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 세이프가드 적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 및 태양광 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를 부과하라는 권고안을 승인했다. 당초 승인시한인 2월 2일보다 앞당겼다.
이에 따라 첫해 수입 세탁기 120만 대에는 20%의 관세가 부과되며, 초과 물량과 특정 부품 5만 개 초과 물량에 대해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씩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수입 태양광 전지·모듈의 경우 2.5GW 이상일 때 첫해 30%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정부는 “이 결정은 이러한 수입품들이 국내 제조업체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는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에서 세탁기를 덤핑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고 폭탄 발언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연간 약 300만 대의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동남아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전자 등 세탁기에 대한 현행관세는 1% 수준이다.
이번 결정은 삼성과 LG의 프리미엄 세탁기에 시장 점유율을 뺏긴 미국 월풀이 삼성·LG 등을 겨냥해 제재 수위가 약하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해 온 것을 미국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LG전자가 미국내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고 있지만 가동을 통한 정상적인 물량 공급에는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대책마련에 부심 중이다.
한국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에 국제무역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국제 무역 분쟁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국제무역 제소가 실효를 거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선 미국 현지공장 조기 가동밖엔 대안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새로 지은 가전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생산품 출하식을 가졌고, LG전자는 급한대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2019년 1분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던 공장을 올 연말까지로 앞당기기로 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무역보복 피해가 분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한편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령에 크게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경우, 전 세계적인 수입규제조치 남용을 초래해 미국의 수출 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