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미국 이민, ‘록키’ 보고 배우 꿈 키워…한 우물 파니 그 ‘록키’가 러브콜까지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한국영화에서 개성 강한 조연배우로 활동해온 마동석은 최근 3~4년 사이 주연으로 입지를 굳힌 것은 물론 그 인기가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로 향했다. 그동안 마동석에 관심을 보인 할리우드 제작진은 마블스튜디오와 블룸하우스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이다. 그동안 대다수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비주류 장르나 영화에 국한돼 왔지만 마동석의 상황은 다르다. ‘어벤져스’ ‘아이언맨’ ‘토르’ 등 인기 히어로 시리즈를 내놓는 마블스튜디오가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 ‘이터널스’의 주연으로 전격 발탁됐다. 앤젤리나 졸리 등 톱스타들과 함께한다.
# 고등학생 때 미국 이민…트레이너로 일하며 배우 꿈
마동석은 중학생 때 영화 ‘록키’를 본 뒤 배우가 되길 바랐다. ‘록키’와 ‘람보’ 등으로 1980년대 인기를 얻은 실베스터 스탤론은 마동석이 여러 차례 ‘우상’으로 꼽는 인물.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미국 이민 길에 오르면서 배우 도전은 더욱 멀어졌다. 당시 미국 이민 가정이 그렇듯, 마동석 역시 이주 뒤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등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찰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운동도 그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찰이 되지 못했지만 타고난 운동 실력으로 미국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했고, 실제 운동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영화 ‘나쁜녀석들:더무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마동석. 고성준 기자
마동석의 영화 데뷔작인 2005년 황정민이 주연한 ‘천군’이다. 미국에서 한창 트레이너로 일하던 그는 영화 일을 하고 있던 고등학교 동창의 연락을 받고 오디션에 응시해 합격하면서 서울로 돌아왔다. 그렇게 배우가 됐지만 이후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오디션에 붙어 ‘천군’으로 데뷔하긴 했지만 이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 ‘무명배우’의 상황에서 그는 영화 오디션에 수없이 응시했고, 생계를 위해 배우들의 트레이너로 다시 일했다. 당시 인연을 맺은 배우 가운데 공유도 있다. 둘은 시간이 지나 2016년 영화 ‘부산행’의 두 주연 배우로 재회했고 1156만 관객 흥행까지 이뤘다.
지금의 마동석을 만든 작품이 ‘부산행’이라는 데 이견을 갖기 어렵다. 할리우드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작품 역시 ‘부산행’이다. 2016년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는 현지에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마동석은 칸 현지에 모인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할리우드 등 해외 제작진의 러브콜도 시작됐다.
마동석 역시 “‘부산행’이 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개봉 이후 넷플릭스로도 공개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보게 된 것 같다”며 “‘부산행’을 계기로 해외서 나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온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몇몇 일화도 있다. 마동석은 영화 프로모션을 갔을 때 필리핀의 작은 섬 보울에서까지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을 만나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미국에 갔을 때도 자신을 발견한 일반인들이 ‘부산 가는 기차’, ‘기차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겟 아웃’ ‘위플래쉬’ 등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제작자 중 한 명인 제이슨 블룸은 지난해 10월 내한해 “‘부산행’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고민했지만 아무리 잘해도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리메이크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제이슨 블룸이 할리우드에서 꼭 작업하고 싶은 한국배우로 마동석을 꼽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마동석은 한국의 드웨인 존슨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 “메이저리그에서 불러준 기분, 영광스럽다”
마동석은 할리우드 출연 제안이 와도, 한국에서 소화할 영화 일정이 빠듯해 거절하기도 했다. 올해 5월 내놓은 영화 ‘악인전’을 지난해 촬영할 당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시리즈인 ‘존 윅3’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일정이 겹친 탓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완성한 ‘악인전’은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확정된 상태. 할리우드 버전에도 마동석은 출연한다. 이 작품을 구매해 미국서 영화로 만드는 곳은 다름 아닌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영화사 발보아픽쳐스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마동석이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결정한 ‘이터널스’는 마블스튜디오가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다. 세계적인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를 필두로 ‘왕좌의 게임’ 등으로 친숙한 배우 리처드 매든이 마동석과 주연을 맡았다. 우주 에너지를 조종하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불사의 종족 이터널스가 빌런과 맞서는 이야기에서 마동석은 히어로 10명 가운데 한 명인 ‘길가메시’ 역할이다. 굉장한 힘을 가진 캐릭터로 마동석의 평소 매력과 어우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한국 배우가 마블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기는 처음이란 사실에서 의미를 더한다.
마동석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코믹콘 행사에 참석해 ‘이터널스’ 출연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좋은 일이 생겨 놀랐다”며 “제가 야구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갑자기 메이저리그에서 저를 불러준 거나 다름없어서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여러 번 ‘이터널스’를 찍을 수도 있어서 해외를 계속 오가면서 촬영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내년 개봉 예정인 ‘이터널스’의 흥행 성적에 따라 후속 시리즈를 통해 마블 영화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