화했는가’에 더 비중을 뒀다. 포지션 이름을 걸고 받는 상인 만큼 선정 기준을 수비 이닝수(지명타자는 타석 수)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포수·내야수·외야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 수×5이닝) 이상 수비한 모든 선수가 후보에 올랐다. 다른 포지션을 겸업한 이닝은 합산에서 제외됐다. 지명타자는 지명타자 타석을 297타석(규정타석의 3분의 2) 이상 채워야 후보 자격을 얻는다.
부상 여파로 포수 출장 경기수가 적어 지난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강민호.
야수가 아닌 투수 부문 기준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해 투수 골든글러브 후보 요건은 평균자책점 3.40 이하, 15승 이상 또는 30세이브 이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규정이닝 소화, 10승 이상, 30세이브 이상, 30홀드 이상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후보로 선정됐다. 올해의 기준이 예년과 같은 점은 정규시즌 개인 타이틀 수상자가 모든 포지션에서 자동으로 후보에 오른다는 점뿐이다.
그 결과 후보는 투수 26명, 포수 6명, 1루수 5명, 2루수 8명, 3루수 6명, 유격수 5명, 외야수 22명, 지명타자 7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KBO 관계자는 “그동안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과정에서 포수나 지명타자는 물론 야수들의 타격 성적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많이 일었다”며 “골든글러브의 취지를 더 살리기 위해 후보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 메이저리그는 어떤 상들을 시상하나
한국보다 역사가 훨씬 길고 구단이 세 배나 더 많은 메이저리그는 공격과 수비 관련 상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수상 기준을 놓고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다. MVP와 올해의 신인, 올해의 감독, 최고 투수(사이영 상), 최고 타자(행크 아론 상) 외에도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따로 수여한다.
골드글러브는 한국의 ‘골든’ 글러브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수상 기준은 다르다. 포지션 별로 수비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정하는 상으로 1957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글러브 제조회사 롤링스의 홍보담당자가 당시 메이저리그 선수의 83%가 롤링스 글러브를 쓴다는 통계에 고무돼 이 상을 창안했다. 첫 해에만 양대 리그를 통합해 시상했고, 1958년부터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로 나뉘어 각각 뽑는다.
초기에는 유력 스포츠 주간지 ‘스포팅뉴스’가 위촉한 야구기자 19명이 투표로 뽑았다. 그러다 1965년부터 모든 구단 코칭스태프가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단 형평성을 고려해 소속 구단 선수에게는 투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실 타격과 달리 수비에는 큰 기복이 없다. 한번 잘한 선수가 계속 잘한다. 이 때문에 골드글러브는 유독 연속 수상자가 많다. 제구력의 마술사로 통했던 그렉 매덕스는 1990년부터 2002년까지 13년 연속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을 정도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놓치지 않았다. 오마 비스켈도 2002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9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가져갔다. 비스켈은 2005년에도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서 통산 10개째 골드글러브를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13년 연속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그렉 매덕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실버슬러거는 각 포지션 별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골드글러브와 마찬가지로 루이빌 슬러거 배트를 생산하는 ‘힐러리치 브래즈비’가 1980년부터 홍보 목적으로 만든 상이다. 이 상 역시 메이저리그 각 구단 코칭스태프가 투표에 참여하고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최고 타자의 이름을 적어낸다. 타율이나 홈런뿐 아니라 출루율, 장타율을 비롯한 여러 공격 지표가 수상의 기준이 된다.
기본적으로 양대 리그에서 포지션별 합계 9명을 선정하지만,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는 지명타자 대신 타석에 들어서는 투수 포지션이 실버슬러거에 포함된다. 유명한 투수들 가운데서도 실버슬러거를 받은 선수가 많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는 ‘홈런 치는 투수’로 유명하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도 홈런을 때려낸 그는 2014년과 2015년에 2년 연속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올해도 개막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폭발시키며 ‘타자’로도 힘차게 출발했지만, 실버슬러거는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에게 양보했다.
