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굿’ 지미 파레디스, 에반스의 향기 지울까
또 하나는 새로운 외국인선수들의 등장이다. 헥터 노에시, 팻딘, 로저 버나디나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이룬 KIA 타이거즈를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팀들이 한두 명의 외국인 ‘신입생’을 받아들였거나 받아들일 예정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 후 메이저리그를 거쳐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활약하다 두산과 계약을 맺은 지미 파레디스, 지난 시즌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의 동료로 뛴 제러드 호잉(한화) 등 최근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KBO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일요신문>에서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중 아시아 담당 스카우드를 대상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될 새로운 외국인 선수 3인방의 장단점과 평가를 알아봤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중 2명의 한국인과는 전화 인터뷰를, 1명의 미국인 스카우트와는 이메일로 인터뷰를 주고받았다.
두산의 새 용병 지미 파레디스. 연합뉴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전면 교체했다.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조쉬 린드블럼, 세스 프랭코프, 지미 파레디스로 교체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 두산 팬들이 신문 광고를 게재할 만큼 ‘니느님’ 니퍼트에 대한 사랑이 절대적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두산이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젊음과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대신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을 새로운 에이스로 꼽았다. 린드블럼이 KBO리그 유경험자라면 세스 프랭코프, 지미 파레디스는 KBO리그가 처음이다. 두 선수에게는 낯선 KBO리그 적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2016시즌 40승 302탈삼진 평균자책점 3.39를 합작했다. 린드블럼과 프랭코프가 그 정도의 역할을 해줄지는 미지수이다.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10만, 연봉 75만 달러)에 계약한 프랭코프(30)는 마이너리그 통산 266경기 중 70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대부분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195cm의 키에 90kg의 체중을 이용해 내리 꽂는 투구는 위력적이라는 평가이다.
야수로 영입한 지미 파레디스(30)는 201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5~16시즌에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도 뛰었다. 2015년 볼티모어에서 104경기 타율 2할7푼5리(363타수 100안타) 10홈런 OPS .726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토론토와 필라델피아에서 83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2푼2리(158타수 35안타) 5홈런 OPS .620을 기록했다. 파레디스의 장점은 지난 시즌 일본의 지바롯데(89경기 타율 2할1푼9리 59안타 10홈런 26타점)에서 뛰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정교한 일본 투수들을 상대한 경험은 KBO리그 투수 대응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메이저리그 동부지역의 한 팀에서 활약하는 스카우트 A 씨(한국인)는 두산과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한 지미 파레디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아시아 중 주로 일본 선수들을 담당한다는 A 씨는 “두산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즉시 전력감을 영입했다”면서 “지난 시즌 일본을 자주 오가며 파레디스의 활약을 눈여겨봤는데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기대한 것만큼의 활약을 해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미 아시아 문화를 접한 터라 한국에서는 일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파레디스는 휴스턴과 계약을 맺을 당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국제 아마추어 야수 계약금으로 제일 많은 금액을 받았을 만큼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데뷔 후 잦은 팀 이동으로 부침을 많이 겪었지만 아직 자신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80만 달러에 파레디스를 영입했다는 건 금액면에서 성공적이다. 단, 파레디스가 지난 시즌 두산의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타율 0.296 152안타 27홈런 90타점 출루율 0.352)를 능가할 만한 모습을 보여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한화의 새 용병 제러드 호잉. 사진=한화 이글스
“제러드 호잉은 2016년 겨울에도 다른 리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도 텍사스에서 2시즌을 유망주로 뛴 선수가 일본도 아닌 KBO리그를 택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였고 비록 텍사스에서 방출되긴 했지만 빅리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다 다시 빅리그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실력의 선수였다. 부상만 없다면 한국에서 자신의 모든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도 훌륭한 선수로 보고돼 있다. 제러드 호잉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
