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실종된 동물과 교감도 가능”…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 없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진행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의 교감·소통 방식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후기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반려동물 주인들이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심리를 대신 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내용과 만족감을 공유하고 있는 것. 해당 서비스는 일명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 진행된다. SNS엔 후기뿐만 아니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의 서비스 예약·문의 글도 적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검색할 시 관련 게시물이 5000여 개가 넘을 정도다.
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저술한 저서에 따르면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마음과 마음, 영혼과 영혼의 연결을 통해 동물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오감을 이용한 에너지 차원의 대화로 텔레파시와도 비슷하다고 한다. 국내에선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 심리를 알아맞히는 한 외국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지상파 방송에 등장하면서, 처음 소개됐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A 씨는 “관련 논문이 있을 정도로 활성화된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국내에 관련 협회가 만들어지고 이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생기는 등 조금씩 주목 받는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은 단순히 사진만 보고 동물과 교감을 시도, 그 심리를 파악하고 있다. 앞서의 A 씨는 “교감은 서로가 마음이 차분할 때 더 원활히 진행된다”며 “직접 대면할 경우 반려동물이 흥분하거나 경계할 수 있어 저를 포함한 대부분이 사진을 통해 교감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B 씨는 “사실 사진을 보지 않고서도 진행할 수 있지만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교감 방식은 평범치 않다. A 씨는 “모든 물체와 생물엔 전류가 흐르는데 라디오 주파수 맞추듯, 나의 주파수와 동물의 주파수를 일치시키면 대화가 가능하다”며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그 누구나 배우고 교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사진에 있는 동물의 눈을 보고 나의 ‘오감’과 수련을 통해 배운 것들을 활용해 교감을 시도한다”며 “커뮤니케이터마다 교감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상담 안내 메시지 캡쳐.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이용비용은 상담 시간이나 질의 개수 등에 따라 평균 5만~10만 원을 웃돈다. 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반려동물에게 궁금한 사안 5개를 물어볼 수 있는 일반교감 비용으로 5만 원을, 사후 교감은 10만 원을 요구했다. 대면상담 시 가격은 달라진다고도 덧붙였다. 서비스 신청자들은 반려동물의 두 눈이 보이는 정면사진 1장과 몸 전체가 보이는 사진 1장 등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반려동물 주인들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자신의 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걱정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다. 죽은 동물을 잊지 못해 위안을 얻고자 반신반의하며 서비스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주부는 “최근 애를 낳고 반려동물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신청했다”며 “다행히 (반려동물이) 아이를 좋아하고 있고 병원, 조리원 생활로 한 달 동안 집을 비운 것도 이해하고 있다고 답해 정말 고마웠다”고 밝혔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성행하는 이유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국내 반려동물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에웨어 대표는 “사실 동물과 언어적 교감이 불가능하다보니 이러한 대안이 나오는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동물을 가족같이 생각하며 키우는 문화가 굉장히 짧은 만큼 반려동물의 죽음 등을 받아들이는 거에 익숙하지 못해, 해당 서비스로 위안을 얻거나 사육 도움을 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한다. 정광일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소장은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일종의 반려견 타로점처럼 점을 치는 거와 다를 게 없다”며 “일정하게 반복되는 행동이나 패턴, 횟수 등 다양한 근거를 갖고 접근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대표는 “해당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반려동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사실 그 주인이다. 커뮤니케이터들을 찾기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과 기회를 늘리는 등 사육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