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과 이호준의 이구동성 “자율과 책임, 이동욱 감독 철학 따라 선수들 도울 것”
코치가 된 공룡군단 정신적지주 이호준과 손민한.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NC 다이노스의 창단 때부터 투타에서 선수들을 이끌었던 리더 손민한(44), 이호준(43) 코치. 손 코치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최고령 시즌 10승과 포스트시즌 최고령 선발승을, 이 코치는 통산 300홈런과 포스트시즌 최고령 타자 출전 등의 기록을 남긴 뒤 각각 2015년, 2017시즌을 끝으로 야구장을 떠났다. 이후 손 코치는 NC 소속으로 ‘손민한과 놀자’라는 유소년 야구팀 순회 코칭 프로그램을 이끌었고, 이 코치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동욱 신임 감독 선임과 함께 NC는 손민한과 이호준을 코치로 불러들였다. 손 코치는 원래 지도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절친 이동욱 감독이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전화에 코치직 제안을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스스로 ‘초짜 지도자’라고 자세를 낮추는 손민한, 이호준 코치를 만났다.
NC 다이노스의 이번 스프링캠프는 낮 12시 이전에 모든 훈련이 마무리된다. 점심 식사 이후의 시간은 선수들의 자율 훈련으로 진행되는데 야수인 경우 특타를 하게 되면 사전에 타격을 맡고 있는 이호준 코치에게 지도를 신청해야 한다. 투수는 팀 훈련 시간 외에는 모든 부분을 선수들 자율에 맡겼다. 코치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하라고 사전에 공지해뒀을 정도. 이번 스프링캠프의 주제를 ‘자율과 책임’으로 잡은 이동욱 감독의 훈련 스타일에 두 코치가 적극 동참하면서 이뤄진 부분들이다. 코치들과의 인터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NC 다이노스 창단 멤버 ‘호부지’ 이호준이 코치로 돌아왔다. 사진=일요신문
–손민한, 이호준 코치의 이미지는 상반된 것 같아요. 손 코치가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면 이 코치는 ‘한국식’이라고 할까요? 지도 방식에서 그 차이가 묻어난다고 보는데요.
이호준(이): 그래요? 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둘 다 사투리도 쓰고.
손민한(손): 상반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전 훈련을 짧고 굵게 하는 걸 좋아하고, 이 코치는 강하고 굵게 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 공통점이 있다!
-어떤 공통점인가요?
손: 둘 다 ‘초짜’라는 거죠.
이: 그건 인정합니다(웃음).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코치의 시작점은 똑같아요. 서로의 존재가 든든한 힘이 될 수밖에 없겠어요.
이: 그렇죠. 손 수석님이 저를 잘 잡아주시고 컨트롤해주셔서 커질 일도 잘 마무리되고, 마이너스 될 일도 잘 수습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한 번 흥분하면 무조건 직진하는 스타일이라 그럴 때 손 수석님의 존재가 큰 힘이 됩니다.
손: 이 코치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겉으로만 강하지, 속은 무척 여려요. 섬세하고. 와이프랑 아이들한테 하는 걸 보면 매우 자상한 가장이에요. 그런 부분이 선수들을 이끌 때 나타나기도 하고.
–지도자들이 모두 강하거나 모두 여리면 문제가 있겠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캠프 시작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약속한 룰을 어기는 모습이 나타나면 한 번 정도 세게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좀처럼 그런 틈을 보이지 않아요. 그만큼 비시즌 동안 준비를 철저히 해서 캠프에 합류했다는 의미겠죠. 선수들이 훈련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주 좋아요.
손: 저는 캠프 중반까지는 아무 말 안 하고 지켜볼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선수단을 정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그때까지는 일단 지켜보고 싶어요. 코치되고 가장 괴로운 순간이 될 겁니다. 선수단을 정리하는 게.
이: 저도 그게 가장 힘들 것 같아요. ‘초짜’라 그런지 누굴 1군에 남기고, 누굴 2군으로 내려보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아요.
손: 나도 그래. 그래도 해야 하니까.
이: 전 냉정하게 못 하겠어요. 감독님한테 다 맡기려고요(웃음).
손: 코치가 돼보니 마음 쓰이는 선수들이 많아요. 고참들한테는 좀 더 기회를 주고 싶고, 기량
이 살짝 부족한 선수들도 기회를 주는 게 맞는 것 같고. 그러나 1군 선수단 인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캠프를 마무리 짓기 전에 어느 정도 윤곽은 만들어놓고 가야할 것 같아요.
–1,2군 선수로 나뉘는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인가요.
손: 감독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 가장 열심히 하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 위주로 결정할 겁니다. 이전에 성적이 어떠했든, 유명 선수든, 무명 선수이든 상관없이 지금의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할 예정이에요. 물론 그래도 힘들겠지만요.
이: 선수 때는 2군으로 내려가라는 지시에 불만도 갖고 그랬는데 막상 이 자리에 서보니까 선수들이 눈에 보여요.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지, 절실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는지가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더 어려워요. 비시즌 동안 준비 많이 했고, 캠프에서도 항상 성실한 태도를 보인 선수와 준비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판단해야 하는지 살짝 걱정되기도 해요. 신기한 건 준비가 덜 된 것 같지만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치고 올라가더라고요.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택하는 게 맞겠죠. 조금만 기다리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것 같은 선수라고 해도 그 ‘조금만’이 안 될 때가 있거든요.
