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고교 거포 유망주’ 박주홍 지명… 나머지 구단은 투수 일변도
이번 1차 신인지명회의에선 ‘투수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무려 9개 구단이 투수를 지명했다. 야수를 지명한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했다. ‘야구인 2세’의 지명도 화제를 모았다.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는 나란히 ‘야구인 2세’를 지명했다. ‘2020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 LG 이민호, 두산 이주엽 투수 지명… 키움은 차세대 거포 박주홍 품에 안다
LG 트윈스의 선택은 ‘초고교급 우완투수’ 휘문고 이민호였다. 사진=LG
KBO 리그엔 서울을 연고로 하는 구단이 세 개다. ‘연고지역 유망주’를 선발하는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는 해마다 정해진 순번에 따라 신인을 지명한다. 올해 첫 번째 지명권을 가진 구단은 LG 트윈스였다.
LG 트윈스의 선택은 휘문고 우완투수 이민호였다. 이민호는 186cm/ 94kg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투수로 속구 구속이 150km/h를 넘나드는 ‘정통파 투수’다. 올 시즌 이민호의 성적은 놀라웠다. “고교야구계를 평정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민호에겐 ‘초고교급 투수’란 별명이 붙었다.
이민호는 6월까지 10경기에 등판해 45.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 1.17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무려 67개를 기록했다. 이민호를 두고, 야구계에선 “아직 제구와 변화구 구사에 약점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충분히 키워볼 만한 재목”이란 평가 역시 공존하는 상황이다.
‘초고교급 타자’ 장충고 박주홍은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키움
키움 히어로즈는 ‘초고교급 타자’를 품에 안았다. 바로 장충고 좌타자 박주홍이다. 박주홍은 아마야구계에서 정확도-파워-선구안 삼박자를 고루 갖춘 좌타 거포 유망주로 통한다. 타격만 놓고 보면, 지난해 데뷔한 ‘슈퍼루키’ 강백호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188cm/ 96kg 탄탄한 체격 조건을 갖춘 박주홍은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의 지명을 받은 박주홍은 “박병호 선배를 정말 좋아한다”면서 “박병호 선배와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주홍과 박병호는 아마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 코리아’ 인터뷰에서 대담을 나눈 인연이 있다. 고교 넘버원 거포 유망주 박주홍이 자신의 바람처럼 박병호의 뒤를 잇는 거포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의 선택을 받은 성남고 우완투수 이주엽. 사진=베이스볼코리아
서울 연고 세 팀 중 마지막 지명 순번을 가진 두산 베어스는 성남고 우완투수 이주엽을 선택했다. 이주엽은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우완투수다. 지난해 130km/h 후반대 속구를 던지던 이주엽의 올 시즌 최고 구속은 147km/h다. 이제 막 성장판이 열린 투수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188cm/ 88kg 이상적인 체격 조건 역시 두산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산은 1차 신인지명회의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이주엽과 성남고 좌완투수 이종민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산은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주엽을 지목했다.
# 황금사자기 MVP 소형준 KT 위즈행… SK는 야탑고 오원석 지명
KT 위즈의 지명을 받은 유신고 에이스 소형준. 사진=베이스볼코리아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 위즈와 인천이 연고인 SK 와이번스의 선택을 받은 유망주는 누구일까.
KT 위즈의 선택엔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KT는 지역내 최고 유망주 소형준을 지명했다. 소형준은 유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투수로 6월 29일 막을 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MVP를 차지한 유망주다. 소형준은 연고지역 유망주 가운데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KT의 지명을 받았다.
소형준은 186cm/ 83kg 체격 조건을 갖췄다. 투구폼이 유연하고, 공을 내리꽂는 타점이 높다. 속구의 회전수는 물론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일품이라는 평가가 있다. “타자와 수싸움에도 능해 사실상 ‘완성형 투수’에 가깝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야탑고 좌완투수 오원석은 SK 와이번스의 부름을 받았다. 사진=SK
SK 와이번스는 야탑고 좌완투수 오원석을 선택했다. ‘이도류’로 관심을 끌었던 야탑고 우완투수 안인산은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까지 투·타에 걸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안인산은 올 시즌 마운드에서 부진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 사이 야탑고 동기생 오원석의 성장세가 눈부셨다. 좌완 오원석은 제구와 변화구 구사에 장점이 있는 ‘기교파 투수’다.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오원석은 속구 평균 구속을 140km/h 초반대로 끌어올리며, SK 스카우트의 ‘중요 체크 대상’으로 거듭났다.
그 결과 오원석은 SK 유니폼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SK 손차훈 단장은 “오원석이 SK 미래를 책임질 선발투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화-KIA 나란히 ‘야구인 2세’ 선발해 화제
한화 포수 출신 신경현의 2세, 천안북일고 신지후가 ‘2020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사진=베이스볼코리아
충청·전라권에선 ‘야구인 2세’가 나란히 1차 지명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한화 이글스는 ‘전직 한화 안방마님’ 신경현의 아들 신지후를 지명했다.
천안북일고 신지후는 198cm/ 101kg 최고 수준의 신체 조건을 갖췄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속구 구속은 140km/h 후반대에 형성될 정도로 일품이다. 한화는 신지후의 성실한 태도에 주목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신지후가 지난 동계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투구 밸런스를 보완했다. 약점 보완과 더불어 제구가 향상되고 구속도 증가했다. 성실함으로 약점을 이겨낸 대목을 눈여겨봤다. 추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지후는 아버지 신경현이 뛰던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신지후는 “한화는 아버지를 보며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팀”이라면서 “한화의 지명을 받아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신지후는 “하루빨리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IA 정회열 전력분석코치의 아들, 광주일고 정해영은 KIA의 선택을 받았다. 사진=베이스볼코리아
KIA 타이거즈 역시 ‘야구인 2세’를 지명했다. KIA는 정회열 KIA 전력분석코치의 아들 정해영을 선택했다. 광주일고 우완 정해영은 마운드 위에서 안정감을 자랑하는 투수 유망주로 꼽힌다. 특히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130km/h 후반에 머무른 속구 구속은 약점으로 꼽힌다.
한편 정회열-정해영 부자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정 씨 부자는 역대 3번째 ‘부자 1차 지명’의 영광을 안게 됐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아들이 1차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사례는 이종범-이정후, 원민구-원태인 뿐이었다. KIA 정회열 전력분석코치는 1990년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부자가 같은 구단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건 원민구-원태인(삼성)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 경상권 3팀, 롯데-삼성-NC의 선택은?
경상권 1차지명 선수들. 왼쪽부터 삼성 황동재(경북고), 롯데 최준용(경남고), NC 김태경(마산용마고). 사진=삼성, 베이스볼코리아, NC
경상권을 연고로 한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는 ‘2020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각각 연고지 내 투수 유망주를 선발했다.
삼성은 경북고 우완투수 황동재를 선택했다. 황동재는 190cm 큰 키를 자랑하는 투수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가 주무기다. 완급조절 능력과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 배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황동재는 경북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한 유망주로 알려져 있다.
롯데는 경남고 쓰리쿼터 우완투수 최준용을 지명했다. 최준용은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자랑하는 투수다. 내야수 출신으로 인플레이 타구 수비 능력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NC는 마산용마고 우완투수 김태경을 지명했다. 김태경은 ‘제73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감투상을 수상한 투수다. 김태경은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마산용마고의 결승 진출에 큰 힘을 보탠 바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