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가 “수차례 거부” vs 호날두 “NO 안해”…슈피겔 “이메일 등 증거 자료 수백 건 보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호날두는 9년 전인 지난 2009년, 미국인인 캐서린 마요르가(34)라는 여성을 자신의 라스베이거스 호텔방에서 성폭행했으며, 당시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37만 5000달러(약 4억 원)의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묻힐 뻔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마요르가 측이 다시 호날두를 고소하면서부터다.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고 호날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마요르가는 “지난 9년 동안 나는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 비록 합의는 했지만 결코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적인 미투 운동이 나에게 용기를 줬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호날두 측은 “모두 허구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경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할 방침을 보이자 처음에는 “가짜 뉴스다”라며 뒷짐을 지고 있던 호날두 측 역시 대응 방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전개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09년 6월 호날두와 마요르가가 라스베이거스의 클럽에서 초밀착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2008년 졸업 직후에는 바텐더로 일하던 남자친구와 결혼했지만 1년 만에 이혼한 후 홀로 지냈다. 모델을 꿈꿨던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의 클럽 앞에서 손님들을 모으는 알바를 겸하고 있었다. 그날도 ‘팜카지노 리조트’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알바 여성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마요르가는 친척들과 함께 클럽을 찾은 호날두를 만났다. 당시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앞두고 있었으며, 휴가차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요르가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이야기를 나누던 호날두가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고, 전화번호를 받은 호날두는 자리를 떠났다. 당시 둘이 클럽에서 초밀착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파파라치에 의해 다음 날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클럽을 나갔던 호날두에게서 곧 문자가 도착했다. 클럽 바로 옆에 위치한 ‘팜스 플레이스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파티를 열 예정이니 친구와 함께 오라는 것이었다. 당시 호날두가 묵고 있던 펜트하우스는 하룻밤 숙박료만 1000달러(약 113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룸이었다.
방에 들어서자 베란다에 설치된 자쿠지가 눈에 띄었고, 호날두는 마요르가에게 자쿠지에서 입으라며 옷 한 벌을 건넸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던 마요르가는 얼마 후 뒤따라 들어오는 호날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속옷 차림으로 나타난 호날두가 마요르가에게 오럴 섹스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사코 애무를 거절하는 그녀에게 호날두는 “그럼 키스를 해주면 갈게요”라고 애원했다. 이에 마요르가는 키스를 해줬고, 맹세코 다른 신체 부위는 만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키스는 안 그래도 달아오른 호날두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고 말았다. 마요르가는 ‘슈피겔’을 통해 “그가 갑자기 나를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나를 만지고, 붙잡고, 위에서 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밀쳐내면서 계속해서 ‘노’라고 말했다”라고 회상했다.
계속되는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호날두는 결국 그녀를 침실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강제로 속옷을 벗긴 후 항문 성교를 시도했다. 몸을 웅크리고 저항하던 그녀는 ‘노’라고 수차례 반복적으로 거부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성관계를 마친 후 호날두는 그제야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미안해요. 아파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1%의 흠을 제외하면 99%는 좋은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의 클럽에서 포착된 호날두와 마요르가.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극심한 통증을 느꼈던 마요르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지만 호날두의 이름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망설였다. 결국 익명으로 신고를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의료진들의 요구에도 끝내 가해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때도 가해자를 가리켜 ‘공인’ ‘운동선수’라고 언급할 뿐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사건 장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후 3개월 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울면서 지냈던 그녀는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는 친구의 설득으로 변호사를 소개 받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던 이 변호사는 친절하고 상냥하긴 했지만 유명인을 상대로 하는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했다. 때문에 마요르가 측은 “당시 성폭행 사건에 좀 더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했어야 했다”라고 후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폭행 사건의 경우, 대부분 재판 없이 합의로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재 역할을 하는 변호사의 역량이 그 어느 사건보다 중요하다. 특히 네바다주의 경우에는 성폭행이 살인 다음으로 강력한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만일 유죄가 선고될 경우에는 종신형까지 가능한 범죄가 성폭행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재판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재판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공개될 수밖에 없는 신상 정보와 가능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괴로운 범죄 사실을 사람들 앞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재판보다는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슈피겔’은 말했다.
