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용의자, 사건 발생 한달 전 여중생 성추행 입건 “그때 소아성애 치료했다면…”
체포 당시의 고바야시 용의자. 아베마뉴스 캡처.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성실한 사원이었는데….” (피의자 근무처 사장)
“그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고교 동창생)
니가타 여아 살해 및 시신유기 혐의로 회사원 고바야시 하루카(23)가 체포됐다. 피의자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예의바른 청년인 줄 알았다”며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착실한 이미지와 달리 고바야시는 올 1월 아동포르노금지법 위반으로, 4월에는 여중생을 유인해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모범청년의 가면 뒤에는 ‘롤리타 콤플렉스(로리콘)’가 숨겨져 있었다. ‘입사 후 단 한 번도 지각, 결근을 한 적이 없다’는 고바야시는 처음으로 5월 7일 결근했고, 그날 다마키 양은 살해당했다. 고바야시의 회사 관계자는 “사건 당일 아침 ‘몸이 안 좋아 쉬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웬일인지 그날 이후로 계속 쉬고 있었는데 그가 범인이라니…. 4월에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우린 전혀 몰랐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잔혹한 사건은 5월 7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가타 시의 JR철도 선로에서 열차에 치인 다마키 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열차 운전자는 ‘선로 옆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이 보여 급제동을 걸었지만 늦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신을 정밀 조사한 결과, 목이 졸린 흔적과 울혈이 나타났다. 경찰은 소녀가 괴한에게 피살된 것으로 보고 ‘살인 및 시신유기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사건 발생 1주일 뒤인 14일. 경찰은 시신손괴·유기 혐의로 고바야시 하루카를 체포했다. 고바야시의 자택과 살해된 다마키 양의 집은 불과 80m, 걸어서 2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일본 주간지 ‘여성세븐’에 따르면 “수사 초기단계부터 고바야시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한다. 결정적인 단서는 범행 1개월 전에 일어난 성추행이었다. 고바야시는 4월 여중생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음란행위를 시켜 청소년보호육성조례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경찰은 고바야시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고, 사건 당일 행방에 대해 추적해왔다. 그러던 중 블랙박스를 통해 고바야시가 소유한 경승용차가 사건 현장 근처에서 찍힌 영상을 증거물로 확보하게 된다. 고바야시의 차량과 하교하던 다마키 양이 마주친 것은 오후 3시쯤. 경찰은 “그 뒤 고바야시가 다마키 양을 납치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당초 고바야시는 시신유기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면서 살인에 관여했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는 말을 바꿔 “살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주간지 ‘주간신조’는 고바야시의 로리콘 성향에 대해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동창생의 증언에 의하면 “고바야시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변했다”고 한다. 친구들과는 전혀 놀지 않았으며, 대신 근처에 사는 어린 아이들과 노는 일이 많아졌다. 가령 어린이용 고무공놀이를 하거나 함께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다. 동창생은 “지금 돌이켜보니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고바야시와 고교 3학년 같은 반이었던 남성은 “고바야시가 ‘좋아하는 아이’라며 보여준 사진이 있다”고 전했다. “중학생 정도의 예쁜 여자 캐릭터였는데 성인 여성도, 또래 여고생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녀석 혹시 로리콘인가?’라는 생각이 스쳤었다”고 한다. 당시 아이돌 AKB48가 엄청난 인기였지만 고바야시는 전혀 흥미가 없어 보였다. 남성은 “고바야시가 관심을 보인 것은 오직 소녀 캐릭터로, 이른바 2차원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고바야시의 검거 경력과 취미생활 등으로 미루어 “이번 사건이 소아성애에 의한 범행”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정신과의사인 가타다 다마미 씨도 “고바야시가 페도필리아, 즉 소아성애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성벽(性癖·성적 취향)은 낫지 않는다. 평생 격리시켜야 한다” “극형에 처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살해당한 다마키 양. TBS 뉴스 캡처.
성장애 전문 의료센터(SOMEC) 대표이사인 후쿠이 히로키 의사는 소아성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3세 미만의 소아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진단할 때 쓰이는 국제적 진단기준에 기재돼 있는 ‘성도착 장애’ 중 하나다. 성도착 장애에는 엿보기, 몰카 중독 같은 관음장애나 치한, 강제추행으로 연결되기 쉬운 접촉마찰장애 등이 있다.”
참고로 “소아성애는 2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어린아이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순수형(진성), 성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만 어떤 이유로 성적욕구가 아이에게 향하는 비순수형으로 분류한다. 후쿠이 씨에 따르면 “순수형 소아성애의 원인은 여럿이지만 약 3개의 유전자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유전성이 높다=부모도 그렇다”라는 것은 아니며, 유전자에 의한 선천적인 특징으로 보인다. 반면 비순수형 소아성애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혹은 성인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서 등등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인구의 5% 정도가 소아성애자”라고 한다. 개중에는 여성 소아성애자도 있다. 후쿠이 씨는 “소아성애의 원인을 찾기 위해 뇌기능영상 분석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 가운데는 흥미로운 논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40세를 지나 갑자기 소아성애자가 된 남성의 뇌를 조사했더니 전두엽에 큰 뇌종양이 발견됐다는 것. 그리고 종양을 적출하자 소아성애도 치료됐다.
혹시 로리콘 애니메이션을 즐겨본다거나 미소녀를 좋아하는 경우도 소아성애에 포함되는 걸까. 전술한 것처럼 소아성애는 13세 미만의 소아에 대한 성적 충동이 지속되는 경우다. 그러한 성적 충동이 되풀이돼 고통스럽다거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에 나서는 사람은 ‘병’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후쿠이 씨의 치료센터에 다수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과의사인 와다 히데키 씨는 “소아성애는 질병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최소한 반년간 통원하면 회복의 조짐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성범죄 전과자를 감시하고 경찰의 지도도 이뤄진다. 그러나 일본은 인권을 이유로 거의 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소아성애자의 범행이 충동적이어서 재범의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사건을 일으켰다면 위험하다고 여겨야 한다. 이에 와다 씨는 “만약 니가타 여아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처음 불구속 입건됐을 때 제대로 치료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