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홈런왕(박병호)+새로운 평화왕(김하성)…‘넥벤져스’ 케미 기대할게~
3월 13일 시작되는 KBO 시범경기는 이들의 한 시즌을 가늠해 볼 바로미터다. 물론 단순히 숫자로 표시되는 성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범경기는 철저히 ‘워밍업’에 초점을 맞추는 기간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어떻게 몸을 만들고 훈련을 했는지, 그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다른 팀 선수들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체크해보는 게 진짜 목적이다.
다만 올해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빠른 3월 24일에 정규시즌을 시작한다. 스프링캠프 기간도 한 달 남짓으로 짧았고, 시범경기 기간도 2주가 채 되지 않는다. 진짜 ‘실전’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할 시간이 평소에 비해 많지 않았다. 8경기라는 한정된 무대 위에서 이적생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년 사이에 팀의 주축 거포로 성장한 김하성이 박병호와 만나 일으킬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 박병호·김현수·황재균, 어깨가 무겁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박병호(넥센), 김현수(LG), 황재균(kt)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 받는 선수들이다. 박병호는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새 유니폼을 입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몸 담았던 넥센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뛰던 지난해의 박병호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넥센의 박병호’는 걸어온 길도, 팀 내 존재감도 많이 다르다.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휩쓸고 떠났던 박병호의 복귀에 야구계가 들썩거린다.
넥센은 지난해 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 내 중심타자였던 강정호와 박병호가 모두 메이저리그로 떠난 지난해에도 보란 듯 가을야구를 했던 넥센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서건창이 건재하고 김하성이 성장했지만 박병호처럼 위압감 있는 4번 타자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구단주의 구속이라는 큰 사건도 겪었다.
박병호는 이런 넥센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 줄 존재다. 여전히 탄탄한 기존 전력에 박병호까지 가세한다면, 넥센은 다시 한 번 ‘야구’로 특유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다. 얼어붙었던 새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 다시 홈런 퍼레이드가 시작될 수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도 예열을 마쳤다. 연습경기에서 NC 새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을 상대로 큼직한 중월 솔로포를 날렸다. 모처럼 넥센 유니폼을 입고 홈런을 쳤다. 2년 사이에 팀의 주축 거포로 성장한 김하성이 박병호와 만나 일으킬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LG와 손을 잡았다. 4년 총액 115억 원이라는 거액의 프리에이전트(FA) 몸값을 받는다. LG는 그가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두산과 한 지붕 아래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팀이다. 미국 진출 전과 같은 야구장을 홈으로 쓰지만, 이제 출근은 반대쪽 라커룸으로 해야 한다. 김현수와 두산의 첫 맞대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김현수는 타율이 꾸준히 3할을 웃돌면서 20홈런도 넘기는 타자였다. 통산 타율 0.318은 3000타수를 넘긴 KBO 역대 타자 중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다.
김현수와 두산의 첫 맞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기대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6경기에서 타율 0.429를 기록했고, 안타 6개 가운데 홈런이 2개, 2루타가 3개다. 삼성 최채흥은 물론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도 큼직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남다른 콘택트 능력을 인정받았던 김현수다. 모처럼 마음 편한 한국의 동료들과 훈련하면서 물을 만났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타석에 단 한 번이라도 서겠다”는 꿈을 이뤘다. 그 후 지난해 말 친정팀 롯데가 아닌 kt로 유턴했다. 연고지가 수원인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그가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게 됐다. kt는 창단 이후 가장 많은 돈(4년 88억 원)을 들여 황재균을 영입했다. 그만큼 황재균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2016년 롯데에서 타율 0.335에 113타점을 올리고 홈런 27개를 터트렸던 황재균이다. 늘 외국인 타자로 채워야 했던 kt의 취약 포지션 3루에 황재균이 들어오면서 무게감이 생겼다.
# 강민호와 민병헌은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까
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삼성 투수들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 삼성 라이온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강민호는 시범경기에서 삼성 투수들과 최대한 많이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 에이스 윤성환과는 연습경기에서 4이닝 동안 좋은 궁합을 자랑했다. 둘은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또 ‘타자’ 강민호가 삼성 타선에 어느 정도 힘을 불어 넣어 줄지도 관심거리다. 공격형 포수인 강민호는 롯데에서도 장타력을 자랑해 중심 타선에 주로 배치돼왔다.
롯데로 이적한 외야수 민병헌은 강민호를 놓친 롯데가 정성 들여 영입한 대형 외야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쳤다. 최근에는 도루를 많이 시도하지 않지만, 통산 도루 숫자가 156개에 이를 정도로 기동력도 좋다. 어깨는 리그 최상급 수준이다. 기존 주전 외야수인 손아섭과 나란히 한 팀에서 뛰게 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안방에 뚫린 공백을 손아섭-전준우-민병헌의 최강 외야진으로 메워야 하는 롯데다. ‘악바리’로 통하는 민병헌의 투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 니퍼트-린드블럼-로저스, 승자는 누구?
