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하라, 절연한 넷째 딸에 제 유해 맡겨…나머지 가족들 “시신 달라” 요구…넷째 딸 “태평양에 뿌릴 것”
당시 수사 결과 “옴진리교 신도들은 ‘왕이 돼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아사하라의 교의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테러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9일 화장한 아사하라 유골 인수를 두고 또 다시 열도가 시끌시끌하다”고 한다. 다름 아니라 “그의 유골이 자칫 순교자처럼 신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죽어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의 주모자 아사하라 쇼코가 지난 6일 사형됐다. EPA/연합뉴스
색도 없고, 냄새도 없었다. 하지만 액체는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승객들은 급격한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하나둘씩 쓰러졌다. 입에 거품을 문 채 의식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무고한 시민 13명이 사망하고, 63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유명한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 사건이다.
수사당국에 의하면 “옴진리교 신자들이 아사하라 교주에게 세뇌를 당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놀랍게도 “신자들 중에는 전문 지식을 갖춘 고학력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경찰은 “일본의 왕이 되고자 했던 아사하라가 자신의 야망에 방해가 되는 자들을 모두 제거하려고 했다”고 발표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옴진리교 관계자 192명이 기소됐으며, 아사하라를 비롯해 옴진리교 간부 13명은 사형 판결을 받았다.
2018년 7월 6일. 아사하라 교주에 대한 사형이 마침내 집행됐다. 체포된 지 23년 만이다. 다만, 아사하라는 무슨 영문인지 1997년부터 입을 굳게 다물어, 많은 부분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고 말았다. 이에 대해 사건을 추적해온 관계자들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기토 마사키 변호사는 “옴진리교가 왜 그토록 폭주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향후를 위해서라도 검증을 거듭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어야만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옴진리교 신자들의 일상을 쫓는 다큐멘터리 ‘A’를 발표한 영화감독 모리 다쓰야는 ‘옴진리교 사건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사건을 확실히 규명했으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겠지만, 해명되지 않은 채 세월이 흐르면서 일본 사회를 점점 변질시켰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해당 사건 이후 일본인들은 사회에 대한 불안, 공포가 고조된 탓에 혼자만으로는 두려워져 집단화를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화된 집단은 동조하지 않는 세력을 배척했으며 집단 밖에서 공공의 적을 찾는 데 혈안이 됐다. 덧붙여 그는 “이러한 성향이 지금의 보수우익인 아베 정권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형에 의해 아버지는 신이 될 것이다.” 아사하라 쇼코의 셋째 딸 마쓰모토 리카는 아사하라 사형 집행이 불러올 ‘위험한 변화’를 이미 3년 전에 예언했다. 뉴스제로 캡처.
공안조사청(우리의 국정원에 해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사형이 집행됨에 따라 ‘옴진리교에서 파생된 종교단체가 그의 묘소를 신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안조사청에 따르면, 1995년 법원 명령으로 해산된 옴진리교 신자들은 이후 ‘아레후’ ‘히카리노와’ 등으로 단체명을 바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령 “무료로 손금을 봐준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든지 SNS를 통해 현실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조사청이 주시하는 부분은 ‘유골의 행방’이다. 어쨌든 과거 옴진리교는 교주의 머리카락, 목욕한 물, 혈액까지도 팔아 돈을 번 집단이다. 유해를 ‘사리’로 칭하고 미량씩 신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충성심을 높인다거나 돈벌이에 이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또 유골이 매장된 장소가 신자들로부터 ‘성지’로 추앙받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 법무성은 “사형 집행 후 사흘이 지난 9일 오전, 아사하라 시신이 도쿄도 내에서 화장됐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의하면 “사형 집행 직전 직원이 ‘시신이 누구에게 전달되기를 원하느냐’고 묻자 아사하라 전 사형수가 ‘넷째 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시신 인수자는 사형수가 집행 전 지정한 사람이 1순위다.
아사하라는 옴진리교 최고 간부를 지낸 여성과 결혼해 2남 4녀를 두었다. 특히 넷째 딸인 마쓰모토 사토카(가명·29)는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악행으로 피해를 본 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사죄의 뜻을 거듭 밝힌 인물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교단과 결별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아사하라가 왜 하필 넷째 딸을 지목했는지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일각에서는 “넷째 딸이 일본 정부 쪽에 협조적이기 때문에 손을 쓴 것 아니겠냐”는 이른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넷째 딸은 “유해를 즉시 넘겨받을 경우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호소해 현재 아사하라의 유골은 도쿄구치소에 보관 중이다.
한편,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사하라 유골 인수를 두고 가족들 간에 분쟁이 일고 있다. 아사하라의 아내와 차녀, 셋째 딸, 장남, 차남 등 5명은 “시신이 배우자인 아내에게 인수돼야 한다”며 요구서를 법무부 측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넷째 딸의 변호사 측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유골을 배에 태워 태평양 불특정 지점에 뿌리고 싶다. 산에 뿌리면 그곳은 성지가 되고 만다.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사하라 사형 집행이 불러올 ‘위험한 변화’를 이미 3년 전에 예언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아사하라의 셋째 딸 마쓰모토 리카(35)다. 셋째 딸은 2015년 일본 매체 ‘여성자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은 아버지의 사형을 집행해선 안 된다. 결코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틀림없이 아버지가 사형되면 순교자로서 신격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단의 전 간부 중에 세력 확장을 위해 빨리 처형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사형에 의해 아버지는 신이 될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