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식스, HDC 갑질 주장 새 증거 확보...“재무상태 이유로 철회 종용? 한 번도 문제삼은 적 없어”
현대산업개발(HDC)가 있는 용산아이파크몰의 모습. 이종현 기자
엔터식스는 지난 5월 초 현대산업개발을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엔터식스가 현대산업개발과 분쟁을 빚은 것은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공모를 위한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할 상가업체를 물색하기 위해 2016년 2월 엔터식스를 처음 찾았다. 약 10만 5000㎡ 부지에 주택 2214가구와 판매시설의 주상복합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출자해 설립한 토지지원리츠가 부지를 매입한 뒤 민간사업자와 HUG가 출자해 설립한 뉴스테이 임대리츠에 부지를 임대하는 형식이다. 사업비는 1조 3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간건설사가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상가임차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 측에 사업 참여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협의 끝에 같은해 8월 엔터식스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입점확약서를 제출하며 상가임차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9월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공모 입찰에 현대산업개발은 엔터식스와 손을 잡아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 진행을 위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돼가자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월부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어느 순간 개발 논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더니 현대산업개발 담당자가 ‘사업에서 빠져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현대산업개발은 별다른 협의도 없이 엔터식스를 사업에서 배제했다.
엔터식스는 법원에 컨소시엄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임차인지위보전 및 사업약정체결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잇달아 기각됐다. 재판부는 “엔터식스가 상가임차인으로 되는 것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필수적 요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또 현대산업개발과 엔터식스는 임점확약서만 작성하였을 뿐 구체적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엔터식스가 5월 초 현대산업개발을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엔터식스 측은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HUG에 제출한 2차 기금출자심의자료 및 현대산업개발과 코스트코 사이에 작성한 입점확약서 등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
엔터식스가 확보한 2차 기금출자심의자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1차 때와 다르게 ‘상가부분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임차인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재무상태 등을 이유로 엔터식스의 사업철회를 종용하고 있다’ 등의 문구를 추가했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엔터식스와 사업을 2년 넘게 협의하면서 재무상태를 다 알면서도 한 번도 문제 삼은 적 없다“며 ”재무 관련 자료 제출 및 해명 등 요청도 없이 갑자기 구두로 사업 배제를 통보하고, HUG에 신청인을 교체할 것이라고 해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심사서에는 ‘엔터식스가 참여를 철회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책임임차하고 리츠의 손실을 보전하는 확약서를 징구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앞의 관계자는 “엔터식스는 참여를 철회할 의사가 없다”며 “따라서 현대산업개발의 주장에 따르면 엔터식스가 참여를 철회하지 않는 한 사업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상가임차인의 지위는 엔터식스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이 판매시설을 책임임차 한다든지 확약서를 제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엔터식스는 참여 철회의 뜻을 밝힌 적이 없는데, 현대산업개발이 자의적으로 엔터식스를 배제한 상황을 가정해 확약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뉴스테이 개발사업 부지. 임준선 기자
한편 이번 사업 상업시설에 엔터식스 외에도 코스트코코리아가 입점확약서를 제출, 상가임차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현대산업개발에 사업 공모지침 규정에 맞지 않는 서류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트코는 ‘현대산업개발이 최종계약서들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 본 입점확약서는 자동적으로 해제돼 무효가 된다’, ‘사업계획서에 진술된 내용들은 오직 현대산업개발의 진술 내용일 뿐이다’, ‘코스트코는 위 사업계획과 관련해 여하한 약속 또는 확약을 하지 아니한다’는 특약을 추가해 입점확약서를 제출했다. 이는 LH 공모지침 참가조건 규정과 서식에 벗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엔터식스와 달리 코스트코는 여전히 상가임차인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4월 엔터식스를 배제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다른 상가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조항에 따르면 “사업계획 협의 등 기간 동안 ‘신청자격 및 방법’, ‘사업계획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엔터식스가 배제된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자체가 취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소송 중인 사안이니만큼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심사 담당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수익성만 고려했다” HUG는 이 사업에서 LH와 공동출자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민간사업자에 기금 지원을 위한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HUG가 앞서 언급했듯 공모 조건 유지에 문제가 있는 수정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현대산업개발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HUG 측은 이번 분쟁에 대해 현대산업개발과 엔터식스 사이의 문제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다. HUG 관계자는 “엔터식스는 사업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상가 부문 임차인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엔터식스를 배제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직접 운영할지 다른 임차인을 구할지는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이며 이 문제에 HUG가 관여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엔터식스를 배제하고 상가임차인을 비워둔 2차 기금출자심의자료가 공모지침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조항에 걸리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HUG는 수익성만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HUG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에서 책임을 지고 손실을 보전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며 “확약서로 수익성에 문제가 없다고 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현재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약정을 체결해 착공에 들어갔다. HUG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우선협상자를 지나 개발사업의 정식사업자”라며 “공정위 신고와 관련해서는 현재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