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몸값 키운 뒤 한국당 가거나 무소속 출마 추측…안철수·손학규, 제2 창당 등 힘 합쳐서 재건 도모할 수도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복귀론, 손학규 대표 역할론이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세 기둥인 이들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박은숙 기자.
이들의 복귀 이야기가 불거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유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국회 상임위 활동만 할 뿐 뚜렷한 당 공식행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1월 24일 배석 없이 손 대표와 단둘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 전 대표는 당과 자신의 진로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유 전 대표는 바른정당 창당 2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음의 계곡에서 모진 풍파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함께하는 동지들이 꿈과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희망의 새 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활동 재개를 암시하는 글이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초청받아 출국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와 함께 떠난 부인 김미경 교수 안식년이 끝나는 올해 8월경 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 안 전 대표가 3월에 돌아올 것이란 얘기가 빠르게 퍼졌다. 2월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이뤄질 보수재편, 제3지대 빅텐트론 등에 맞춰 안 전 대표가 ‘컴백’할 것이란 게 골자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의 4월 재보궐 출마설도 흘러 나온다.
안 전 대표와 자주 연락을 취한다는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인데 예상보다 빨리 들어올 수 있다. 주변에서 귀국을 종용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3월 귀국설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안 전 대표가 돌아올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3월은 좀 이르다. 4월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 전에 들어올 리 없다”고 밝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1월 29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안 전 대표 보궐선거 출마는) 무시해도 되는 이야기”라고 부정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손 대표 측근은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존재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이럴 때 그나마 인지도 있는 안 전 대표가 와서 힘을 좀 실어주길 바라는 눈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손 대표 역할론도 대두된다. 유승민-안철수가 상극이라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만큼, 손 대표의 조율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셋이 당에 모였을 경우, 그 화학적 결합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돌아와서 달라질 건 없다. 당의 간판은 맞는데, 둘이 뭉쳤다가 사달이 난 적이 있지 않느냐. 돌아와도 또 계파가 나눠지고 다시 분란이 시작될 것”이라며 “그 사이에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은 손 대표지만, 그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셋 다 능력이 안 된다. 더하기가 아니라 뺄셈정치를 하고 서로 갉아먹다가 (당은) 공중 분해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도 “왕년 스타들의 귀환인데, 지금 정치지형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했다. 현재로선 어렵다. 과거 대선후보 이전의 기대를 현실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세 사람의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는 것이 이미 검증됐다. 손 대표는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유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같이 손잡고 총선 이후까지 당에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마하진 않을 것 같다. 한국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냐”라고 내다봤다.
안 전 대표와 손 대표 궁합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박상병 평론가는 “이 두 사람은 대화가 가능하다. 힘을 합쳐서 재건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제2 창당을 도모하거나 3지대에서 더 큰 정당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며 “올 연말쯤이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바른미래당의 독자성 강화와 외연확대라는 새로운 동력을 위해 둘이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의원도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문제에 있어서 유승민 전 대표는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이다. 반면, 안철수·손학규는 부정적이다. 앞으로 셋의 구도가 유승민 vs 안철수·손학규로 짜일 가능성도 여기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개될 정치일정 결과에 따라 세 사람의 관계가 좌우될 것으로 본다. 2월 27일 치러지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도 그 중 하나다. 한국당 조강특위가 유 전 대표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비워뒀다는 점에서 유 전 대표가 곧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일단 유 전 대표는 전대 결과를 지켜본 후에 스탠스를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후보가 전대에서 대표로 뽑힐 경우 한국당 복귀 명분이 약해지는 이유에서다. 친박 청산을 부르짖으며 당을 뛰쳐나온 유 전 대표로선 비박계가 당권을 잡는 그림을 원할 듯하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오히려 한국당 전당대회를 이 세 사람이 뭉칠 수 있는 기회로 분석했다. 채 교수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되면 안‧유 전 대표는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행보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이런 걸 원할 거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가 돼도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에 잔류하며 보수 대안세력으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란 얘기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세 명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싸움이 없지만, 세 사람이 당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계파가 분리될 것”이라며 “그 중 손 대표는 중재역할을 할 것이다. (바른미래당 이외에) 본인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지는 최 교수의 말이다.
“안‧유 전 대표는 캐릭터가 강하고 미래와 자신의 비전, 대권에 대한 꿈이 굉장히 뚜렷하다. 안 전 대표는 중도라는 것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배력을 늘리는 것도 실패했다. 호남 기반으로 나왔지만 호남에서 지지율이 폭락했다. 서울시장에도 도전했지만, 수도권에서도 실패했다. 그는 이제 어디로 가야겠냐. 그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중도를 계속 표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 보수 쪽으로 약간 치우칠 것이다. 그게 그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유 전 대표에 대해 “일단 바른미래당에서도 귀한 존재가 돼야 한국당에서도 영입하고 유승민파와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안에서 역할을 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대선주자로서 지지를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다 한국당에서 원하는 순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