마요르가 역시 이런 의미에서 합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그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병원 치료비만 받을 생각이었다. 나를 성폭행한 사람은 그였다. 내 망할 진료비는 그가 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화려한 변호인단을 내세운 호날두 측에 비해 마요르가 측의 변호인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지속적으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던 호날두 측은 “성관계 중에 그녀가 ‘안된다’라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관계 후에도 몸이 안 좋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슈피겔’은 비밀 입수한 문서를 통해, 호날두가 변호인단에게 털어놓았던 내용은 이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마요르가가 당시 목소리를 높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요청했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호날두는 “그녀가 안된다고 말하고 여러 차례 저지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호날두는 변호인단에게 “그녀가 옆으로 누워있었고, 내가 뒤에서 삽입했다. 그건 무례한 행동이었다. 우리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녀는 원치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 후에 내가 사과했다”라고도 말했다.
마요르가는 클럽 바로 옆의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호날두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본격적으로 합의가 시작됐지만 마요르가의 바람과 달리 호날두는 직접 모습을 나타내진 않았다. 마요르가는 “나는 호날두가 나에게 직접 사과를 해주길 바랐다.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변호인과의 문자 연락을 통해 합의 내용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열두 시간의 기나긴 협상 끝에 최종 합의된 금액은 4억 원이었다.이는 당시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일주일 동안 받는 몸값이었다.
11개 조항으로 된 이 합의서에서 가장 중요했던 내용은 호날두의 이름과 그날 밤의 사건에 대해서 일절 발설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알려선 안 됐다. 이밖에도 다시는 호날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 관련된 모든 자료들(문자 메시지, 문서, 편지 등)을 영구 삭제할 것 등의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지만 피해자인 마요르가 본인은 그렇지 못했다. 그 후에도 매일 술을 마시는 등 고통스런 날을 보냈던 그녀는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렸다. 5년이 지난 후에야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던 그녀는 초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면서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자책과 원망은 그녀를 끝없이 괴롭혔다. 이에 영원히 악몽에서 해방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하는 마요르가는 ‘슈피겔’을 통해 9년 전의 사건을 폭로하는 한편, 호날두가 뒤늦게라도 합당한 벌을 받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요르가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호날두 측은 예나 지금이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호날두는 ‘슈피겔’ 보도가 나간 직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가짜 뉴스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내 이름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려고 한다. 흔한 일이다. 내 이름으로 유명해지고 싶어한다. 이것 역시 내 일 가운데 하나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모든 것이 좋다”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호날두 측 변호인단은 ‘허위 기사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슈피겔’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슈피겔’ 측은 반박하면서 “우리는 사건 관련 이메일, 의료 기록, 경찰 조서 등 수백 건의 문서를 증거로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해서 기사를 작성했다”라며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가령 ‘슈피겔’은 “2009년 6월 13일 마요르가의 사건을 다룬 미국 경찰의 수사 기록을 살펴보면 사건 유형에 426번이라는 코드가 붙어있다. 이는 성폭행을 의미하는 경찰코드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경찰이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가운데 과연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비교적 깨끗한 사생활을 유지해왔던 호날두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침묵’ 합의 어기고…그녀가 9년 만에 폭로한 3가지 이유 캐서린 마요르가 아무리 진실 혹은 정의를 외친다 해도 사실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상대로 평범한 소시민이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명확하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막강한 힘과 재력을 보유한 거물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9년이 지난 현재 다시 이 사건을 폭로하기로 마음을 바꾼 걸까. ‘침묵을 지킨다’는 합의서의 계약 조건을 어길 경우, 4억 원의 합의금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슈피겔’은 마요르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첫째,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새 변호사인 레슬리 마크 스토벌(65)은 당시 마요르가와 호날두가 맺은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마요르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는데, 호날두 측이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합의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다시 호날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것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둘째, 미투운동으로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1년 전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이으면서 촉발된 전 세계적인 미투운동에 고무된 마요르가가 용기를 내서 진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셋째, 또 다른 피해자가 용기를 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마요르가는 분명히 호날두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자신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요르가는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두렵다고도 말했다. ‘슈피겔’을 통해 그녀는 “호날두는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다”라면서 “언론과 팬들이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9년 전에 내가 합의서에 서명을 했던 이유도 내 신상이 털릴까봐 두려워서였다”라고 말했다. 성폭행 사건 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던 그녀는 심지어 자살도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TV나 신문 혹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도 사방에 붙어있는 호날두의 사진을 보면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못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