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 행보 이목집중…다른 금융사 노조도 사외이사 후보 준비 중
올해 초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큰 장이 선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4개 금융지주사와 소속 은행의 사외이사 47명 가운데 31명(66%)이 오는 3월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금융지주는 10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7명이 올해 주총까지가 임기다. KB금융지주는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고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금융권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은 ‘노동이사제’가 성사될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인적 쇄신작업과 전문성 강화, 경영진 견제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사외이사의 교체 폭이 클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지난해만 해도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사외이사 35명이 바뀌었다. 국회 통과를 앞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도 사외이사가 너무 오래 일하지 않게 순차적 교체를 원칙으로 명시해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기 위한 물밑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사외이사는 5000만~1억 원 안팎의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금융회사 인사 등에 미치는 영향도 큰 편이다. 그동안 주로 금융 전공 관련 교수나 전직 관료, 금융권 출신이 사외이사를 맡아왔는데 정치권을 포함한 친정부 성향 인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코드가 맞는 새로운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병대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대법관 출신이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선우석호·정구환 이사 역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거론되는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상당수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파악된다”면서 “이들 가운데 전문성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1위 KB금융에서는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의 임기가 3월 종료된다. 유석렬·스튜어트 솔로몬·박재하·한종수 이사가 대상이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임기가 종료되는 이들 4명의 사외이사에게 의사를 타진한 결과 이사 한 명이 퇴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추위는 3월 주총에서 기존 3명의 중임 안건과 1명의 새로운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우리금융은 사외이사에 변동이 없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 우태윤 기자
주목할 점은 다른 금융사 노조들도 국민은행처럼 노조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를 준비 중이고, 금융당국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금융권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사외이사를 통해 금융사 경영진들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노조와 당국의 뜻이 맞아 들어가는 사안이니만큼 이번 주총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총 10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신한금융은 절반이 넘는 6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박철·이민우·히라카와 유키·필립 에이브릴·박인순·주재성 이사다. 이중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주재성 이사는 최근 국민은행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사외이사 7명 중 윤성복·박원구·차은영·허윤 이사의 임기가 3월 만료된다. NH농협금융은 과거 4명이던 사외이사를 6명으로 늘렸지만, 기존 이사 중 정병욱 전 서울지검 차장검사의 임기가 종료된다.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교체가 없는 지주사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일찌감치 사외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기존 우리은행 사외이사인 장동우, 전지평, 노성태, 박상용 이사가 그대로 맡으며,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우리은행 사외이사도 겸직한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