창단 초 NC 투수진의 중심축이었던 손민한 코치는 수석코치로 NC 이동욱 감독을 보좌할 예정이다. 사진=일요신문
–손 코치는 2015시즌 이후, 이 코치는 2017시즌 이후 은퇴했다가 다시 NC로 복귀했습니다. 그새 팀의 변화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우리가 빠져서 그런지 선수단이 많이 젊어졌어요(웃음). 지금 선수들은 지적받기보다 칭찬해주는 걸 더 좋아해요. 감독님도 그걸 원하시고요. 자연스레 저도 그런 마인드가 되더라고요. 이전 같으면 이런저런 지적하기 바빴겠지만 지금은 뭘 해도 예뻐 보이는 거예요.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강압적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코치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저도 이 코치와 비슷한 입장입니다. 팀은 감독님 철학대로 움직여야 해요. 감독님이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신 만큼 선수들이 그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게끔 코치들이 도와야 하겠죠. 지금은 우리도, 선수들도 변화되는 과정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선수들 반응이 좋은 걸 보면 시작은 성공한 셈이에요.
–손 코치의 투수 운영 계획을 살펴보면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본인이 원하면 쉬게 해주고, 가급적 훈련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선수 위주의 자율 훈련 방식을 실시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항간에서는 이를 두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손: 다 알려진 내용이지만 제가 코치직을 수락한 건 이동욱 감독님 때문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철학이 감독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어 아예 코치를 하지 않으려 했던 건데 이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셔서 잡게 됐던 거죠. 제 철학이 맞다, 안 맞다를 떠나서 제가 해보고 싶은 지도자 생활의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제 생각대로 잘 가고 있어요. 만족스러울 정도로요. 그다음 성적은 운명에 맡겨야 되겠죠.
–지난해 NC는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래서 더 부담이 없을 것 같아요.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요.
손: 정확히 보셨습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기 때문에 부담 갖지 말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어요. 작년에 투수 중에 부상자가 많았어요. 그 여파가 팀 성적으로 이어졌었죠.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자주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투수파트 전체가 활기를 띄게 될 테니까요. 국내 투수진은 상황에 따라 대거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이: 타선은 양의지의 합류가 무게 중심을 형성하고 있어요. 투수들도 의지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고요. 다른 팀은 포수가 타석에 서면 아웃 카운트 하나 늘리게 되지만 우리는 3,4,5번 중심타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양의지 존재감은 엄청난 거죠. 특히 나이 어린 선수들이 양의지의 타격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그 선수가 왜 잘 치는지, 왜 많은 돈을 받고 NC로 오게 됐는지, 훈련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양의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에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두 분은 선수 시절 맞상대했을 때의 성적이 어떠했나요.
이: 제가 민한 형한테 홈런 하나도 못 쳤어요. 일방적으로 얻어맞았습니다(웃음).
손: 제가 잘했어요(웃음). 호준이는 몸쪽으로만 던지면 알고도 못 쳤으니까.
–이제 캠프가 중반을 넘어섰는데, 시즌 개막이 더 기대가 되나요? 아니면 걱정이 더 많이 되나요.
손: 전 걱정이 더 많아요. 행여 부상 선수라도 나올까봐.
이: 전 조금 들떠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요(웃음).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NC 선수들,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FA 미아’ 노경은이 미국에서 전한 롯데와의 파국 진실은? 롯데와의 FA 계약이 결렬된 뒤 미국 진출을 선언한 투수 노경은. 사진=일요신문 지난 1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FA 협상이 결렬된 노경은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아주사에서 덕수고교 야구팀과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롯데는 이례적으로 노경은과의 협상 결렬을 보도자료로 냈고, 그 과정에서 노경은이 계약금 2억 원을 더 올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파국을 맞이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미국 아주사에서 기자와 만난 노경은은 일부 내용이 잘못 알려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롯데가 노경은에게 제시한 FA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2+1년에 보장금액 11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3억+3억 원), 인센티브 12억 원(옵션 3억+옵션 3억+1년 연장 시 연봉과 옵션)으로 채워져 있다. 이 내용은 노경은이 선발 투수로만 뛰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고, 중간에 불펜으로 내려가면 계약 내용은 적용되지 않는다. 노경은이 2군으로 내려가면 연봉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노경은은 자신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한 옵션 내용을 모두 수용했다고 한다. “열심히 해서 그 옵션을 모두 채워가겠다고 구단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옵션과 상관없는 계약금은 2억 원을 더 받고 싶었다. 그 2억 원은 구단과 FA 협상하면서 내가 내걸었던 유일한 조건이었는데 구단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경은이 2억 원의 계약금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구단과 선수는 사인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노경은 “(구단에) 이길 수는 없어도, 지고 싶지도 않았다”는 말로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노경은 해외 리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보상선수 규정으로 KBO리그의 다른 팀에 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노경은을 영입하는 팀은 롯데에 최대 300%의 보상금과 유망주를 내줘야 한다. 노경은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건강한 공을 던질 수 있고 2, 3년은 더 선수로 뛸 수 있는데 여기서 야구를 접을 수는 없었다. 미국의 마이너리그, 멕시코리그, 독립리그 상관하지 않고 팀을 알아볼 생각이다. 조만간 메이저리그 팀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계획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야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노력할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경은. 그가 올 시즌 새로운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