‘낯설면서도 낯익은’ 외국인 투수들 역시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kt 더스틴 니퍼트는 2011년 두산 입단 이후 7년간 KBO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군림해왔다. 두산에서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남겼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협상이 결렬돼 kt로 팀을 옮겼다. 두산 팬들의 사랑을 유독 많이 받았던 외인이라 kt 유니폼이 아직은 낯설다. 지난 시즌 고개를 들었던 몸 상태에 대한 의혹을 정규시즌에 털어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아직까지는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니퍼트는 미국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한 번도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kt가 총 아홉 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는데도 니퍼트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3월 8일 진행된 마지막 평가전에선 등판 예고까지 했지만, 불펜 피칭에서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결국 등판이 불발됐다. 탈꼴찌 목표가 명확한 kt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큰 부상은 없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팀 내부에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범경기에서 반드시 무탈한 투구로 건재를 확인시켜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롯데 시절의 ‘린동원’에서 ‘린철순’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두산 린드블럼. 사진=두산 베어스
린드블럼 역시 지난 3년간 롯데에서 뛰면서 니퍼트 못지않게 부산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니퍼트와 마찬가지로 전 소속팀과 결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두산에서 이를 악물고 던진다. 두산 팬들은 이미 린드블럼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린철순(린드블럼+박철순)’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줬다. 시범경기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도 아직은 한화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더 익숙한 투수다. 2015시즌 도중 한국에 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롱런은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2016시즌 도중 한화에서 퇴출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로 복귀한다.
재활로 지난 1년을 쉬었지만, ‘건강한’ 로저스는 강속구를 뿌리고 완투를 밥 먹듯이 하는 이닝 이터였다. 처음 한국에 왔던 2015년처럼만 던져 준다면 리그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능력이 있다. 반면 한화에서 돌출 행동을 자주 했던 로저스가 넥센 선수단 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로저스도 캠프 연습경기에선 난타를 당했다. 그러나 린드블럼과 마찬가지로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는 “건강한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이 KBO 리그에 새로운 돌풍을 몰고 올지, 아니면 그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점쳐볼 시간이 왔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커쇼와 오타니 시범경기 맞대결 뒷얘기 “그냥 커브였을 뿐” 커쇼 시니컬한 반응 이유 있었네 ‘괴물’과 ‘괴물’의 만남. 결과는 어땠을까. 3월 8일(한국시간) 디아블로스타디움. 올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최고의 빅 매치가 펼쳐졌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LA 에인절스 신인 오타니 쇼헤이가 처음으로 맞붙었다. 오타니는 명실상부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던 괴물 투수다.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면서 타자로서도 재능이 수준급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들의 치열한 영입 경쟁이 펼쳐졌고, 고심 끝에 아메리칸리그 소속인 에인절스 입단을 선택했다.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리그가 다르지만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 팀이다. 이미 현역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커쇼와 데뷔 전부터 스타 반열에 오른 오타니가 시범경기에서 만난다는 소식에 미국 언론과 야구계도 관심을 집중했다. 오타니가 일본에서 뛰던 시절부터 커쇼를 ‘가장 상대해 보고 싶은 투수’로 꼽아왔기에 더 그랬다. 다만 이날 맞대결은 투수 대 투수로서가 아니었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이날 7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해 ‘타자’로 커쇼를 만났다. 3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서 볼카운트 2-2까지 맞섰고, 5구째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를 내지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커쇼의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명품’으로 소문난 구종이다. 오타니는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TV로만 보다 직접 커쇼를 상대하니 무척 특별했다. 단 한 타석뿐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다”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공이 정말 좋았다”고 싱글벙글했다. 또 “다음에도 안타를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 채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각오도 덧붙였다. 반면 커쇼는 썩 호의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 후 오타니를 루킹 삼진으로 잡은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냥 커브였을 뿐”이라며 “그다지 흥분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런 부분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오타니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농담하면서 “행운을 빈다”고 짧게 덕담한 게 전부다. LA타임스는 이에 대해 “커쇼가 오타니의 계약 과정에서 실망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 입단 전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상대로 ‘나를 영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당돌한 제안을 한 게 원인이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다저스 역시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오타니를 데려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오타니의 ‘면접’에 구단 수뇌부가 총출동한 것은 물론 커쇼까지 긴급 호출했다. 커쇼는 결혼기념일에 오타니를 만나러 왔고, 팀의 간판인 저스틴 터너와 크리스 테일러까지 개인 일정을 제쳐두고 이른 아침부터 오타니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결국 다저스 입단은 성사되지 않았다. 커쇼는 이후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그때 이미 오타니는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커쇼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타니라는 선수 자체를 존중한다”면서도 “엄청난 시간 낭비를 했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오타니는 커쇼의 이런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마냥 해맑게 웃어 보였다는 후문이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