골드글러브는 외야수 부문을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로 세분해 시상하지만, 수비를 고려하지 않는 실버슬러거는 위치 구분 없이 가장 타격 성적이 좋은 외야수 세 명에게 차례로 준다. 역대 가장 실버슬러거를 많이 수상한 선수는 홈런 타자 배리 본즈. 외야수 부문에서 무려 12번이나 은색 배트를 받았다. 포수 부문 마이크 피아자(10회)와 유격수 부문 배리 라킨(9회)도 오랜 기간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강의 타자로 군림했다. 최근에는 휴스턴의 호세 알투베가 아메리칸리그 2루수 부문 실버슬러거를 4년 연속 점령하고 있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지난해까지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부문을 5년 연속 수상했지만, 올해 부상에 발목을 잡혀 6년 연속 수상에 실패했다.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합친 개념이나 다름없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최고의 선수가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두 상을 한 해에 동시에 수상하는 ‘공수 겸장’이 의외로 많지 않다. 그 희귀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 LA 다저스 류현진의 천적으로 유명한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다. 그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 석권해 박수를 받았다. 골드글러브 하나로만 놓고 보면 5년 연속 수상이다. 애리조나 투수 잭 그레인키는 다저스 시절인 2013년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뒤 이듬해인 2014년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투수 최고의 영예, 사이영 상…클레멘스 7번 역대 최다 42세 최고령 기록도 전 세계 프로야구 투수들이 모두 동경하는 상. 매년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 어워드’다. 사이 영(Cy Young)은 1890년부터 1911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투수다. 본명은 덴톤 트루 영. 그러나 ‘사이 영’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태풍의 한 종류인 ‘사이클론’처럼 공이 빠르다는 의미로 붙은 별명이다. 그는 클리블랜드(1890∼1898년·1909∼1911년), 세인트루이스(1899∼1900년), 보스턴(1901∼1908년·1911년)에서 22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통산 총 906경기에서 7354이닝을 던지면서 무려 511승을 올렸다. 통산 평균자책점은 2.63. 탈삼진은 2803개다. 선발 등판한 815경기 가운데 무려 749경기를 완투했다. 그 가운데 완봉승도 76번이나 된다. 말 그대로 전설적인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는 사이 영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1956년 사이영 상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1966년까지는 양 리그를 통합해 한 명에게만 상을 줬지만, 1967년부터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구분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역사가 쌓여가면서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의 투수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상자는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로 구성된 투표인단이 결정한다. 매년 각 리그 15개 구단에서 팀당 두 명씩 대표로 투표할 기자가 선정되고, 그렇게 꾸려진 30명이 해당 리그 투표에 참여해 1위부터 5위까지 투수 다섯 명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1위 표는 7점, 2위 표는 4점, 3위 표는 3점, 4위 표는 2점, 5위 표는 1점이 주어진다. 이 모든 득표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상을 받는다. 이런 투표 방식 탓에 종종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에선 1위 표를 14장이나 받은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14장)가 1위 표 8장을 받는 데 그친 릭 포셀로(보스턴)에 밀려 논란이 됐다. 포셀로가 2위 표 18장을 가져가면서 2위 표를 2장밖에 챙기지 못한 벌랜더를 총점 5점 차로 앞질렀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기자가 벌랜더를 5위 안에도 포함시키지 않은 사실이 공개돼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로저 클레멘스는 무려 일곱 번이나 사이영 상 트로피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역대 사이영 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투수는 로저 클레멘스다. 무려 일곱 번이나 트로피를 받아 들었다. 2004년 42세 나이로 수상자가 돼 역대 최고령 기록도 갖고 있다. 클레멘스 다음으로 많이 받은 선수는 5회 수상한 랜디 존슨이다. 지금까지 사이영 상을 2회 이상 수상한 투수는 총 19명뿐. 이 가운데 현역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맥스 슈어저(워싱턴),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뿐이다. 슈어저와 클루버는 나란히 올 시즌 사이영 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슈어저는 2003년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내셔널리그 상을 가져가면서 양대 리그에서 사이영 상을 수상한 역대 6명의 투수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슈어저와 커쇼의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슈어저는 올해 2년 연속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커쇼를 제치고 사이영상을 탔다. 2013·2014년 연속 수상한 커쇼의 뒤를 이어 통산 10번째 2년 연속 사이영 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개인 세 번째 사이영 상 트로피를 손에 넣으면서 커쇼의 수상 횟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역대 만장일치 수상자는 총 23번 나왔다. 현역 선수 가운데선 벌랜더(2011년)와 커쇼(2014년)밖에 없다. 두 투수는 사이영 상과 정규리그 MVP를 동시 수상한 10명 가운데 단 두 명에 불과한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