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1년은 구단도 선수도 원했던 부분”
그런데 550만 달러는 피츠버그가 원래 강정호의 팀 옵션을 행사했을 경우 강정호가 내년에 받을 수 있는 연봉이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팀 옵션 행사를 거절하면서 그를 방출하는 조건으로 25만 달러를 지불했고 강정호는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그런 강정호에게 피츠버그는 비록 인센티브를 포함했다고 하지만 똑같은 금액인 550만 달러의 계약 내용에 사인한 것이다. 강정호의 계약을 진행한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이예랑 대표는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의 옵션 행사를 포기했지만 결국에는 서로에게 만족할 만한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계약 뒷얘기를 전했다. 계약 기간 1년은 구단뿐만 아니라 선수도 원했던 부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년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강정호.
“강정호 선수도 1년 계약을 바랐다.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실력으로 보여준 다음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의미도 포함됐다. 구단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던 선수에게 2년 이상의 계약을 제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측의 생각이 잘 맞아 떨어졌다.”
이 대표에 의하면 강정호는 피츠버그 구단에 미안함, 고마운 마음이 많다고 한다.
“누구보다 허들 감독님에 대한 선수의 신뢰가 두텁다. 감독님도 따로 선수에게 문자를 보낼 만큼 선수를 챙긴다. 강정호 선수로선 익숙한 환경에서 다시 도전하면서 2년여 동안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걸 야구장에서 보여주려 노력할 수 있게 됐다. 야구 환경과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감독님이 있는 피츠버그가 강정호 선수한테는 최상의 조건인 셈이었다.”
FA 시장에 나왔던 강정호는 처음부터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피츠버그가 팀 옵션 행사를 거절했지만 피츠버그와 재계약하려고 마음먹었다는 것.
“선수의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에 구단과의 협상 진행이 어렵지 않았다. 피츠버그도 강정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터라 인센티브 조건도 이행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을 첨부한 것이다. 계약 내용에 구단도, 선수도 만족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강정호가 200타석에 들어서면 62만 5000달러를 보너스로 받고 300, 400, 500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62만 50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이러한 내용을 인정했다.
“부상만 없다면 200타석은 크게 어렵지 않은 숫자다. 구단은 리스크를 줄였고 선수는 가능한 인센티브 조건이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선수는 FA를 오래 끌면 끌수록 힘들기 마련이다. 예상보다 빨리 계약 문제가 마무리돼 앞으로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강정호가 당분간은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강정호는 시즌 종료 후 짧은 여행을 마치고 피츠버그로 돌아가 구단 시설에서 훈련하며 몸만들기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