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면 인생역전…투표수 조작, 심사위원에 뇌물, 지나친 확대 수술 ‘눈살’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미인대회라고 하면 단연 ‘미스 범범 대회’를 꼽을 수 있다. ‘미스 범범’은 엉덩이가 예쁜 미녀를 뽑는 대회로,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브라질의 범국민적인 미인대회다. 브라질 내에서 ‘미스 범범’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유명인사 반열에 오르는 동시에 돈방석에도 앉는 등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인생역전을 이루게 된다. 본래 엉덩이 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브라질에서 ‘미스 엉덩이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미스 엉덩이 대회’를 둘러싼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가령 과도한 엉덩이 성형 수술로 인해 비현실적으로 큰 엉덩이를 가진 참가자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가 하면,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발각돼 물의를 빚은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 시즌을 맞아 더욱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미스 엉덩이 대회’를 둘러싼 잡음을 살펴본다.
브라질에서 미스 범범의 인기와 영향력은 막대하다.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결선 진출자가 가려지는데 지난해 대회에선 무려 17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범범(bumbum)’이란, 여성의 엉덩이를 가리키는 브라질의 은어다. 브라질에서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엉덩이라고 하면 가능한 크기가 크고 둥근 엉덩이를 말한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크고, 더 두꺼우며, 더 둥글다.
이런 엉덩이를 주제로 매년 11월 열리는 브라질의 미스 엉덩이 대회는 2011년 처음 시작됐다. 대회 창시자는 전직 저널리스트인 카카우 올리버.
고작해야 이제 8회 대회지만 브라질 내에서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어떤 미인대회보다도 가장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또 영향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단연 엉덩이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사랑이 있다. 브라질 사람들 가운데 미인의 기준으로 얼굴이나 가슴보다는 엉덩이 크기나 생김새를 꼽는 사람 또한 많은 것이 사실. 때문에 브라질에서는 여성의 엉덩이 모양이나 크기를 감상하거나 평가하는 자리가 종종 벌어지곤 한다.
미스 엉덩이 대회가 브라질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결선 진출자가 가려진다는 점 때문이다. 브라질의 각 주를 대표하는 스물일곱 명의 여성들 가운데 온라인 투표로 최종 결선에 오르는 후보는 모두 열다섯 명. 온라인 투표는 9월까지 계속되며, 그 결과에 따라 오는 11월 전국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최종 결선 무대에 오르는 후보들이 결정된다.
온라인 투표는 브라질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때문에 투표 참여자 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2017년 대회에는 전세계에서 무려 17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었다.
사정이 이러니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후보들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튀는 홍보 운동을 펼치면서 한 표를 어필하곤 한다. 가령 2016년에는 한 참가자가 알몸으로 말을 탄 채 빈민가를 돌아다니면서 한 표를 호소해 논란이 됐는가 하면, 라이브 방송으로 스트립 댄스를 선보이다가 탈락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2013년에는 두 명의 후보가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마리 소우사(25)와 엘리아나 아마랄(24)이 그 장본인들로, 당시 둘은 수만 달러가량의 뇌물을 심사위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브라질 일간지 ‘오 디아’에 따르면, 아마랄은 심사위원에게 우승을 대가로 3만 2000달러(약 3500만 원)를, 그리고 소우사는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액수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온라인 투표를 조작한 후보들도 있었다. 피에트라 마야 등 여섯 명의 후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투표수를 조작했으며, 각각 총 4만 표를 부정적으로 획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부정 행위는 불과 몇 시간 안에 투표수가 수천 건이 한꺼번에 올라가는 것을 수상히 여긴 다른 후보가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후보들이 이렇게 치열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우승만 하면 한방에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 엉덩이 대회의 우승 상금은 5만 헤알(약 1450만 원). 하지만 우승 상금보다 더 큰 보상은 곧 뒤따르게 될 어마어마한 유명세와 인기다. 호명과 동시에 우승자는 브라질의 유명인사로 등극하게 되며, 곧바로 각종 패션지와 남성지의 표지 모델 자리를 꿰차게 된다. 또한 모델 에이전시와 막대한 금액에 계약을 맺는가 하면, 각종 TV 프로그램과 행사 무대에 얼굴을 비치면서 활동하게 된다.
11월에 열리는 올해 대회는 사상 최초로 성전환자가 후보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인 파울라 올리베이라.
이에 몇몇 후보들은 당장 둘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태. 론도니아주를 대표해서 출전한 엘렌 산타나(31)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경우에 한해서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엉덩이 미인 대회는 100% 여성들끼리만 치러져야 한다. 도처에 성전환자들이 많긴 하지만, 그들은 그들끼리 대회를 치러야 한다. 브라질 여성들의 대회인 미스 엉덩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후보들 가운데 엉덩이가 가장 큰 로라이마주의 데보라 포르토(29) 역시 거들고 나섰다. 그녀는 “이 대회는 여성들의 대회이지, 남성들의 대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올리베이라는 “그들은 남자로 태어난 후보에게 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하지만 그들의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들보다 더 섹시한 엉덩이를 갖고 있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회 주최 측 역시 성전환자들의 후보 등록을 말소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도리어 성전환자 출전을 반대하는 몇몇 후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대회 측은 “계속해서 경쟁 후보들에게 불만을 표출할 경우 후보에서 탈락시키겠다”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와 관련, 대회 창시자인 올리버는 “분명한 것은 그들은 법적으로 100% 여성이라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대회의 주제가 ‘다양성’인 만큼 후보들에게 ‘사고의 틀을 깨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회 측은 이밖에도 뚱보 모델, 군사 경찰, 간호사, 정치인 등 다양한 직군의 여성들을 후보로 올려놓았다.
