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확장 기대감 등 대북 테마주 급등세…“넘어야 할 산 많아 투자 신중해야”
북한과 관련돼 돌고 있는 지라시
다른 지라시에는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는 5월 말, 또는 6월 초 BH(청와대)가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하는데, 이때 △개성공단 확장 △해주·남포·평양·신의주 경협축 건설 △서울~베이징 고속철 건설이 포함된 서해권 산업·물류·교통 벨트 건설 △금강산·원산·마식령(관광), 단천(자원), 청진·나선·하산(산단·물류) 개발과 함께 러시아 극동을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구축 추진 계획 등을 공개한다고 귀띔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은 사실무근이거나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가 강도 높게 추진 중인 상황에서 당장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군 관계자는 “대북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군이 파주까지 완전 철수하기에는 바꿔야 할 시스템이 너무 많다”며 “언젠가는 모르지만 당장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역시 “시뮬레이션을 해도 이제 우리와 북한의 전쟁은 과거 재래식 전쟁이 아닌 형태로 진행될 것이긴 하다”면서도 “가장 먼저 평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서해 최북단 지역인 NLL(북방한계선)에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고 여기에 배치돼 있는 해병대를 빼는 정도”라고 내다봤다. 노무현 정권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얘기가 오고 갔던 만큼,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서해안에 평화지대를 만드는 게 현실성이 높다는 것.
그 외 개성공단 확대 등 경제 협력에 대한 내용들은 앞선 ‘군 관련 내용’에 비하면 현실성이 높다는 게 대북 소식에 밝은 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와 통일부 등 부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얘기들을 잘 마무리하고 더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200%의 전력을 쏟아부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러 옵션들을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지만 지금 이런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이뤄지려면 최소 6개월은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북한 관련된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을 부추기는 주식 정보방들도 적지 않다.
이런 내용들이 실제 추진 단계까지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과정은 수도 없이 많지만 지라시의 목적인 ‘주가 띄우기’는 이미 성공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 지정 예고에도 대북 테마주들이 거침없이 상승하는 모양새다.
현재 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 지정을 예고 받은 대북 테마주는 8개(남광토건, 이화공영, 동양철관, 이화전기, 일신석재, 좋은사람들, 고려시멘트, 코아스). 이들은 북한과 경협이 확대될 경우,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인데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엄청난 급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이화공영은 주가가 1만 5650원까지 오르는 등 2달 전(2월 14일 종가 4775원)에 비해 3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
거래소가 ‘대북 테마주’로 지정하지 않은 기업들도, 북한과 관련된 기대감만 있으면 주가가 요동쳤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 등 과거 대북 사업 경험이 있는 범현대그룹의 계열사들은 구체적인 대북 사업 경험이 없어도 적게는 20%, 많게는 150%까지 올랐다. 특히 ‘금강산 관광’을 주도했던 현대아산은 비상장 상태임에도 대박이 났다. 올해초 1만 5000원에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최근 6만 원대에 거래되는 등 4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사업 등에 대한 개발권자로 북한 내 7개 개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적 기대감이 더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증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주식 투자 전문가들은 “대북 사업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들이 수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지금 연출된 급등세는 실적과 별개의 움직임”이라며 “넘어야 할 단계가 많은 만큼, 지금 잘못 주식을 사들일 경우 폭탄 돌리기에 참여한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