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대세론 유지’ vs 강기정 ‘단일화 효과’ vs 양향자 ‘신선함 어필’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4일 오전 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6·13지방선거 광주시장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당초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는 강기정 전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이병훈 전 광주동남을 지역위원장,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윤장현 광주시장,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 최영호 전 남구청장, 이병훈 동구남구을 위원장 등 총 7명이 출사표를 냈다. 유례없는 다자구도에 웃는 쪽은 이용섭 후보였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0%대 초반 지지율을 달리는 2위 후보군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역정가에 ‘이용섭 대세론’이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지율 고공행진에 이 후보도 “광주시민만 보고 가겠다”며 표정을 관리해왔다. 조용하게 대세론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 선거 전략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판은 흔들렸다. 당원명부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반(反)이용섭 연대’를 구축해온 강기정·민형배·최영호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3일 최종적으로 강기정 예비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강·민·최 예비후보는 이날 저녁 후보단일화와 관련 ‘전권’을 부여한 시민사회 측의 권고를 수용, 강기정 후보로 단일화를 결정했다. 이 후보는 광주시당 당원들의 명부를 입수해 예비후보 등록 전 선거운동을 진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을 모으면 20%를 넘는다.
여기에 다음 날 현역인 윤장현 시장마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판이 더욱 흔들리고 있다. 윤 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출마선언을 하며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윤 시장은 전날 밤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시장은 의사 출신으로 시민운동가와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다. 그는 지난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아 광주시장 선거에 나섰다.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강운태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민시장’ 구호를 내걸고 민선6기를 열었고 민선7기 도전이 유력시됐다.
윤 시장은 이날 불출마 이유에 대해선 따로 밝히지 않았다.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엔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그러나 이번 윤 시장의 불출마는 민주당 내 저조한 평가가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현직 시장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당내 평가다. 아울러 안철수계로 정계에 입문한 윤 시장이 안 전 대표 탈당 이후 민주당이 ‘문재인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당내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시장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밀려 지지율 10%대 초반의 답보상태를 보인데다 ‘반(反) 이용섭 예비후보’ 측 후보 단일화에서 사실상 배제된 점도 불출마 이유로 꼽힌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세 후보는 4일 오전 단일화를 공식 선언하고 ‘시민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단일 캠프’를 꾸리고 화학적 결합에 나섰다. 비슷한 시각, 세 후보 단일화에 이어 불출마 선언을 한 윤장현 광주시장도 이른바 ‘반이용섭 전선’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지지 후보를 공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광주정신 계승’과 ‘새로운 에너지’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을 들어 지역정가에서는 386 민주화 진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현직 시장임을 감안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내용적으로 단일후보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3자 후보연대 측이 단일후보를 결정하고, 윤 시장이 광주시장 선거에 불출마하면서 당초 7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던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4명으로 압축됐다. ‘반(反) 이용섭’ 측 단일후보로 확정된 강 전 의원과 양 최고위원, 이 전 지역위원장, 이 전 부위원장 등 4파전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4인 경선은 당규 위반 소지가 있어 사실상 강기정, 이용섭, 양향자 간 3자 대결이 유력하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3자 구도 경선에서 특정후보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경우 결선투표 결과를 놓고 지역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1 대 1 구도로 치러질 결선투표에 대비해 경선 유권자인 권리당원들의 표심을 확보하고, 불출마 후보 진영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 후보는 단일화 효과로 지지율이 20∼30%대로 오를지, 이 후보는 측근들이 연루된 당원 명부 유출사건을 극복하고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할지, 양 후보는 신선함과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돌풍이 주역이 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구도는 불과 며칠 사이에 양자 단일화, 3자 단일화, 현역 시장 불출마, 컷오프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잇달아 터져 큰 틀에서는 교통정리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더욱 세밀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돼 선거전이 한층 달궈질 전망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이용섭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어 강기정 전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순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강기정 후보로의 단일화를 계기로 급격하게 요동치면서 이른바 ‘이용섭 대세론’이 꺾이고 ‘촛불혁명과 광주정신을 바탕으로 한 시대교체·세대교체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세 후보의 단일화에 윤 시장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며 광주시장 선거는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졌다“며 ”‘반 이용섭’ 측 후보들의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할지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이 오는 20일 이내 지역 내 명망가를 시장 후보로 추대하기 위해 막바지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고, 민주평화당에서도 이달 말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시장 후보로 끌어 들이기 위해 당력을 모으고 있어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는 4월 넷째 주를 전후로 본선거전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원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