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충북·강원은 제외되면 수도권 집중화…성남, 행정수요 최다에도 인구 5만이 모자라 기준 미달
정부는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과 자치분권 실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특례시’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단순한 ‘인구 100만 명’으로 획일화돼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경기도 성남시의 경우 행정 수요나 재정자립도 등의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함에도 인구 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특례시에서 누락되는 불합리성이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성남시청사. 사진제공=성남시
[일요신문] 완전한 지방자치를 통한 국토균형 발전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정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법을 30년 만에 전부 개정했다.
이번 개정 법률안의 핵심은 ‘특례시’ 도입을 통한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에 있다. 이는 일부에서 비정상적인 행정구조로 지적되고 있는 광역시 제도를 보완하면서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은 광역시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제도를 마련하며 정부에서는 특례시의 적용 기준을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로 획일화했다. 이에 따라 특례시로 지정될 기준을 충족하는 도시는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와 경상남도 창원시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특히, 창원시를 제외하면 특례시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도시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본래의 정책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 정량적 인구 총량뿐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본래의 정책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광역시가 단 한 곳도 없는 전라북도와 충청북도, 강원도의 거점 도시에 대한 특례시 지정을 통해 해당 지역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기준에서는 한참 미달되지만 전북 전주시와 충북 청주시, 강원 강릉시 등이 특례시로 지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례시’ 제도 도입과 관련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행정혁신, 국토균형발전,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걸맞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대도시 특례지정 기준 제언 포럼’에서 은수미 시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제공=성남시
또한, 수도권의 경우 단순 인구뿐 아니라 행정수요, 산업구조, 도시특성을 반영해 해당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돼야만 4차산업혁명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현실적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일례로 성남시의 경우 2018년 10월 말 현재 인구는 95만 5999명으로 100만 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행정수요는 특례시 지정이 유력한 4개 도시와 비교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성남시 민원처리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총 140만 5851건으로 용인시의 63만 204건에 두 배를 훌쩍 넘고 수원시의 114만 7684건, 고양시의 126만 5159건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획일적인 인구 기준 적용, 지역적 여건·환경 고려하지 못해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질 수도”
전체 예산면에서도 3조 2646억 원으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3조 원을 넘는다. 재정자립도는 62.09%, 재정자주도는 77.98%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세 징수액 역시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남시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의 1300여 개 기업 종사자 7만 4700여 명 중 23.62%만이 성남시 거주자이고 76.38%는 성남시 이외 지역 거주자로 파악됐다. 성남시는 성남시 거주자 외 타 지역 거주자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제공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에 소요되는 행정적, 재정적 비용에 대한 확충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일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수준의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어 행정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특례시’ 지정과 관련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정기준을 인구뿐만 아니라 행정 수요 등 다양한 도시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례시 지정 국회세미나’ 모습. (사진제공=성남시)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인 현재의 안에 ‘100만 또는 그에 준하는 행정 수요를 갖춘 지자체’ 조항을 추가하거나 인구 기준을 세분화해 70만 이상 구간을 신설하는 등 유연성 있는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특례시 지정 국회세미나’에서 “거주 인구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지역적 여건과 환경을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고,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행정수요 반영과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인구 90만 명, 비수도권 인구 60만 명 등 인구 기준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종대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특례시 지정 시 경제성, 효율성보다는 지역균형발전을 가장 우선시 해야 한다”며 “인구수 기준만으로는 현재의 불균형 구조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어 역사성, 중추성 등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 역시 특례시 기준을 만들 때 실질적인 행정 수요가 인구 기준에 반영돼야 본래 개정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특례시는 행정혁신과 국토균형발전,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상징적 제도”라며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기준이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