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사수 위한 교통정리라더니 실상은 비문 정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 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3월 12일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남지사 지지도 1위를 달리던 이개호 의원이 당 지도부의 강력한 만류로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신 민주당에서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남지사에 도전한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불과 8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친문(친문재인계) 인사의 출마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3철(전해철, 이호철, 양정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지 오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3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47.6%로 1위를 차지했다.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는 14.9%였으며, 전해철 의원은 5.8%에 그쳤다. 이 전 시장과 남 지사가 맞대결할 경우에는 이 전 시장(61.0%)이 남 지사(21.2%)를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주당 후보로 전 의원이 나설 경우에는 39.2% 대 남 지사 26.6%로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다.
당 지도부가 1당 사수를 위해 교통정리를 하려면 가장 먼저 전 의원의 출마를 막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대선 민주당 모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전남지사 선거의 경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는데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그런 곳은 지지율 1위 후보를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교통정리를 하고, 이미 압도적인 1위 후보가 있는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전 의원을 막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에 비해 전 의원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지지율이 낮지만 당내 경선의 승패는 쉽게 예단할 수가 없다. 당내 조직력은 친문 진영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 양향자 당시 광주 서을 지역위원장은 재선인 유은혜 의원을 더블스코어로 압도하며 여성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양 위원장은 원외 인사인 데다 당시 정치 입문 4개월 차였다.
전직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전 의원이 경선에선 이기고 본선에서 패할 경우 친문이 욕심을 부리다 벌어진 참사라고 비판받을 것이 뻔하다. 문 대통령도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시장 선거에는 역시 친문 인사인 박남춘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문 대통령이)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건 묵언의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인일보가 지난 3월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정복 현 인천시장과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을 포함한 3자 대결시 박남춘 의원이 출마할 경우 박남춘 39.9%, 유정복 24.1%, 김응호 5.8%의 결과가 나왔다. 김교흥 전 사무총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게 되면 김교흥 35.3%, 유정복 26.0%, 김응호 6.2%의 지지도를 보였고,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홍미영 39.6%, 유정복 25.1%, 김응호 6.1%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민주당 후보군 세 사람 중 누가 후보가 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풍부한 후보군이 있는 지역에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박남춘 의원 출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서울시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지만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본격적으로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10일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영선 의원을 만나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3선 출마를 반대한다”면서 “경선에 나와 중심을 잡아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임 실장은 오보라고 했지만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언론보도를 봤다. 오보라든지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든지 그런 말씀은 전혀 없었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현재 부산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친문 진영이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을 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지난 대선 때에는 부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 부산시당 한 관계자는 “오 전 장관은 과거 선거에서는 민주당 입당 요구를 거절했던 인물이다. 이제 와서 민주당이 잘나가니까 우리 당 후보가 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권리당원들은 대부분 정 전 부시장을 지지하는데 평당원 중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면 오 전 장관을 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들도 꽤 있더라. 두 사람이 인지도나 지지율은 차이가 있지만 당내 경선은 백중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역단체장 선거 지역 상당수에서 친문 인사 밀어주기 움직임이 보이자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전직 의원은 “지금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 직접 힘을 쓸 수 있으니까 청와대와 친문이 자기 사람을 꽂아 넣으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전직 의원은 “지금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비문(비문재인계)이 협조적이지만 정권 말기가 되면 비문 광역단체장들이 대통령을 들이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친문이 지방선거에 욕심 낼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문 진영이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비문 잠룡 찍어내기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비문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모두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들을 주저앉히고 향후 새로운 친문 대권주자를 키우려 한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민주당 측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거론될 정도로 당 지도부의 지방선거 전략이 기형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계파에 따라 지방선거 출마자 교통정리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주장”이라며 “전남은 현역 의원이 이개호 의원 단 한 분밖에 없다. 이개호 의원이 출마해버리면 지역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없지 않나. 그래서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경기는 후보가 양기대 후보를 포함해 3명인데 이재명 전 시장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경선이 너무 힘 빠지면 안 되지 않나. 인천도 마찬가지”라며 “각각 지역마다 전략에 따라 불출마 요청을 드린 것이지 계파를 이유로 차별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조사 어떻게 했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경기지사 후보군 여론조사 해당 여론조사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http://www.ksoi.org)의 지방선거 기획특집 ‘주요 격전지 여론조사’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1040명을 대상으로 3월 2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발급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78.2%)와 유선전화(RDD/21.8)를 이용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수준이며, 응답률은 14.3%(유선전화면접 9.4%, 무선전화면접 16.8%)다. 2018년 1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지역,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경인일보가 발표한 인천시장 후보군 여론조사 이번 여론조사는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3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인천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1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77.9%)와 유선전화(유선 RDD 생성/22.1%)를 병행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 수준이며, 응답률은 12.5%다. 2018년 1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지역,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 올려 놓은 자료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