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자본력 바탕, 나란히 차기작으로 우주 배경 SF영화 도전…한국영화 새 변곡점 될 듯
우주 배경 영화의 등장은 최근 규모의 확대, 장르의 확장을 거듭하는 한국영화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한 세계를 영화에 담으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상당하다. 더욱이 우주 SF영화는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로 통한 것도 사실. 워낙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장르인 데다 촬영은 물론 기술 구현에서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명의 흥행 감독이 나란히 우주로 나아가는 상황을 두고 영화계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기대가 상당하다.
# 윤제균의 ‘귀환’ VS 김용화의 ‘더문’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통해 연이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흥행 연출자다.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가진 스타 감독으로도 통한다. 직접 연출하는 영화의 흥행은 물론이고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작품들의 성공도 이어지고 있다. 윤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JK필름의 최근 성적표는 A+를 받기 충분하다. 그가 제작해 지난해 개봉한 ‘공조’는 781만 관객에 성공했고, 앞서 ‘히말라야‘ 역시 775만 관객을 모았다. 올해 내놓은 ‘그것만이 내 세상’ 또한 341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흥행술사’라는 별칭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 이후 4년 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가 바로 ‘귀환’이다. 우주 배경의 SF영화이자, 따뜻한 인간애가 담긴 휴먼드라마다. ‘귀환’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터-03’을 배경으로 불의의 사고로 홀로 그곳에 남겨진 우주인과 그를 귀환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현재 시나리오 막판 점검 단계로 이를 마무리한 뒤 올해 말 촬영을 시작한다.
윤제균 감독과 배우 황정민. 사진=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주연은 배우 황정민과 김혜수로 확정됐다. 황정민과 김혜수는 우주정거장 ‘쉘터-03’의 전임과 후임 지휘관역을 각각 맡아 생환을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인물로 등장한다. 황정민은 윤제균 감독과 ‘국제시장’을 비롯해 ‘히말라야’ ‘댄싱퀸’ 등을 함께 하면서 신뢰를 나눈 사이다. 함께 작업할 때마다 흥행작 탄생을 이끈 감독과 배우의 재회라는 측면에서도 ‘귀환’은 주목받고 있다.
한국영화의 또 다른 히트상품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의 선택도 역시 우주다. 8월 1일 ‘신과함께:인과 연’을 관객에 내놓는 감독은 동시에 준비해온 새 영화 ‘더문’의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1441만 관객을 끌어 모은 ‘신과함께:죄와 벌’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채운 김용화 감독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김용화 감독이 새롭게 도전하는 ‘더문’은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그를 무사히 데려오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가 벌이는 필사의 사투를 그린다. 설정만 보면 윤제균 감독의 ‘귀환’과 일면 겹치는 듯 보이지만 아직 두 영화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비교하기는 섣부르다는 의견이다.
‘더문’을 두고 “아름다운 SF 휴먼 스토리”라고 설명하고 있는 김용화 감독은 앞서 ‘신과함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더문’ 역시 내년 아시아 동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으로, 배우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 지금, 왜 하필 우주일까
윤제균, 김용화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관객과 소통에 성공한 흥행불패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런 두 감독이 같은 시기 우주 배경의 SF영화로 향하면서 영화계 안팎에서는 여러 기대와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먼저 지금, 왜, 우주로 시선을 넓히는지 궁금증이 상당하다.
윤제균 감독은 4년여 전부터 우주 배경의 ‘귀환’을 작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 등 구현 가능 여부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다른 감독들도 우주 배경 영화를 기획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실현된 적은 없다. 그만큼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영역으로 통했다.
더욱이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다뤄야 하는 만큼 기술적인 부분 등 현실적인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화계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VFX(시각특수효과) 기술까지 급격히 발전하면서 제작에 속도가 붙었다. 윤제균, 김용화 감독은 영화계에서 ‘자본’과 ‘기술’을 양손에 쥔 대표적인 연출자이기도 하다.
김용화 감독. 사진=영화 ‘미스터 코’ 스틸컷
특히 김용화 감독은 이미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압도적인 VFX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옥의 세계를 VFX와 컴퓨터그래픽으로 실감나게 완성, 한국영화의 기술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는 국내 최고 수준의 VFX 기술을 갖춘 것은 물론 중국에서도 영화 ‘몽키킹’ 등 흥행작에 참여해 VFX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우주배경 영화 ‘더문’으로 이어진다. 시각효과 기술이 절대적인 분량을 차지하는 장르인 만큼 김용화 감독은 그간 쌓은 노하우를 쏟아 붓는다는 각오다. 바로 이 부분에서 영화계 안팎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신과함께’에서 지옥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것처럼 이번 ‘더문’에서도 현실적이고도 압도적인 우주를 구현해 한국영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윤제균, 김용화 감독은 우주 배경의 SF영화에 도전하면서도 자신만의 장기인 뭉클한 휴먼드라마의 감정은 놓치지 않는다.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진 우주영화가 한국적인 정서를 더해 대중 정서를 어떻게 파고들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