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내야수 김지찬 ‘깜짝 스타’ 발돋움, 투수진에선 에이스 소형준 존재감 돋보여… ‘2학년 이도류’ 장재영 성장 가능성에도 시선 집중
‘제29회 WBSC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부산 기장에서 열린 ‘제29회 WBSC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U-18 야구 월드컵)’가 막을 내렸다.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은 3-4위전에서 오스트레일리아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8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이번 대회 우승은 ‘돌풍의 팀’ 타이완의 차지였다. 비록 ‘11년 만의 대회 우승’이란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선보인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선수 대부분이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는 신바람 나는 야구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팬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 야구의 미래’는 누구였을까.
이번 대회 타격왕-도루왕-수비상을 싹쓸이하며, 3관왕을 차지한 라온고 김지찬. 김지찬은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먼저 거론할 만한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김지찬(라온고)이다. 170cm 단신 내야수 김지찬의 활약은 눈부셨다. 김지찬은 이번 대회 9경기에 출전해 36타수 19안타 타율 0.528로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자랑했다. 빠른 발도 인상적이었다. 김지찬은 10도루 11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대표팀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김지찬은 이번 대회 타격왕-도루왕-수비상 개인 타이틀 3관왕을 차지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지찬은 이번 대회 베스트 2루수로 선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19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 2라운드 15순위에서 김지찬을 지명한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입꼬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 박병호’라 불리는 외야수 박주홍(장충고)의 활약도 명불허전이었다. 박주홍은 이번 대회 30타수 9안타 3할 타율을 기록하며, 7타점을 뽑아냈다. 돋보이는 대목은 장타력이었다. 박주홍은 중국전과 타이완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유망주’의 향기를 뿜어냈다.
키움 히어로즈에 1차 지명을 받은 박주홍은 9월 6일 열린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끝내기 득점을 올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 전체 6순위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될 유격수 박민(야탑고)과 전체 13순위로 LG 트윈스 입단 예정인 이주형(경남고)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박민은 준수한 타격(타율 0.305)과 안정적인 내야 수비를 바탕으로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기여했다. 이주형은 3-4위전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려 시선을 모았다. 이주형은 이번 대회에서 타율 0.364를 기록해 자신의 타격 재능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9월 8일 오스트레일리아와의 3-4위전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투구를 펼친 뒤 환한 웃음을 보인 유신고 소형준. 소형준은 KT 위즈의 1차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사진=연합뉴스
투수진에선 유신고등학교의 ‘고교야구 전국대회 2관왕’을 이끈 원투펀치가 눈에 띄었다. ‘에이스’ 소형준은 3경기에 등판해 13.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 1.32를 기록했다. 소형준은 KT 위즈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소형준은 9월 8일 열린 3-4위전에서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한국의 동메달을 확정짓는 투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신고 좌완 에이스 허윤동은 무려 5경기(2선발)에 등판해 한국 대표팀의 ‘전천후 투수’ 역할을 했다. 5경기에서 11.2이닝을 소화한 허윤동의 평균자책은 3.09였다. 허윤동은 대표팀 마운드의 버팀목으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허윤동은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가 1차 지명에서 선발한 연고 지역 유망주들은 한국 대표팀 마운드에서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SK 1차지명자 좌완투수 오원석(야탑고)은 3경기에 등판해 10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했다. 두산 1차지명 선수 이주엽(성남고)은 4경기에 등판해 7이닝 2자책점을 내주는 깔끔한 투구를 했다. 대회 막바지 일본전과 호주전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친 롯데 1차지명 최준용(경남고)의 투구도 야구팬들의 시선을 끌 만했다.
청소년 대표팀 주축 선수로 활약한 덕수고 2학년 ‘이도류’ 장재영. 사진=연합뉴스
한편 ‘2학년생 이도류’라 불린 장재영의 활약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덕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장재영은 한국 대표팀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며 타율 3할에 6타점을 기록했다. 투수로는 2경기에 등판해 150km/h를 웃도는 강속구 쇼케이스를 펼쳤다.
장재영은 일본의 ‘파이어볼러’ 사사키 로키 더불어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9월 2일엔 장재영의 부친인 키움 장정석 감독이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를 찾아 아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장재영은 고교 2학년으론 드물게 청소년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는 소중한 경험을 탑재했다. 3학년 진학 예정인 장재영의 성장세에 많은 야구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성적을 떠나 ‘U18 야구 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은 저마다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을 펼친 선수 대부분은 2020시즌 KBO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던 특급 유망주들의 프로무대 연착륙 여부를 지켜보는 것은 다음 시즌 KBO리그의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