제러드 호잉은 2016년 텍사스에서 빅리그 데뷔 후 첫 시즌에는 38경기에 나서 타율 0.217, 5타점, OPS 0.526을 기록했고 2017시즌에는 36경기에서 타율 0.222, 1홈런, 7타점, OPS 0.565를 기록하는 등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트리플A에서는 통산 5시즌 동안 512경기, 타율 0.254, 83홈런 272타점 78도루, OPS 0.773을 기록했다. 거포 스타일도 아니고 빼어난 성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최근까지 빅리그 무대를 경험했다는 점과 빅리그와 KBO리그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KBO리그에서 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러드 호잉은 한화 입단 확정 후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와 나는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는 중”이라면서 “아내는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의 와이프들과 친분을 맺고 그들로부터 한국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입수하면서 적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서 “나는 야구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매일 경기에 뛰고 싶었고 한화가 그 기회를 내게 제공했다. 하루 빨리 KBO리그의 열정적인 관중들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 펠릭스 듀브론트(31)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브룩스 레일리와 함께 올 시즌 좌완 원투펀치를 이뤄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듀브론트는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보스턴에서 2012, 2013년 각각 11승을 챙겼을 만큼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건강했을 때의 듀브론트는 150km대의 빠른공과 커브, 체인지업 등의 구종을 던지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2016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듀브론트 영입을 앞두고 다각도로 그의 몸 상태를 체크했던 롯데는 그가 수술 2년 차 시즌에 더욱 좋은 몸 상태를 보일 거라는 확신을 갖고 계약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롯데의 새 용병 펠릭스 듀브론트. 사진=롯데 자이언츠
인터뷰에 응한 3명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KBO리그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마이너리그 선수들한테 매력적인 무대로 인식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는 두 가지. 마이너리그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것과 리그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NC 다이노스에서 3년을 보내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던 에릭 테임즈의 성공 사례는 한국 무대를 처음 밟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희망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실제 한화의 제러드 호잉은 “에릭 테임즈가 KBO리그에서 뛰다가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한 부분이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의 성공 스토리가 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지만 덕분에 KBO리그에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면서 “테임즈가 메이저리그로 복귀하자마자 31개의 홈런을 때려낸 것만 봐도 KBO리그의 수준이 높다는 걸 증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스카우트 A 씨는 한·미·일 야구시장의 흐름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향하는 걸 선호했다면 지금은 굳이 일본을 경험하지 않고 곧장 한국으로 향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대우가 좋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이미 KBO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미국으로 돌아가 다른 선수들에게 한국 야구 문화와 리그 수준에 대해, 또 생활 등을 높이 평가하며 좋은 메시지를 전한 것도 유능한 선수들의 한국행을 이끄는 요인이 되었다.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온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 몸값은 누구? 200만 달러 헥터, ‘니느님’ 최고 기록은 못깨 그렇다면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의 몸값을 기록한 선수는 누구일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더스틴 니퍼트가 21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의 몸값을 받는 선수였지만 올해는 kt와 1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순위가 확 떨어졌다. 현재는 양현종과 함께 20승을 거둔 KIA 헥터 노에시를 꼽을 수 있다. 헥터는 KBO리그 첫 시즌인 2016년 170만 달러에서 2017년에 동결된 금액을 받았다가 올 시즌 30만 달러가 오른 200만 달러의 연봉에 재계약을 맺었다. 20승5패, 평균자책점 3.48, 201⅔이닝 투구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구단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같은 팀의 로저 버나디나는 1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어느새 4년차인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는 구단과 17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보장 연봉이 140만 달러, 옵션이 35만 달러다. 2015년 계약금(10만 달러)을 포함해 35만 달러, 2016년 75만 달러, 2017년 85만 달러를 받았던 켈리의 연봉 상승액은 무려 64.7%.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을 올렸다. 넥센의 에스밀 로저스는 150만 달러를,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은 145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삼성이 새로 데려온 투수 팀 아델만은 현역 빅리거 출신이란 점 때문에 105만 달러를, 롯데 내야수 앤디 번즈는 타율 0.303리, 15홈런, 57타점, 71득점을 기록하며 73만 달러에 계약했다. 인상률은 11.0%.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도입은 1998년부터 시행됐다. KBO 역사상 첫 번째 외국인 선수였던 투수 조 스트롱(현대 유니콘스)은 총액 12만 달러(연봉과 계약금 10만 달러에 체재비 2만 달러)에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17시즌 10개 구단 30명의 외국인 선수 평균 연봉은 103만 3000달러였다. 2018시즌은 평균 연봉이 105만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평균 100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한편 미국에서 한국 찍고 일본에 가서 대박을 터트린 사례도 있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윌린 로사리오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2년 8억 엔(약 76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로사리오는 지난 시즌 한화에서 150만 달러(약 17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