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는 다른 나라들의 통화절하 경쟁을 유발해 세계시장을 환율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 이미 주요국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방향감각을 잃고 요동치고 있다.
실물과 금융 양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좌불안석이다. 실물에서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금융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면 위기에 처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경제불안과 안보불안을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부정하고 한국에 대해 핵심부품과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어쩔 수 없이 맞대응을 해 양국의 경제피해가 늘고 있다.
일본 발 경제보복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파기해 동북아 안보에도 혼란이 오고 있다. 자연히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유럽경제를 어떻게 흔들지 모른다.
중동의 정세도 불안하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개입 등으로 사태가 악화하면 동북아 금융과 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정권교체도 악재다. 좌파정권이 들어서 선심정책에 집중해 재정이 악화일로다. 신흥국들의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가 위기의 쓰나미를 이겨낼 수 있나?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장능력과 수출경쟁력을 잃고 있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9%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저다.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9개월째 감소세다.
무엇보다도 경제위기를 앞장서 막아야 할 기업들이 기진맥진이다.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지난 1년 동안 40%나 급감했다.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 정부나 가계부문이 자금여력이 있으면 위기대응이 용이하다. 그러나 국세수입은 주는데 정부지출이 늘어 재정적자가 2011년 이후 최대규모다.
가계부채는 6월 말 기준으로 1560조 원에 달해 사상최대다. 문제는 외국자본이다. 7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30억 달러다. 그러나 외국인은 상장주식만 460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감당이 안 된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위기극복과 거리가 있다. 정부는 기업을 일으켜 경제를 살리는 산업정책보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는 재정정책에 치중한다. 정부정책은 주요 경제국들이 펴고 있는 규제개혁, 법인세 인하, 금리인하 등 기업중심의 정책과 방향이 다르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불안에 빠지고 국제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더구나 세계 각국은 경제전쟁까지 불사하며 자국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는 자국 우선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정책이 경제불안을 재촉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경제를 잃으면 나라가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정부는 경제가 비상상태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고 성장동력을 회복해 경제전쟁에서 이기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을 국정의 주요목표로 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안보불안의 해소와 산업혁신과 기업육성에 정부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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