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전당대회’ 개최 저지 예고…최악의 경우 반대파 탈당 결행
안 대표는 지난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 및 대표 자신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의당 전당원투표를 통해 응답자 74.6% 찬성이라는 투표 결과를 이끌어냈다. 통합 절차 전반전에서 일단 승리를 거둔 셈이다. 안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 여세를 몰아 2월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후반전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치 않다. 통합 반대파가 통합을 위한 필수 절차인 전당대회 개최부터 막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최악의 경우, 통합 반대파가 결국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안 대표가 대한민국 대표 정치인 반열에 오를지, 실패한 정치인의 대열에 합류할지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추진협의체가 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국민의당 이태규, 이언주 의원과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오신환 원내대표가 참석해 양당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통합파, 전당대회 고비 넘을까
‘통합’이라는 결승골이 터지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라는 최종 수비수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찬성파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전당대회의 모든 절차를 관할하는 의장과 의장을 대신할 부의장이 모두 통합 반대파라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1월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국민의당 제1회 전국당원대표자 회의’를 열고 이상돈 의장, 윤영일·이용호 부의장을 임명했다. 사실 안 대표가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이런 구도를 막았을 터. 1년 뒤 통합 전당대회를 예상했더라면 전당대회 의장에 ‘친안(친 안철수)’파를 임명했을 것이다.
안 대표는 자신이 주도해 임명한 전당대회 의장과 부의장 때문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일단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종 의결되려면, 전당대회에서 대표당원 과반 출석에다 출석 당원 과반수의 찬성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전당대회 의장이자 반안으로 분류되는 이상돈 의원이 전당대회 의장 자격을 내세워 전대 소집조차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어 안 대표를 비롯한 통합파는 끙끙 않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당헌에 따르면 전대 개최 요건과 별도로 이를 소집하는 주체는 ‘의장’으로 규정돼 있어 소집부터 의장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또 전대가 열리더라도 의사봉을 쥔 의장이 안건 상정을 지연시키거나, 반대파의 필리버스터를 허용해 통과를 무산시킬 여지도 있다. 전당대회 의장인 이 의원은 통합 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에 속해 있다.
통합파는 합당 결의를 위한 전대 개최를 위해 의장 대행을 지명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일단 취하고 있다. 통합 교섭창구를 맡고 있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1월 2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당무 위원회가 전대 소집을 의결하면 의장은 이를 집행할 의무가 있다”며 “다른 분을 의장 대행으로 지명하는 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의장인 이 의원이 전대 개최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 등 징계절차까지 밟을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통합파는 의장 대행 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전대 부의장 2명(윤영일·이용호 의원) 역시 반대파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실효성이 불투명하다. 통합에 대해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는 “전대 의장은 전대를 통해서만 선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통합파 측이 내세우는 의장 교체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통합파는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전자투표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투표 역시 시행하려면 전당대회 의장이 전자투표 개시 선언을 해야 가능하다. 통합파는 전자투표가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해 또 다른 카드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전국당원대표자회의를 매번 개최하는 어려움으로 당헌 제13조 제2항에 따라 당의 해산, 합당과 관련한 사항을 제외한 권한을 중앙위원회로 위임할 것을 의결한다’는 내용의 권한 위임 의결 사항이 만들어졌다. 이는 의장 교체를 전당대회가 아닌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통합파 측은 밝히고 있다.
# 세 열세 반대파, 신당 추진 나섰지만 글쎄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전당대회 저지 등 바른정당과의 통합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통합파의 힘이 현재로서는 워낙 세 통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을 반대파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반대파는 통합 대열에서 이탈해 새로운 당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통합 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1월 3일 국회에서 박지원 정동영 의원 등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총력 저지와 가칭 개혁신당 추진준비를 병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반대파가 신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국민의당 대주주임을 내세워온 통합 반대파가 결국 신당 창당까지 얘기하고 나선 것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저지가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합 반대파는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냈고 ‘나쁜 투표 거부운동’까지 펼쳤지만 안 대표는 전당원 투표를 당초 방침대로 진행했고 통합 전당대회 개최 시도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더욱이 3일엔 ‘통합 로드맵’까지 확정 발표돼 통합 반대파의 위기감을 키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는 3일 “2월달 내에 신설합당 방식으로 통합을 완료하는 데 노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렇듯 통합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자 반대파는 통합 저지에만 몰입돼 있다가는 6월 지방선거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뛰쳐나갈 국회의원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20명을 모으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합 반대파가 지난해 12월 31일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를 출범시켰을 때 성명서에 이름을 적은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조차 18명에 불과했다. 이들 모두가 신당에 동참한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 통합 반대파의 주류인 호남계 중에서도 박주선·김동철·주승용·황주홍·박준영 의원 등은 여전히 안 대표와 반대파 사이에서 갈등 중재를 시도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어 이들이 신당에 합류한다는 결론도 섣불리 내리기는 어렵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도 당에서 제명 등의 조치가 있어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데 통합파가 제명을 해줄 리 만무해 비례대표 의원들이 새로운 당에 참여할 가능성도 사실상 막혀있다.
# 통합신당 운명 지방선거에 달려
국민의당 내부 반대파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통합이 설사 이뤄진다 하더라도 새로운 ‘통합정당’이 넘어야 할 고비는 많다. 우선 두 당은 색깔이 많이 다르다. 정체성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두 당 지도부는 ‘중도개혁’이라는 틀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정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구성원들은 그동안 많은 분야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국민의당의 대표적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위안부 이면 합의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잘못된 합의니까 파기해야 한다고 하고,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왜 (현 정부가) 이를 공개하느냐’고 문제 삼았다. 역사관이 다른 것”이라며 두 당은 정당 이념적으로 합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사람을 더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싫고, 자유한국당도 마음에 차지 않는 정치세력을 붙들어 와야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통합 이후 만들어질 새 지도체제에 기존 안철수·유승민 쌍두마차가 아닌 다른 인물 영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 제3세력도 통합정당에 참여시켜야 하는 만큼 외부 인사에게도 공동대표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 영입 대상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여러 정치인들의 실명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도 큰 숙제다.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울 만한 중량감 있는 후보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서 표몰이를 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유승민 대표의 ‘전문가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향후 대한민국의 먹고 살 문제를 통합신당이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만한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 두 당 의원들의 한목소리다. 안 대표 측에서는 수도권, 호남과 충청 등에서 최소 5곳을 잡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 현역의원은 “지방선거가 새 통합정당의 첫 데뷔무대가 될 것인 만큼 광역단체장을 몇 자리나 가져가느냐가 신당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 일정이 촉박해 공천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정당이 지방선거 이후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경철 매일신문 서울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