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처럼 당연시 해 오던 팬덤 문화도 문제...“팬덤 내부 먼저 정화돼야” 지적도
지난 15~16일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팬미팅 현장.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시 빅히트 측은 팬미팅 전부터 공지를 게시해 “타인으로부터 양도를 받은 티켓, 본인 확인이 불가능한 티켓은 어떤 경우에도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입장하는 팬 본인의 실명과 티켓에 적힌 이름이 다를 경우에는 입장 불가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입장하지 못한 팬들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10대 팬은 “BTS 팬덤에는 티켓팅을 잘 할 줄 모르는 청소년 팬들이 많아서 다른 언니 팬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예매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티켓의 이름과 입장객의 이름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팬덤이나 일단 티켓이 오픈되면 예매부터 먼저 한 뒤에 자신이 원하는 구역으로 다른 팬과 티켓을 교환하거나 재구매하는 일은 항상 있어 왔다.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입장을 막으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 일부 팬은 지난 16일부터 SNS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향해 해명과 공식 사과문을 올릴 것을 요구하는 등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빅히트 측은 해명이나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수 차례에 걸쳐 지정 예매처나 팬카페, SNS 공식 계정 등을 통해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확인이 되지 않는 입장객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이그룹 워너원의 마지막 공연의 티켓은 1000만 원 이상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사진=일요신문DB
방탄소년단의 경우 지난해 월드투어 서울공연 ‘BTS WORLD TOUR-LOVE YOURSELF’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티켓 예매가 매진되자 곧바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프리미엄 티켓 판매글이 올라온 바 있다. 원가 11만 원 대의 좌석이 최저 100만 원대, 최대 330만 원까지 급상승했지만 게시되는 족족 구매를 원하는 팬들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당시에도 빅히트 측은 “타인으로부터 양도 받거나 추가 비용(프리미엄)을 지불해 구매한 티켓은 사전 통보없이 무효 처리 되거나 법적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연말, 그룹으로서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던 보이그룹 ‘워너원’의 콘서트도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으로 대중들을 경악하게 했다. 당시 지정석 R석의 티켓이 1300여 만 원에 거래된 것이다. 책정 가격이 11만 9000원 상당이었으니 100배 이상 뛴 셈이다.
프리미엄 티켓은 비단 아이돌만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던 가수 박효신 역시 이 같은 부정 티켓 거래를 두고 단호한 대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팬클럽 정회원임에도 부정 티켓 거래가 확인될 경우 ‘정회원 제명 절차’가 진행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래퍼 허클베리P는 자신이 직접 프리미엄 티켓 판매자를 잡아낸 뒤 SNS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판매자가 티켓 원가에 웃돈을 덧붙여 판매하는 것을 목격한 그는 “암표상들 절대 돈 벌게 놔두면 안 된다. 암표가 늘어난다는 건 결국 본인의 티켓팅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가수 아이유 역시 부정 티켓 거래로 적발된 팬들을 팬클럽 카페에 게시하는 등 소속사가 직접 ‘공개 처형’에 나서는가 하면, 이 같은 부정 거래를 제보한 다른 팬에게 해당 티켓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가 프리미엄 티켓 거래에 대처하는 방법. 사진=아이유 팬카페 캡처
이와 같은 부정 티켓 거래를 주도하는 암표상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팅으로 불법 이득을 취해 왔다. 현행법상 이 같은 온라인 전문 암표상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이들의 부정 거래는 소속사와 팬덤 차원에서 제재하는 것으로만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처벌이 가능한 오프라인 암표상에도 단순한 경범죄가 적용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을 필두로 온라인상 공연 암표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공연 입장권이나 관람권을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김 의원은 “암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인기 공연의 대상이 주로 학생들인데 이 같은 암표 거래가 흔하게 벌어진다면 학생들에게 잘못된 경제관념이나 과도한 학부모 의존 등의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플미와의 전쟁’을 선포한 소속사들은 이처럼 법적 처벌이 가능한 ‘전문 암표상’은 수사기관에 맡기되,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엄격한 대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기획사 홍보실장은 “파는 사람이 있어서 사는 사람이 생긴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므로, 실질적이든 잠재적이든 구매자가 될 수 있는 팬들 역시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아이돌 팬덤에서는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고, 이른바 ‘티켓팅 용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일부 팬들이 프리미엄 티켓을 양산해 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해외 팬들까지 한국에서 이런 문화가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속사가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