“엉덩이 성형은 국가적 재난.” 대회 주최 측은 킴 카다시안(사진·43인치)보다 엉덩이가 큰 여성의 출전을 제한했다.
카다시안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브라질 전역에 불고 있는 무분별한 카다시안 따라하기 열풍 때문이었다. 브라질 여성들이 카다시안을 따라기 급급한 나머지 점점 더 엉덩이를 크게 만들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는 올리버는 “우리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엉덩이를 원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그는 “브라질은 지금까지 늘 아름답고 섹시한 엉덩이 미녀들이 많은 나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거대해져서 자연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국가적 근심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제발 브라질 고유의 자연미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올리버는 “브라질 여성들에게 요청하는데, 엉덩이 성형을 하기 전에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 미국 연예인의 엉덩이를 카피할 것이 아니라, 애국심을 발휘해서 전세계에 브라질 고유의 미를 알리는 데 애써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엉큰녀’인 카다시안의 엉덩이는 브라질을 넘어 전세계 여성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카다시안 효과’다. 이 가운데 브라질의 경우에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올리버의 생각이다. 그는 “카다시안 효과로 인해 브라질이 보기 흉하고 거대한 엉덩이 국가가 됐다”고 비난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카다시안 효과가 어떻게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정의를, 특히 이상적인 엉덩이에 대한 정의를 바꿨는지 보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브라질에서는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엉덩이 성형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매년 6만 4000건 이상의 엉덩이 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많은 수치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는 2017년 한 해 동안 2만 5000건의 엉덩이 수술이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적으로도 엉덩이 성형 수술은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1년간 엉덩이 성형 수술 횟수는 1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의 ‘성형외과그룹’은 2016년 하반기에 소위 ‘브라질 엉덩이 리프트 수술’에 관한 문의가 50%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스 엉덩이 대회 측이 지난해부터 대회에 변화를 준 것은 비단 엉덩이 크기만은 아니었다. 복장 규정은 상대적으로 더 얌전해졌다. 가령 지나치게 야한 속옷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이밖에 논란을 불러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하거나 도가 넘는 야한 화보를 촬영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와 관련, 올리버는 “지난 다섯 번의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새로운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드러내놓고 섹스 어필을 하지 않으면서도 섹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엉덩이에만 집중됐던 시선을 후보들의 얼굴, 피부, 가슴 등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대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올리버는 “앞으로는 사람들이 이 대회를 다르게 보아주길 원한다. 누가 가장 예쁜 엉덩이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를 겨루는 미인대회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 지금까지 미스 엉덩이 대회가 전세계 팬들을 끌어 모았던 이유가 바로 선정적인 옷차림과 튀는 행동들 때문이었는데 이를 금지할 경우 예전의 명성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견해로 이 대회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 2013년 영국의 ‘채널4’ 기자인 데이지 도노반은 미스 엉덩이 대회를 포함한 브라질의 TV 쇼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여성을 상품화하고, 모욕한다고 비난했다. 이 가운데 특히 미스 엉덩이 대회를 가리켜 ‘살덩이들의 화려한 잔치’라고 비하했던 도노반은 대회를 보는 내내 역겨웠다고 맹비난하기도 했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스 엉덩이 대회는 아직도 브라질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인대회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본격적인 표몰이 작전에 나선 미녀들이 연일 브라질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 대회의 인기와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화제의 ‘미스 범범’ ‘흑인 첫 우승’ 카넬라 “호날두가 이별 복수” 역대 우승자들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은 2016년 ‘미스 범범’인 에리카 카넬라다. 106cm의 거대한 엉덩이 사이즈를 자랑하는 카넬라는 미스 엉덩이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다. 현재 ‘브라질의 킴 카디시안’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대회 우승으로 하루아침에 브라질 전국구 스타가 됐다.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포르투갈로 진출해서 TV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6년 우승자인 에리카 카넬라(왼쪽)와 2015년 우승자인 수지 코르테즈. 그런가 하면 우승 직후에는 목 뒷부분에 도널드 트럼프 문신을 새겨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당시 트럼프의 문신을 새긴 이유에 대해서 카넬라는 “내가 우승한 날, 트럼프도 대선에 당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 문신을 통해 트럼프가 특히 남미와 여성들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바꾸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엉덩이에 문신을 새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 도를 넘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고소하면서 한 차례 더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었다. 과거 호날두와 두 달간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카넬라는 “호날두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별을 통보했었다. 그런데 그후 호날두로부터 성적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격적인 문자 메시지를 받는 등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5년 우승자인 수지 코르테즈는 우승 후부터 계속해서 반라의 선정적인 사진들을 SNS에 올려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플레이보이’ 등 전세계 37개의 남성지 커버모델로도 등장했으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홍보대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또한 “카다시안의 엉덩이는 끔찍하다. 내가 완벽한 엉덩이를 만들도록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라며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었다. 2017년 우승자인 로지 올리베이라는 대회가 끝난 직후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미스 범범’으로 선발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열린 애프터 파티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엉덩이를 허락 없이 만졌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녀는 “그 남자의 얼굴을 후려갈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에 가해자를 고발했던 올리베이라는 “미스 범범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않아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