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활약 이어 생애 첫 포스트시즌까지...“평생 기억에 남을 것...한국시리즈 TV시청 아쉬워”
2018 시즌, 자신의 프로경력 최고의 한해를 보낸 넥센 내야수 송성문.
[일요신문] 2018 프로야구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챔피언 등극으로 막을 내렸다. 각 구단은 마무리캠프를 떠나거나 새로운 코칭 스태프를 구성하며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 대비에 한창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은 누구보다 2018 시즌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지난 2015년 입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에 절반이 넘는 경기(78경기)에 출전했다. 정규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에도 나섰다. 생애 처음으로 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일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송성문을 만나 특별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송성문은 이번 시즌 이전까지 1군 경기 출장 수가 2년간 45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3월 말 시즌 개막 이후 한 달이 지난 5월부터 대부분의 경기에 나섰다. 비록 규정 타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11타수 66안타 7홈런 타율 0.313을 기록했다. 팬들은 넥센 내야진의 새로운 유망주 등장을 반겼다. 송성문 본인은 이 같은 성과를 예상했을까.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송글벙글’인 만큼 웃는 얼굴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밖에서 자랑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뿌듯하다. 이 정도까지 전혀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입대를 계획하다 이번 시즌에 돌입하게 됐다.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부상 선수가 생기면서 1군 기회를 얻게 됐다. 많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은 정말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송성문은 정규시즌을 치르며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직전 소속팀 넥센이 11연승을 내달리던 때를 꼽았다. 그는 “야구가 정말 즐겁다고 느껴졌다”면서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LG와 고척 2연전에선 3홈런을 쳐서 더욱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야구를 하면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나는 홈런 타자도 아니다”라며 웃었다.
공격 면에선 홈런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수비는 다르다. 그는 “수비에선 놓친 타구가 기억에 남는다. 삼성전 9회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평범한 땅볼을 그냥 흘려 보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플레이였다”고 회상했다.
송성문은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3타수 7안타로 맹활약했다. 연합뉴스
이어 “항상 매 순간 몇 배로 긴장되고 집중을 해야 하니 확실히 포스트시즌에서 왜 ‘체력이 관건’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과 즐거움, 피로가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와일드카드에서 KIA를 누른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서 기다리고 있던 한화를 상대로도 3-1 승리를 거뒀다. 송성문은 당시를 떠올리며 “계속 팀이 올라가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와의 플레이오프는 만만치 않은 승부였다. 준PO 4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팀 내 최다 안타를 기록했던 그도 플레이오프에선 각종 공격지표 수치가 하향세를 그렸다. 그는 “가을야구 무대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더라. 그래서 더 집중을 하다 보니 육체적 스트레스도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SK에 1, 2차전을 내줬지만 곧장 2-2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5차전에서는 연장까지 가는 명승부를 연출해 탈락했음에도 팬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송성문은 SK와의 승부에 대해 “1, 2차전을 내리 지고 한 순간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자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나니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막바지였던 때였다. 송성문은 PO에서도 1차전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5경기에 모두 나섰지만 결국 한국시리즈는 TV로 보게 됐다. PO 5차전까지 경험한 선수로서 보는 한국시리즈는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과거엔 그 곳에 서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엔 경기를 보면서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건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하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다음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입단 3년차에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한 송성문은 다음 목표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안타나 홈런 개수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정해놓을 법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야구를 하면서 멀리까지 내다보지는 않는다. 가까운 현실적 목표부터 생각을 하는 편이다. 올해 1군에서 세 자릿수 타석도 서보고 했으니 이제는 주전으로 나서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올 시즌 시작 전에는 꿈꾸지도 못했던 일이긴 하다. 만약 주전으로 한 시즌을 치르면 정확한 내 능력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싶다. 눈앞에서 놓친 한국시리즈에 대한 욕심도 물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교타자 이정후와의 홈런 내기 승리한 송성문 송성문은 2018 시즌 78경기에 나서 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절친한 팀 내 후배 이정후의 6개보다 딱 1개가 많은 수치다. 송성문은 이정후의 홈런 개수와 관련된 일화를 전했다. “이번 시즌 전에 정후랑 홈런 내기를 했었다. ‘몇 백 타석을 적게 들어가도 너보단 홈런을 많이 칠 것’이라고 얘기했다. 물론 농담이었다(웃음). 그런데 실제 내가 홈런을 더 많이 쳐버렸다. 정후는 나한테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 있냐’고 놀린다. 뭘 하든 서로 놀리기에 정신이 없다(웃음).” 넥센은 최근 2~3 시즌간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오며 두산과 함께 ‘화수분’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다. 자연스레 1996년생인 송성문은 또래 선수들과 자주 어울리게 됐다. 그는 이정후 외에도 “주효상, 김혜성 등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래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친할수록 좋은 얘기하고 칭찬하는 것이 쑥스럽지 않나”라며 “언제나 서로 놀려먹기에 바쁘다. 누군가 홈런을 치거나 하면 다 같이 좋아하다가도 금방 또 그걸 가지고 놀린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와는 소속팀에 이어 에이전시에서도 한솥밥을 먹게 됐다. 앞서 KBO는 올 시즌부터 선수대리인(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송성문은 유망주 4인방(송성문, 주효상, 이정후, 김혜성) 중 유일하게 에이전트가 없는 선수였다. 그는 “처음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정후가 용품이나 건강식품 같은 것을 잘 챙기더라.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에이전트에게 받았다고 했다. 혜성이도 있고 효상이도 에이전트가 있어서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안 넣어주냐’고 했는데 혜성이한테 두 번이나 ‘까였다’(웃음). 그래서 정후한테 얘기를 하니까 정후가 추천을 해줘서 계약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상] |
‘페이커와 동갑’ 송성문의 리그오브레전드 ‘최애픽’은? 작별 인사 후 귀가길 지하철 환승역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송성문은 스마트폰 야구게임에 열중이었다. 그는 게임에서도 넥센을 골라 플레이하고 있었다. 많은 만 22세 청년들이 그렇듯, 송성문도 PC 게임을 즐겨한다. 주로 하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롤)’와 ‘배틀그라운드’. 그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에 많이 서고 ‘루시안’을 많이 고른다”면서 “과거엔 ‘케이틀린’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지난 2015년 롤 프로게이머 이상혁(페이커)이 SK 와이번스 홈경기 시구에 나섰던 때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김광현 선배님과 최정 선배님도 롤을 좋아하셔서 그 때 직접 지도에 나섰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조금 부러웠다”며 웃었다. e스포츠계 최고 스타 이상혁은 1996년생으로 송성문과 동갑내기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